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로 인한 국가전산망 마비 사태에 은행권이 직격탄을 맞았다. 신분 확인, 공공기관 연계 서비스 전반에서 심각한 장애가 발생하며 추석 연휴를 앞둔 고객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대전 본원 화재로 전산망 마비 사태가 나흘째 이어지는 29일 서울의 한 시중은행에 관련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6일 발생한 국정자원 데이터센터 화재로 행정안전부의 ‘정부24’를 비롯한 국가전산망이 마비되면서 은행권의 비대면 금융 서비스가 심각한 장애를 겪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신분 확인 서비스다. 주민등록증 진위 확인 시스템이 멈추면서 비대면 계좌 개설, 대출 신청 등 본인 확인이 필수적인 업무에 차질이 생겼다. 현재 은행들은 실물 운전면허증, 여권, 외국인등록증과 모바일 신분증을 통해서만 본인 확인이 가능한 실정이다.

정부24를 통해 서류를 제출받던 비대면 신용대출 및 주택담보대출 상품의 경우 신규 신청이 한때 중단되기도 했다. 공공 마이데이터를 활용해 각종 증명서를 자동으로 제출받던 서비스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현재 주요 시중은행의 경우 대체 신분증과 서류가 있으면 대출 신청과 심사에는 큰 문제가 없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공 서비스와 연계된 마이데이터 서비스들도 멈췄다. KB국민은행의 국민지갑, 신한은행의 국민비서·공공서비스 즐기기, 하나은행의 국민비서·혜택알리미, 우리은행의 전자문서지갑 등 이 일제히 중단됐다.

신분증 확인의 경우 다른 신분증이나 영업점 창구를 통한 대면 신분 확인으로 대체할 수 있다. 하지만 공공 마이데이터 서비스의 경우 정부 시스템의 완전한 복구가 이뤄져야 재개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모든 업무가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인터넷전문은행의 타격은 더욱 컸다. 토스뱅크는 주택담보대출 등 일부 대출상품 취급이 어려운 상황이다. 케이뱅크는 화재 직후 개인사업자대출과 아파트담보대출이 중단됐으나 현재 모든 대출이 정상취급 중이다.

카카오뱅크는 주택담보대출과 전월세대출의 경우 공공마이데이터 대신 고객이 서류를 직접 촬영해 이미지로 제출하는 방식으로 대출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신용대출은 건강보험공단 스크래핑을 통해 소득 등 심사가 가능하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은행들은 위기대응 체계를 가동했다. 주요 그룹사와 함께 대응 상황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해 실시간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전 직원을 대상으로 중요 안내사항을 배포하고 영업점 고객 응대 매뉴얼을 준비하는 등 월요일 업무 개시에 대비했다.

문제는 은행 서비스의 완전한 정상화가 단기간 내에 어렵다는 점이다. 일부 시스템이 물리적으로 손상돼 복구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은행권은 대체 가능한 수단을 통해 업무를 처리하며 고객 불편 최소화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은 국정자원 전산망 복구에 달려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분증 확인처럼 대체 수단 마련이 가능한 서비스부터 우선적으로 정상화하고 있다”면서도 “공공 데이터 연계가 필수적인 업무는 정부 시스템이 복구될 때까지 정상화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은 핵심인 신분증 진위 확인 서비스의 경우 대체 수단이 마련됐기 때문에 일상적인 은행 업무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실물 서류가 있고 본인 확인이 정상적으로 된다면 계좌 개설·대출 신청 등이 가능하다”면서 “평시보다는 불편하겠지만 일상적인 은행 업무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