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 인뱅·플랫폼 성장성 ‘흔들’..상장 첫해 성적표 부진할 듯

고점 대비 주가 반토막..부진한 실적 전망 한몫
정부 대출·플랫폼 규제에 이익 증가 기대치 하회
규제 강화 시 고유의 경쟁력 활용 기회 줄어들어
플랫폼 비즈니스 확대·대출 성장 유지..어려운 과제

윤성균 기자 승인 2022.01.26 11:43 의견 0
26일 카카오뱅크는 오전 11시 기준 유가증권시장에서 4만1150원에 거래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7월 진행된 기자간담회 현장의 모습. [자료=카카오뱅크]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한때 ‘금융대장주’ 였던 카카오뱅크의 주가가 고점대비 반토막 났다. 카카오 경영진의 스톡옵션(주식선택매수권) 리스크 여파도 있었지만 부진한 실적 전망이 주가 하락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이날 오전 11시 기준 유가증권시장에서 4만1150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8월 상장 후 한때 9만4400원까지 올랐다가 고점 대비 56.4% 하락한 모습이다.

최근 카카오뱅크 주가 하락의 1차적인 원인은 지난해 말 불거진 카카오 경영진의 주식매각 논란이다. 이로 인해 카카오 차기 대표가 교체됐고 카카오그룹주 시가총액은 20조원 넘게 증발했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카카오뱅크의 부진한 실적도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3분기에 이어 4분기 실적도 시장 기대치를 밑돌 것으로 전망되며 카카오뱅크의 미래 성장성 자체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4분기 카카오뱅크는 전분기 대비 4.4% 증가한 543억원 내외의 순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시장 기대치 647억원 대비 부진한 실적”이라고 평가했다. 올해와 내년 순이익 예상치도 각각 27.8%, 23.6% 낮춰 잡았다.

정부의 대출 규제 영향으로 이자이익이 줄었고 당초 기대했던 것과 달리 플랫폼 수익도 크게 늘지 않았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는 4분기 고신용자 신용대출을 중단한 데 이어 전월세대출도 한시적으로 중단한 바 있다. 고신용자에 대한 신용대출은 아직도 재개하지 못하고 있다.

상장 당시 기대감을 키웠던 플랫폼 비즈니스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자체 중금리 대출 목표를 맞추는 데 급급했던 데다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및 금융소비자보호법 강화로 연계 대출에 대한 제약이 커졌기 때문이다. 증시 조정으로 증권연계계좌 수수료도 증가세가 꺾였다.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가계대출 총량 증가율 목표를 지난해 5~6%에서 올해 4~5%로 강화했다. 빅테크 플랫폼에 대한 ‘동일기능 동일규제’ 원칙에 따른 규제 강화도 일찌감치 예고된 상태다.

서 연구원은 “인터넷전문은행은 기존 대형은행 대비 탁월한 경쟁 우위를 갖고 있지만 대출 총량 규제를 유지하면 고유의 경쟁력을 활용해 수익을 늘릴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 것”이라며 “금융 불안정성 확대 시 인터넷전문은행, 핀테크사에 대한 규제가 보다 더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의 미래성장성에 대한 의문은 지난해 상장 전후로 꾸준히 제기됐었다. 카카오뱅크가 ‘금융 대장주’로 화려하게 증시에 입성했지만 재무지표 면에서 다른 금융지주에 한참 못미치는 데다가 플랫폼으로서 뚜렷한 차별점도 없기 때문이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보고서에서 “카카오뱅크는 플랫폼이기 전에 은행이기 때문에 은행법이 요구하는 규제를 충족하며 영업해야 한다”면서 “기존 국내 은행들과 차별화되는 비은행 서비스로의 확장이 어렵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사실상 국내 은행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인 BNK투자증권 연구원도 지난해 첫 카카오뱅크 매도 보고서를 내놓으며 “현재의 시가총액은 기대감을 상회해 선반영된 것으로 판단하는데 향후 시장예상치를 상회하는 이익을 지속적으로 창출해야만 추가 적인 주가상승이 가능할 것”이라며 “플랫폼을 활용한 비이자이익 확대, 높은 대출성장 지속, 검증된 신용평가시스템을 활용한 리스크 관리 등 보여주어야 하고 실현하기도 쉽지 않은 과제”라고 꼬집었다.

카카오뱅크는 내달 9일 기업설명회를 열고 지난해 4분기와 연간 경영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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