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CJ대한통운]

[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파업 직격탄을 뚫고 1분기 호실적을 맛 본 CJ대한통운에 다시금 파업 먹구름이 드리워진다. 택배단가 인상과 글로벌 사업 재편으로 2분기 실적 꽃길이 예고된 가운데 '2년차 수장' 강신호 대표(62·사진)가 파업 암초를 뚫고 리더십을 재입증할 지 주목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택배노조는 매주 월요일마다 부분 파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65일 간의 총파업 투쟁이 끝난 이후 83일 만에 파업 도돌이표가 찍힌 것이다.

이번 파업은 택배물품을 배송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물량이 비교적 적은 월요일을 택했다는 설명이다.

노조가 다시 파업 카드를 내민 이유는 CJ대한통운 전국대리점연합과 합의한 사항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서다. 당시 노사는 총파업을 풀면서 공동합의문에 ▲대리점과 택배기사간 계약관계 유지 ▲표준계약서 작성 후 복귀 ▲택배노조 합법적 배송 방해 금지 등을 담았다.

이에 대해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은 "노조는 계약해지와 표준계약서 작성 거부 등을 풀기 위해 인내하고 인내하며 대화를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며 "그러나 현장에서는 일부 대리점장에 의해 합의가 거부당하고 사실상 파기당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CJ대한통운의 쟁의권이 있는 조합원들이 전국적으로 경고 파업에 돌입했다"며 "어또 다시 고객분들의 피해가 예상된다는 점에서 노조는 고객분들께 사과와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먼저 드린다"고 말했다.

이번 파업에 참여하는 인원은 약 800명으로 전해졌다. 한편 진 위원장 등은 올 초 두 달간 CJ대한통운 본사 점거 농성을 이어간 혐의로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연이은 파업 진통에 강신호 대표의 임기 여정도 순탄할 틈이 없다. 지난해 취임하자마자 택배기사 과로사 사건의 책임을 짊어진 데 이어 파업 문제에만 두 번 부딪히며 지휘 역량이 또 한 번 심판대에 오른 것이다.

파업 후유증을 극복하고 장밋빛 전망을 꿈 꾸는 상황에 예기치 못한 암초가 등장한 셈이다. 특히 강 대표는 수익성 향상 면에서 단가 인상과 해외사업 재편으로 '탄탄대로'를 열어둔 장본인이기도 하다. 1분기 노조 파업 영향으로 실적 부진이 예상된다는 증권가 추정을 뒤엎고 선방한 기세를 몰아 이번에도 경영 능력을 발휘할 지 관심이 커진다.

'전략통'으로 유명한 강 사장은 임기 시작부터 글로벌 사업 구조조정과 전략적 판가 인상 등으로 경영 효율화에 속도를 냈다. 특히 글로벌 부문에서는 동남아 택배 서비스를 중단하고 중국 현지 자회사를 매각하는 반면 미국, 인도, 베트남 등 국가에 전략적으로 집중하며 재무구조 개선책을 펼쳤다.

이에 파업을 둘러싼 모든 부정적 예측을 뒤집고 1분기 매출액 2조8569억원과 영업익 757억원을 올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1%, 57.2% 끌어올렸다.

이에 전문가들도 1분기 위기에도 불구하고 양호한 실적을 낸 만큼 올 2분기 택배 물량 회복에 더해 글로벌 부문의 수익성이 개선되면서 더 나은 성적표를 거둬들일 것이란 관측을 내놓는다. 더욱이 그간 단가 인상 전략을 펼쳐온 효과가 실적에 반영되면서 그간 3%대에 그친 영업이익률도 점차 7%대로 확대될 것이란 분석이다.

이번 파업 도돌이표가 무사히 마침표를 찍고 '명실상부 국내 1위 물류기업' 이미지를 각인시키며 리더십을 입증해낼 지 주목되는 이유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파업의 경우 택배 기사가 개인사업자 형태인 만큼 계약주체인 대리점을 제외하고 사측이 직접 대화를 하는 건 하도급법 위반이기 때문에 사측이 직접적인 교섭 주체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