금융소비자 보호 정책인가 직원 감시 수단인가..지역농협 ‘암행감시제도’ 부활 논란

폐지 5년 만에 부활 조짐..노조는 반대 성명서
“과거 인권 침해·직원 감시 논란..백지화해야”
"소비자 보호 명분 있어..평가 항목 점검 필요"

윤성균 기자 승인 2022.07.06 11:38 의견 1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과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은 최근 공동성명에서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은 암행감시제도 부활을 백지화하고 계약서 체결 강요를 즉각 중단하라”고 밝혔다. 사진은 농협중앙회 본사 사옥. [자료=한국정경신문]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지역농·축협을 대상으로 하는 농협중앙회의 ‘암행감시제도(고객만족도조사)’가 폐지 5년 만에 부활할 조짐을 보이자 노동조합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한 제도이지만 과거 인권 침해와 직원 감시 논란이 있었던 만큼 제도 부활을 놓고 노사 갈등이 깊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과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은 최근 공동성명에서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은 암행감시제도 부활을 백지화하고 계약서 체결 강요를 즉각 중단하라”고 밝혔다.

성명서에 따르면 농협중앙회는 지난달 20일부터 지역농축협에 고객만족도 조사 실시를 위한 ‘농축협 업무위수탁’ 체결에 나섰다. 이는 지난 2017년 직원 인권침해 논란을 일으키며 폐지된 ‘고객만족도 암행감시 평가제도’를 부활시키려는 움직임이라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노조는 “고객만족도 암행감시 평가제도는 2017년 지역농·축협 노동자들의 강력한 반발로 김병원 전 농협중앙회장이 폐기했는데 이성희 현 회장이 다시 부활시키겠다며 1117개 지역농축협에 8일까지 계약서 제출을 강제하고 있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농협중앙회는 2008년부터 지역 농·축협을 상대로 고객만족도(CS) 제도를 운영해 왔다. ‘미스터리 쇼핑’ 방식으로 노동자들의 복장·근무태도·친절도 등을 점검해 점수를 매기고 이를 합산해 사업장 경영평가에 반영했다.

하지만 2017년 노조가 노동자 인권침해 및 감시 문제를 제기하면서 폐지됐다. 시중은행의 고객만족도 평가제도가 상품 설명이나 친절도 등 일반적인 항목을 평가하는 것과 달리 농협중앙회 평가 항목은 지나친 직원 용모 평가가 포함된 것이 문제가 됐다.

노조는 과거 이 제도가 친절도를 직접 관찰 평가한다는 이유로 고객으로 가장해서 영업장을 방문해 직원의 실수를 유도하고 주먹구구식 자의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물론 감정노동자를 우롱하고 인권까지 심각하게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농협중앙회는 과거 암행감시 평가 제도를 앞세워 친절도를 계량화하고 등급화해서 지역농협 통제수단으로 활용했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평가 보고서가 일부 지역농협 현장에선 임금차별 도구로, 인권침해 등 창구직원 통제수단으로 악용됐다는 것이다.

통상 미스터리 쇼핑은 전문기관 조사 요원이 고객으로 가장해 금융상품구매하면서 투자자 보호 방안 준수, 적합성 보고서 제공, 유의 상품 권유 시 확인 의무 등의 항목을 평가하는 제도다.

금융당국은 매년 정기적으로 미스터리 쇼핑을 실시해 금융사들의 금융상품 판매 실태를 점검하고 있다. 시중은행들도 지난해 3월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을 계기로 자체 미스터리 쇼핑을 더욱 강화해 판매 프로세스 개선과 직원 교육에 활용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불완전판매를 예방하고 전체 판매 과정을 점검하는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미스터리 쇼핑을 진행하고 있다”며 “금융소비자 보호 차원이기 때문에 직원 성과 평가에 활용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농협중앙회의 CS제도는 과거 인권 침해 논란을 일으키며 한 차례 폐지된 이력이 있는만큼 평가 항목과 기준 마련에 더욱 주의가 요구된다는 게 은행업계의 시각이다.

저작권자 <지식과 문화가 있는 뉴스> ⓒ한국정경신문 | 상업적 용도로 무단 전제, 재배포를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