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이찬진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권과의 첫 상견례에서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이목이 쏠린다. 첫 만남의 분위기와 메시지에 따라 향후 금융감독 정책의 방향과 강도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임 원장들과는 다른 이력과 성향을 가진 이 원장의 스타일에 대한 분석과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이찬진 신임 금감원장이 14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원장은 오는 28일 은행장들과 간담회를 갖는다. 이번 간담회는 이 원장이 은행장들을 처음 만나는 상견례 자리다. 은행연합회장 및 20개 국내 은행의 은행장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날 회동은 향후 금감원의 감독 정책 방향을 알리는 중요한 자리가 될 전망이다. 역대 금감원장들은 첫 상견례 자리에서 저마다의 스타일로 금융권을 향한 분명한 메시지를 던져왔다.

검사 시절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렸던 이복현 전 원장은 첫 만남부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은행의 지나친 이익 추구를 비판하며 대출금리 인하를 강하게 압박했다. 학자 출신인 윤석헌 전 원장 역시 취임 일성에서 ‘금융사와의 전쟁’을 언급하며 엄정한 감독 기조를 예고했다.

반면 정통 경제관료 출신인 정은보 전 원장은 시장친화적이고 안정적인 메시지로 소통과 협력을 강조했다.

법조인 출신으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에서 활동한 이 원장은 취임 이후 토론과 협의를 통한 문제 해결을 강조해왔다. 이는 강압적인 방식보다는 금융권의 자발적 협조를 이끌어내는 데 무게를 두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다만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이자 최측근 인사라는 점은 변수다. 이 원장이 정부의 핵심 정책 기조를 관철하기 위해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간담회의 핵심 의제는 단연 ‘생산적 금융 전환’이 될 전망이다. 생산적 금융 전환은 기존의 가계대출이나 부동산 등 비생산적 분야에 쏠린 자금의 물길을 혁신·벤처기업, 첨단산업 등 실물경제 성장 분야로 돌리는 것이다.

정부는 민관합동으로 10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를 조성하고 있다. 각 은행별로 1조~2조원 수준의 참여를 기대하고 있다.

이 원장은 취임사에서 “모험자본 공급 펀드와 중소기업 상생지수 도입을 통해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모험자본 공급을 확대하겠다”며 정책 추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생산적 금융 전환이라는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은행들의 자발적 참여가 필수적이다. 강압보다는 협력을 통한 동참을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 원장은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으로 활동하며 금융시장에 대한 이해와 경험을 쌓았다. 은행들이 생산적 금융 전환에 동참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들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규제 완화와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은행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려는 접근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정부에서 생산적 금융 전환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은행권이 보다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지 않겠느냐”면서 “어느 정도 규제 완화가 이뤄져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