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은 꿈의 직장' 한전·한수원, 5년 간 성비위 46건 '망신'..예방교육 실효성 도마위
2017~2021년 성비위 사건 한전 '최다'..한수원 뒤이어
한전·한수원 5년간 성폭력 예방교육 '최다'..실효성 의문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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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25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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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꿈의 직장으로 불리는 한국전력공사와 한국수력원자력 등 공공기업이 '성비위' 민낯을 드러내며 취준생과 여성들의 씁쓸함을 불러모은다. 그간 성폭력·성희롱 예방교육을 가장 많이 펼쳐온 두 곳이 성비위 발생 건수 '쌍두마차'를 달리면서 공공기관이 진행하는 '성폭력 예방교육' 실효성에 물음표를 던지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5일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동안 산업부 산하 총 39개 공공 기관 중 26개 기관이 성비위 사건 129건에 대해 징계를 내렸다. 이 기간 한전의 성비위 사건은 26건으로 최다를 기록했다.
한전에 이어 성비위 발생 건수는 한수원(20건), 한국가스공사(10건), 강원랜드(8건)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전은 지난 2015~2019년 성비위 징계 건수에서도 총 25건으로 최다 규모를 기록했다. 최근 5년 간 징계 건수로는 한수원이 28건으로 가장 많았지만 이 중 8건의 사건은 2017년 이전에 발생했다.
같은 기간 일어난 성비위 사건 중에서도 성희롱이 109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는 신체 접촉 등 성추행에 더해 2차 가해까지 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외부뿐 아니라 회식과 출장 등 내부에서 직장 동료 및 부하 직원, 협력 업체 등을 상대로 저지른 가해도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또 최근 성비위 사건의 특성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을 이용한 스토킹과 불법촬영 등 디지털 성범죄다. 이에 처벌 수위도 해임과 정직 등으로 날로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일부에서는 처벌 수위를 높여도 공공기관의 성비위 행위가 연이어 터지고 있어 실효성 있는 예방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한전은 연도별로 2017년 3건, 2018년 5건, 2019년 6건, 2020년 3건, 2021년 8건의 성비위 사건을 처리했다. 또 지난달에는 사내 성희롱 사건 관련 직원 1명을 해임했다.
가해 내용은 ▲언어적 성희롱(24건) ▲신체접촉 성추행(1건) 등이다. 가해자의 직급은 ▲처장과 차·부장급 13명 ▲과장~직원급 12명으로 집계됐다. 한전은 이들 대상으로 ▲견책(4명) ▲감봉(7명) ▲정직(10명) ▲해임(4명) 징계를 내렸다.
한전은 지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261건의 예방교육을 실시하면서 당시 한수원(132건)과 함께 공공기관 중 가장 많은 교육을 진행한 곳으로 알려졌지만 이처럼 성비위 징계가 끊이질 않고 있다. 예방교육의 실효성 문제가 제기되는 이유다.
한전 관계자는 "성희롱·성폭력 예방 교육을 집중 실시하는 등 임직원 인식 개선에 노력하고 있다"며 "징계 수위 또한 크게 높여 엄벌하고 있는 만큼 계속해서 사내 성비위 문제를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업계 한 관계자는 "한전이나 한수원 같은 공공기업은 규모도 크고 직원 수도 많기 때문에 (성비위 징계)건수가 다른 곳과 비교해 많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사내 성폭력을 쉬쉬하는 기업들이 여전히 많은 상황에서 그만큼 사건을 덮지 않고 처리한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공공기관 성비위 징계 통계를 접한 일부 소비자들은 "내 꿈의 기업들인데", "공기업이고 공무원이고 외지로 가면 성범죄로 유배온 사람 수두룩", "저기 내 전직장인데 건수 많이 나오는 게 처리 잘 한다는 뜻이 아니라 내부 분위기가 썩어있다는 뜻임", "공기업 중에서도 엄청 보수적인 곳으로 유명하잖아", "솜방망이 처벌 아니야?", "그만큼 신고할 수 있는 제도가 구축돼 있는 거 아닌가 부러운데" 등 다양한 반응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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