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개발자 몸값 오르자 인력 유출 커진 중소형 게임사들

이상훈 기자 승인 2022.04.22 16:54 의견 0
게임업계 최초로 파업을 결의한 웹젠 노조 노영호 지회장이 18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웹젠 본사 앞에서 '김태영 대표이사 대화 촉구 및 쟁의행위 예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이상훈 기자] 게임업계의 임금 인상이 본격화되면서 우수 개발자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개발자 비중이 높은 게임사들의 경우에는 대형 게임사일수록 평균 연봉 1억원을 넘어서는 곳이 늘고 있다. 반면 매출규모가 작은 중소형 게임사는 그 보다 훨씬 낮은 평균 연봉이어서 개발자 이탈을 걱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임사 중 가장 연봉 수준이 높은 곳은 카카오게임즈다. 지난해에만 평균 연봉 1억5100만원을 기록했다. 또 엔씨소프트도 1억600만원을, 넷마블은 8100만원을 기록했다. 기타 펄어비스, 크래프톤, 컴투스, 위메이드 등도 연봉을 올리며 개발자 유출을 막기에 급급하다.

게임업계가 임금을 이처럼 올리는 것은 대작 게임의 잇단 출시와 더불어 메타버스·NFT(대체불가능토큰)·P2E(게임하며 돈벌기) 등 새로운 산업이 등장하면서 그만큼 우수 인재 확보 경쟁이 치열해진 탓이다.

결국 게임업계는 우수 개발자를 모시기 위해 몸값을 올리고, 기존 인력 이탈을 막기 위해 연봉인상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게 됐다. 그러다 보니 중소형 게임사의 인력 유출이 불거진 것이다.

같은 일을 하면서도 상대적으로 연봉 차이가 벌어지니 개발자들의 이직률은 증가하고 있다. 그와 함께 전에는 회사의 연봉제시에 순응하던 직원들이 본격적으로 임금협상에 임하는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웹젠 노조는 지난해 12월22일 진행된 임금교섭에서 일괄적으로 연봉 1000만원 인상을 요구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사측과의 교섭이 결렬되자 5월 2일 게임업계 최초로 파업에 돌입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기준 웹젠의 평균급여는 7100만원이었다.

웹젠과 1인 평균급여(7500만원)가 비슷한 데브시스터즈는 오는 7월 포괄임금제를 폐지하고 조직별 선택적 재택근무를 추진함과 동시에 법정 표준 근무시간인 주 40시간을 초과한 근무에 대해서는 연봉 외 별도 수당을 지급한다고 22일 밝히며 직원들의 마음 잡기에 나섰다. 데브시스터즈는 또 성장에 대한 동기 부여를 위해 지난해 말부터 올해 1월까지 데브시스터즈 및 해외법인 전 직원 대상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부여했다.

하지만 이 보다 조건이 열악한 게임사는 추가적인 급여 및 복지비용 지출이 어려워 난색을 표하고 있다. 게임업계 최초의 파업이 현실화되고, 기타 다른 게임·IT 기업의 노조도 웹젠 파업에 연대하는 등 임금인상 투쟁이 IT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조짐이 보여도 딱히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개발자들만이라도 급여를 올려주는 것도 쉽지 않다. 이미 개발자직군과 비개발직군 간 급여 차가 크기에 개발자만을 우대하면 또 다른 불만이 쏟아질 것이란 우려다. 직원의 급여가 오르고 보다 나은 대우를 받는 것은 바람직한 모습이지만 급여 차이가 해가 지날수록 커지는 것은 게임 스타트업의 성장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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