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성 칼럼] 북미회담 마의 걸림돌 '대북제재' 어떻게 되나?

북미 회담 성공하려면?

김재성 주필 승인 2019.02.20 10:29 | 최종 수정 2019.03.27 12:56 의견 6

[한국정경신문 김재성 주필] 춘추시대, 제일 먼저 중원의 패자로 등장한 제나라 환공이 요즘 유엔 총회와 같은 제후회의를 소집했다. 여기서 나온 맹약, 이른바 규구회맹이 환공을 빛낸다. 그 다섯 개 항목 중 하나가 무알적, 즉 <식량의 왕래를 막지 않는다.>이다. 요즘 말로 무역을 막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때가 서기전 651년, 공자가 태어나기 정확하게 100년 전 이야기다. 

또 있다. 진晉 나라 회공은 진秦 나라에서 망명생활을 하다가 진秦 목공의 도움으로 권토중래 했다. 회공은 진晉 나라 궁실로 들어가면 3개 읍 진상으로 보은하겠다고 약조 했다. 그러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전 임금의 부인인 형수를 겁탈하는 등 망나니로 굴었다. 그 진晉 나라에 흉년이 들었다. 그러자 염치도 없이 진秦에 도움을 요청했다. 신료들이 반대했다. 그러나 목공은 “그 백성들이 무슨 죄가 있겠느냐”며 쌀을 보냈다. 규구회맹과 비슷한 시기의 이야기다.

마지막까지 의구심을 떨치지 못했던 한반도 평화가 거짓말처럼 현실로 다가 오고 있다. 북미가 2차 정상회담 날짜와 장소를 먼저 못 박아놓고 의제를 협상하는 식으로 강행하는 것을 보면서 북한의 핵 폐기, 미국의 평화의지 진정성이 확인되기 때문이다. 
막판 씨름을 하고 있는 하노이의 김혁철-비건의 담판 의제는 12가지. 지금까지 흘러나온 얘기를 종합하면 북한이 이미 실행 에 들어간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와 동창리 미사일 발사대 해체 과정에 전문가 참관을 통한 검증, 이에 따른 상응조치로 종전선언과 평양연락사무소 설치까지는 얘기가 잘 풀린 듯하다. 

이제 와서 보니 지난 해 6월 싱가폴 회담은 양쪽이 다 진심이었다. 그러나 2차 대전 후 지구상에서 가장 오랜 기간 적대관계를 유지해온 북미가 순간의 진정성 만으로 그간에 쌓인 불신을 해소하기에는 태부족, 서로 상대에게 행동으로 보여줄 것을 요구했다. 
먼저 행동에 나선 것은 김정은 위원장이다. 풍계리 핵실험장 파괴, 동창리 미사일 발사대(ICBM) 해체 그리고 영변 핵시설 해체용의 선언 등, 북한 입장에서는 커다란 모험이었다. 이처럼 선대미답의 길에 나서는 김정은 위원장에게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와 남북 화해 이벤트는 큰 위안과 힘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마의 걸림돌이 있다. 유엔의 이름이지만 실질적으로 미국이 주도하는 대 북한 경제 제재다. 북한 입장에서는 제재해제 없는 화해는 국수 없는 잔치다. 반면에 미국은 잔치 끝난 후 내놓을 밥상이다. 그래서 2차 북미회담 의제조율도 바로 이 대목에서 걸려있다.   
북한은 핵 능력의 60%에 해당하는 영변시설 폐기 대가로 종전선언 플러스 알파 즉 제재완화 혹은 인도적 지원, 핵 폐기 후 경제발전 지원 약속 등을 요구한다. 반면에 미국은 영변시설 파기 외에 포괄적 핵 신고 등 플러스알파를 요구한다. 양쪽 다 요지부동이다.   

이 대목에서 한국이 나섰다. 금강산 관광 등 남북 경제협력으로 물꼬를 터보자는 제안이다. 북한도 고개를 끄덕이고 미국도 만지작거린다고 들린다. 이 안이 성사되면 우리로서는 대박이다. 북한은 우리에게는 가장 유리한 미개척 시장이다. 국제사회가 우리를 부러워한다지 않은가? 하지만 무기의 그늘에 등을 대고 사는 미국 우파 국회의원, 지식인들의 태도는 여전히 냉담하다. 

한국 보수들은 한 술 더 뜬다. 야당은 미국까지 건너가서 트럼프 반대자들을 만나 펌프질을 했다. 북핵문제에 대한 한국 우파 학자들의 글을 보면 ‘주인보다 마름이 더 무섭다’는 말이 떠오른다. 그들이 받았을지도 모를 장학금을 조사해보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이번에 북한이 제안한 제재완화 속에는 연료반입허용 상향조정(정제유 50만배럴, 원유 400만배럴)이 있다. 우리가 예사로 쓰는 ‘경제 제재’라는 말이 얼마나 비인간, 반문명적인 단어인가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면서 북한 인권을 들먹이고 백성을 굶어 죽이는 나라 운운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북한을 위해서도 문명국의 명예를 위해서도 대북제재는 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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