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당진에 위치한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전경. (자료=현대제철)
[한국정경신문=김수은 기자] 현대제철이 '수소산업'을 지렛대로 '철강 불황 탈출'에 무게를 싣고 있다. 실제로 국내 유일의 수소전기차 생산업체인 현대자동차와 함께 미래 글로벌 시장 선점 전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수소전기차의 '심장'이라 불리는 금속분리판과 대표적 친환경 원료인 수소의 생산량 확대로 침체된 '굴뚝 기업'의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게 현대제철의 향후 포부다.
■ 현대차와 수소전기차 글로벌 시장 공략, 철강기업 한계 탈출
15일 업계에 따르면 수소전기차는 수소를 연료전지로 전기모터에 전력을 공급해 움직이는 친환경적 이동수단이다. 전세계적으로 이산화탄소 규제가 강화되면서 완성차업체들은 앞다퉈 수소전기차 개발에 뛰어들었다.
현대제철이 친환경 분야로 체질 변화를 통해 수소전기차 시장 공략에 나선 이유는 코로나19로 철강업계 침체가 장기화되고 성장 한계에 부딪히는 등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내수부진과 수출절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다 중국 업체들의 중저급 철강재 공급 과잉으로 기존 사업으로는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현대제철은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서둘러 미래 산업 발굴에 나섰고 친환경차 분야 기술 혁신을 통해 사업 전환을 서둘렀다. 시장 전망이 밝은 만큼 계열사인 현대자동차가 일찌감치 수소전기차 개발에 나선 것도 판로 및 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됐다. 국내 유일의 수소전기차인 넥쏘를 생산하고 있는 현대차는 토요타(미라이), 혼다(클래리티)와 함께 전세계 대표적인 수소전기차 업체로 손꼽힌다.
국제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전 세계 수소차 시장 규모는 2018년 5만대에서 2022년 26만대로 증가했다. 오는 2030년에는 220만대로 확대될 전망이다.
현대제철 당진 금속분리판 공장에서 제품이 생산되고 있다. (자료=현대제철)
■ 수소전기차 '심장' 금속분리판 생산 확대, 신산업 드라이브 가속화
현대제철은 본격적으로 신산업 드라이브를 가속화하기 위해 지난 3월 충남 당진에 수소전기차용 금속분리판 공장을 설립해 금속분리판을 양산하고 있다. 금속분리판은 수소전기차의 심장으로 불리는 스택(수소를 전기로 바꿔주는 장치)의 핵심부품이다.
수소전기차 1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약 1000여개의 금속분리판이 필요하다. 수소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스택은 총 220개 셀로 구성된다. 사람 몸의 세포와 같은 셀은 금속분리판과 이를 밀봉하는 개스킷을 비롯해 기체확산층(GDL)과 막전극접합체(MEA) 등으로 이뤄진다. 금속분리판은 기체확산층과 막전극접합체의 지지대 역할을 하며 수소와 산소가 통과하는 길을 만들어준다.
수소전기차용 금속분리판은 소재를 매우 얇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높은 기술력이 필요하다. 하나의 스택에서 금속분리판의 비중은 50%를 차지하므로 정밀하고 완벽한 기술력이 없이는 수소전기차 핵심 부품을 생산할 수 없다.
현대제철은 이미 국내 최초의 수소전기차 넥쏘를 생산하는 현대차에 납품하며 그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현대제철은 후발주자에 속하지만 미래 산업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로 우수한 기술력과 안정적인 생산 인프라를 확보하고 있어 업계를 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앞서 현대제철은 지난해 12월 ‘FCEV 비전 2030’을 발표하고 “2030년까지 수소전기차 생산량을 연 50만대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계획은 정부의 수소경제 활성화 정책과 맞물리면서 현대제철의 미래 신산업 청사진을 제시해주고 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올해 1만6000대 분량의 전기수소차에 대응할 수 있는 생산체제를 확보하고 오는 2022년 4만6000대 규모로 확대할 방침”이라며 “오는 2030년에는 현대차와 기아차가 생산하는 모든 수소전기차에 사용될 금속분리판을 납품할 것”이라고 말했다.
충남 당진에 있는 수소 공장 전경. (자료=현대제철)
■ 연산 3000t 부생수소 생산 공장 가동, 47만3000대 충전 능력
현대제철은 수소차 보급 확대에 따라 신사업인 수소 생산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 위한 준비는 이미 3~4년 전부터 진행됐다. 지난 2016년 현대제철은 약 500억원을 들여 수소공장을 세웠다. 현재 현대제철은 제철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생수소를 활용해 연산 3000t 규모의 부생수소 생산하는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현재 시간당 341㎏, 하루 약 8200㎏, 연간 300만㎏ 등의 수소가 생산되고 있다. 현대차의 수소전기차인 넥쏘 1회 충전량이 6.33㎏이므로 하루 약 1300대, 연간 47만3000대를 충전할 수 있는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부생 수소는 생산 공정에서 부산물로 발생하는 수소를 말한다. 철강 공정에서 나오는 부생 가스는 수소함량이 57%로 낮아 많은 정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제철소에서 나오는 부생가스는 코크스가스와 고로가스, 전로가스로 나뉜다. 그중에서 COG(Coke Oven Gas)라고 부르는 코크스가스를 정제해서 고순도 수소를 생산한다.
수소전기차의 연료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99.999%의 고순도 수소여야 한다. 순도가 높아야 핵심 부품인 스택에 무리가 가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제철 화성 공장에서도 부생수소는 생산되고 있다. 하지만 현대제철은 수소의 안정적인 수급을 위해 추가로 투자를 진행해 충남 당진공장에서도 수소를 생산하고 있다. 현대제철이 공급망을 확대하는 이유는 향후 탄탄한 신산업 성장 토대가 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충남 지역은 수소전기차 관련 자동차 부품기업이 많고 항만을 중심으로 산업단지와 LNG 기지 등 수소산업 성장을 이끌 인프라가 갖춰져 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수소전기차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수소의 안전적인 공급은 필수”라며 “현대제철이 수소 생산을 신산업으로 육성하는 것은 자체 생산 공정에서 수소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앞으로 다가올 수소 시대를 대비하고 수소경제 대중화에도 기여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저작권자 <지식과 문화가 있는 뉴스> ⓒ한국정경신문 | 상업적 용도로 무단 전제, 재배포를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