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서재필 기자] 신세계그룹의 한달 빠른 2026년 정기임원인사로 정용진 회장과 정유경 회장의 계열 분리 및 독립 경영 체제가 빠르게 구축되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26일 예년보다 한달 빠르게 내년 정기임원인사를 발표했다. 이번 인사는 지마켓, SSG닷컴, 신세계디에프, 신세계푸드, 신세계건설, 조선호텔앤리조트, 신세계인터내셔날, 신세계라이브쇼핑 등 8개 계열사 대표가 교체됐다.

(왼쪽부터) 정용진 이마트 회장, 정유경 ㈜신세계 회장(사진=신세계그룹)

신세계그룹 측은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발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리더십을 일찍 구축하겠다는 의지”라며 “회사가 당면한 과제를 신속하게 실행하고 미래 성장 계획을 한 발 앞서 준비하고자 조기 인사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인사는 정용진 회장과 정유경 회장의 계열 분리 후 첫 임원인사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그룹 차원으로는 안정 속 쇄신 기조를 바탕으로 인사를 강조했다. 정용진 회장의 이마트 부문에서는 이커머스 및 이마트 본업경쟁력 강화를, 정유경 회장의 ㈜신세계 부문에서는 독립적인 경영권 강화 및 고마진 사업에 초점을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마트 부문에서는 한채양 이마트 대표와 임영록 신세계프라퍼티 사장, 손정현 SCK컴퍼니 대표 등이 유임됐다. 긍정적 실적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핵심 주력사들은 안정을 유지하겠다는 기조로 풀이된다.

이커머스 부문에서는 새로운 리더십으로 경쟁력 강화를 꾀한다. G마켓과 SSG닷컴은 각각 제임스 장, 최택원 대표 등이 내정됐다.

제임스 장 G마켓 대표는 외부 이커머스 전문가 출신으로 신세계-알리바바 합작법인의 새로운 대표로 부임한다. 알리바바 산하 라자다 필리핀 공동 창업자로 알려져 있다. 최택원 대표는 이마트 영업본부장 출신으로 이마트와의 협업을 통한 신선식품 경쟁력 강화 및 시너지 극대화 추진한다.

(왼쪽부터) 박주형 사장, 문성욱 사장(사진=신세계그룹)

㈜신세계는 계열 분리 이후 처음으로 정유경 회장이 독자적인 인사권을 행사했다. 특히 정유경 회장의 최측근들을 요직에 배치하면서 독립적인 사업 기반을 쌓고 있다는 평가다.

먼저 박주형 신세계백화점 대표겸 센트럴시티 대표가 사장으로 승진한다. 박주형 사장은 1985년 신세계에 입사해 40여 년간 근무한 정통 신세계맨이다. 정유경 회장은 2023년 박주형 사장에게 백화점 고급화 전략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후 강남점 스위트 파크, 본점 디 에스테이트 등 리뉴얼을 주도하며 성과를 입증했다.

문성욱 시그나이트 대표도 사장으로 승진한다. 문성욱 사장은 정유경 신세계 총괄회장의 남편이자 그룹 내에서 정유경 회장 라인의 핵심 인물이다. 시그나이트는 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투자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여기에 정유경 회장이 강조하는 3대 축인 백화점·패션/뷰티·라이브쇼핑 중의 한 축인 라이브쇼핑의 대표이사도 겸직한다.

주요 사업축 중 하나인 패션/뷰티 부문에는 쇄신을 단행한다. 정유경 회장은 패션/뷰티 사업을 담당하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수장에 김덕주 해외패션본부장을 대표로 내정했다. 김덕주 대표는 신세계인터내셔날 대표겸 신세계톰보이 대표를 겸한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코스메틱 부문에는 젊은 인재의 중용이 눈에 띈다. 코스메틱1부문 대표에는 1980년생인 서민성 대표가 선임됐다. 서 대표는 신세계백화점과 신세계인터내셔날 등에서 뷰티 사업 혁신 전략 수립을 주도했던 전문가다. 코스메틱2부문 대표로 내정된 그룹 최초의 여성 CEO 이승민 대표 역시 1985년생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용진 회장이 실적 부진에 대한 강력한 문책과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외부 수혈 및 세대교체에 방점을 뒀다면, 정유경 회장은 성과가 탁월한 전문 경영인에게 보상을 주고 오너 일가의 영향력을 확대해 사업 전문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뒀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