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마이데이터 서비스는 이미 제공 중’이라는 말

윤성균 기자 승인 2021.07.09 11:25 | 최종 수정 2021.07.09 11:31 의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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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서비스’는 기존에 있던 서비스인가, 새로운 혁신 서비스인가. 마이데이터 서비스의 정체성이 새삼 논란이 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8일 마이데이터 사업에 필요한 API(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 도입 의무화 기한을 유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로 개발인력 확충에 어려움을 느낀 일부 마이데이터 사업자들이 API 의무화 기한 유예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대다수 언론이 이를 ‘마이데이터 사업 연기’, ‘마이데이터 사업 시행 무산’ 등으로 표현하면서 불거졌다. 금융위는 즉각 보도설명자료를 내고 “개인신용정보를 한 곳에 모아 통합관리하는 금융 마이데이터 서비스는 이미 제공 중”이라며 “마이데이터 서비스 자체가 연기된다는 일부 언론 등의 보도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주지 않도록 보도에 유의하라고도 덧붙였다.

마이데이터는 흩어진 개인 신용정보를 한곳에 모아 보여주고 재무 현황·소비패턴 등을 분석해 적합한 금융상품을 추천하는 등 자산·신용관리를 도와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소비자의 금융정보를 일괄조회하는 서비스는 기존에도 있었다. 그렇게 본다면 금융위 관점이 맞다. 마이데이터 사업은 이미 시행 중이다.

금융위는 마이데이터 사업의 시행일을 지난 2월 4일로 봤다. 이날부터 개정 신용정보법에 따라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기존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마이데이터 본허가 취득에 실패한 하나은행, 카카오페이, 삼성카드 등이 관련 서비스를 중단하기도 했다.

현재 추진 중인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기존 서비스와 가장 다른 부분은 표준 API의 도입이다. 기존 서비스들은 대부분 ‘스크래핑’ 방식을 사용했다. 스크래핑은 업체가 고객의 아이디/패스워드, 공인인증서 서명 등의 인증정보를 저장한 후 은행 등 정보제공자에게 고객 대신 인증정보를 제시해 전체 고객정보를 일괄조회하는 방식이다.

반면 표준 API 방식은 인증 주체가 업체에서 소비자로 바뀌고 정보에 접근 통제가 용이해진다. 또 데이터가 표준화 돼 사업자간 데이터를 원활하게 수집·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이 표준 API 의무화가 오는 8월 4일로 예정돼 있었다. 언론이 이날을 마이데이터의 본격적인 시행일로 보는 이유다.

금융위는 지난 2018년 마이데이터 사업 도입을 추진하면서 기존 서비스와의 차별점을 강조했다. 자신의 신용정보를 한 눈에 파악해 쉽게 관리할 수 있고 소비자의 금융주권이 보호된다고 말했다. 창의적인 플레이어들이 진입해 혁신적인 금융서비스를 내놓을 거라고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마이데이터 서비스는 이미 시행 중”이라는 금융위 말은 새로운 서비스를 기다려온 소비자를 김빠지게 만드는 일이다. 마이데이터가 혁신적인 서비스가 될 수 있을지 여부는 지금 알 수 없다. 다만 금융위 스스로 미래 핵심 사업의 의의와 중요성을 축소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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