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 = 장원주 기자] 무술년 달력도 이제 한 장 남았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희망찬 내년 설계에 들어가야 할 시점. 유난히 스산한 세밑을 보내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각종 혐의로 법정을 오가는 재계총수들이다.
올해 사업을 마무리하고 내년 사업구상의 청사진을 마련해야 하지만 이들은 법적 대응에 전력투구해야 한다. 총수의 거취에 따라 이들 기업의 미래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오리무중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회장이 그 장본인들이다.
오너 리더십이 강한 한국 기업문화에서 총수의 공백은 해당 기업의 매래전략 동력의 상실을 의미한다.
이들 총수들은 상고심, 항소심, 1심 판결 등을 각급 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최종 대법원 판결에 따라 언제든 법정 구속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들은 '교도소 담장을 걷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신 회장은 지난 21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그룹 경영 투명성과 주주 권익을 강화를 골자로 하는 '뉴롯데' 비전을 제시했다. 그룹의 한 축을 맡고 있는 롯데케미칼을 자회사로 편입시키는 등 롯데지주를 중심으로 '1인 지배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또한 미얀마와 터키의 업체 2곳을 인수하거나 협상 진행 중이다. 아울러 한국미니스톱 인수전에도 뛰어드는 등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지난달 8개월여 간의 수감생황을 마치고 집행유예로 출소, 경영일선에 복귀한 지 불과 3주만에 이뤄진 숨 가쁜 행보다.
신 회장은 국정농단 사건과 총수일가 급여지원 혐의 지난 2월 법정 구속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면세점 사업 등 그룹 현안에 도움을 달라고 청탁하며 70억원의 뇌물을 줬다는 혐의에 대해 2심도 유죄를 인정했지만 강요에 의한 것으로 판단,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다.
검찰은 상고심에서 신 회장의 또 다른 혐의인 경영비리에 집중할 전망이다. 신 회장은 1심에서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씨 등에게 불법으로 급여를 지급해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가 유죄로 선고됐지만, 항소심은 이를 무죄로 판단했다. 법률심인 상고심에서 양형부당을 주장할 수 없지만, 검찰은 경영비리에 대한 유죄를 주장하면서 항소심이 유죄로 인정한 뇌물 혐의와 합해 새로운 형을 정해달라고 요청할 방침이다.
박 전 대통령의 상고심 주심 대법관이 지난달 중순 정해짐에 따라 국정농단 사건 심리에 속도가 붙었다. 그 결과에 따라 신 회장의 운명도 내년 상반기 중 결론 날 전망이다. 경영일선에 복귀하며 의욕적으로 그룹 정비에 나서고 있지만 항상 뒤가 가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조 회장에게 올해는 최악의 한 해로 기억될 전망이다. 일가족 4명이 포토라인에 서는 드문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갑질 논란'과 횡령 및 배임 혐의 등으로 조 회장 본인과 부인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막내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도합 14차례 포토라인에 섰다.
최근 강성부 전 LK투자파트너스 대표가 설립한 사모투자펀드인 KCGI(Korea Corporate Governance Improvement)의 부상으로 경영권마저 위협다고 있다. 이 펀드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목표로 지배구조가 취약하거나,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기업의 지분을 사들여 경영에 참여하는 ‘주주행동주의’를 지향한다.
이 펀드는 한진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의 지분 9%를 획득해 2대 주주로 올라섰다. 30%에 달하는 조 회장 일가에는 못 미치지만 8.35%를 보유한 3대 주주 국민연금을 포함해 소액주주를 끌어들일 경우 내년 주주총회에서 회장 일가 지분을 넘어설 전망이다.
내년 3월 주총에서는 한진칼 등기임원 7인 중 4인에 대한 신임 이사 및 감사 선임의 건이 상정된다. 그동안 이사진 모두 조 회장과 개인적 인연이 있는 인물들로 채워져 있어 이사회 독립성 훼손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KCGI가 조 회장의 퇴진을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이사진 및 감사 선임을 주주 이익에 부합하는 인물로 세울 가능성이 크다. 그만큼 조 회장의 기업 지배력은 약화할 수밖에 없다.
박 회장은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의 검찰 고발을 목전에 두고 있다. 공정위는 금호홀딩스가 지난 2016년 금호산업 등 7개 계열사에서 자금을 차입할 때 이자율을 낮게 책정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호홀딩스가 외부회사에서 빌린 돈의 이자율은 5~6.75%인 데 반해 계열사에서 빌린 자금의 이자율은 2~3.7%다. 전형적인 계열사 부당지원 행위라는 판단이다.
박 회장은 올해 '기내식 대란'과 기체 결함, 자녀 '낙하산 인사' 등으로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다. 아시아나항공의 영업이익은 2분기와 3분기 각각 전년 대비 각각 11.2%, 14.8% 감소했다.
2009년 발발한 '형제의 난' 이후 2016년 독립한 동생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이 그동안 악재를 털고 올해 영업이익 5000억여원을 돌파라는 기염을 토하는 것과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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