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必)환경시대 유통 트렌드] ① 식물성 재료 '대체육', 식량난 해소 주역될까

이혜선 기자 승인 2020.01.14 06:00 의견 0

우리는 '친환경 시대'를 넘어 '필(必)환경' 시대를 살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도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2020년을 맞아 세계의 '필환경' 사례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미국 코스트코 매장에 판매 중인 '비욘드버거' (자료=비욘드미트)

[한국정경신문=이혜선 기자] 베지테리언과 비건 인구의 증가, 친환경적 소비 트렌드 확산에 따라 '대체육'이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다. '대체육'은 콩·밀 등 식물성 재료를 활용해 만든 '고기 아닌 고기'를 말한다.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환경오염 우려와 동물 복지 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채식주의자를 넘어 '윤리 소비'를 지향하는 일반 소비자가 대체육 시장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대체육이 미래의 식량난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적지 않다.

13일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지구촌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 2017년 기준 전 세계 대체육류 시장규모는 41억달러(약 4조7376억원)로 오는 2026년까지 81억달러(약 9조3563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식물성 고기의 선두주자는 임파서블푸드다. 지난 2011년 스탠퍼드 교수가 창업한 푸드테크(식품산업과 관련 산업에 4차 산업기술 등을 적용해 이전보다 발전된 형태로 산업과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기술) 회사다. 5년간 연구를 통해 고기와 비슷한 식감의 밀 단백질, 감자 단백질 등 식물성 재료만 이용해 고기 패티를 만들어냈다.

임파서블푸드는 지난 10일(현지시간) 폐막한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0에서 식물성 돼지고기로 만든 탄탄면과 슈마이·미트볼을 공개하기도 했다. 임파서블푸드는 식물성 돼지고기로 아시아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경쟁업체 비욘드미트는 나스닥에 상장되면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빌 게이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등 유명인의 투자로 더욱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비욘드미트는 콩·버섯·호박 등에서 추출한 식물성 단백질을 효모·섬유질 등과 함께 배양해 고기의 식감과 풍미를 만든다. 코코넛 오일을 이용해 육즙까지 재현해냈다.

미국 최대 축산 기업인 타이슨푸드도 레이즈드&루티드라는 이름의 대체육 브랜드를 선보였다. 네슬레 역시 지난 2017년 인수한 기업 스위트어스 브랜드를 앞세워 대체육류 패티를 넣은 햄버거 '어썸버거' 판매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맥도날드의 식물성 버거 'P.L.T' (자료=맥도날드)

대체육의 인기는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업계에도 적용되고 있다. 버거·피자·타코까지 다양한 종류의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가 최근 대체육류를 활용한 메뉴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맥도날드는 지난해 9월 비욘드미트와 공동으로 식물성 버거 'P.L.T'를 시험 판매했다. KFC는 지난해 8월 비욘드미트에서 만든 치킨너겟과 윙의 시범 판매를 시작했다.

버거킹 역시 지난해 3월부터 세인트루이스에서 임파서블푸드의 식물성 단백질 패티를 사용한 '임파서블 와퍼'를 판매했다. 당시 버거킹은 2019년 연말까지 미 전역 7000여개의 매장에서 식물성 패티로 만든 버거를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달부터는 미국 139개 버거킹 매장에 신제품 '임파서블 소시지'도 출시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델타코는 지난해 4월부터 대체육으로 만든 타코를 출시했다. 미국 피자 체인브랜드 리틀 시저스도 토핑으로 인공고기 소시지를 올린 피자를 선보였다.

롯데푸드 '엔네이처 제로미트'의 너겟과 커틀릿 제품. (자료=롯데푸드)

국내에서도 대체육을 활용한 메뉴가 속속 출시되고 있다. 동원F&B는 지난해부터 비욘드미트의 햄버거 패티를 독점 수입해 유통하고 있다. 동원F&B는 소고기맛 햄버거 패티인 비욘드버거(패티)와 구운 닭고기와 비슷한 비욘드치킨스트립, 소고기를 잘게 다져 밑간을 한 듯한 비욘드비프크럼블 등을 선보였다.

롯데푸드도 같은 해 4월 대체육 브랜드 '엔네이처 제로미트'를 론칭했다. 통밀에서 100% 순식물성 단백질만 추출해 고기의 근섬유를 재현했다. 너겟·커틀릿 등을 출시해 4만여개를 판매했다.

편의점 CU는 지난해 11월 식물성 고기로 만든 '채식주의 간편식 시리즈(도시락·버거·김밥)'을 순차적으로 출시한다고 밝혔다. 세븐일레븐 역시 푸드테크 스타트업 '지구인 컴퍼니'에서 국내 최초로 개발한 식물성 고기 제품 '언리미트 만두'를 출시했다.

전문가들은 대체육 시장이 고기 섭취를 꺼리는 베지테리언이나 비건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업계의 공격적인 투자로 맛을 내는 기술은 이미 '가짜 고기가 진짜 고기를 넘어섰다'는 평이 나올 정도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때문에 진짜 고기를 좋아하지만 건강을 고려하고 환경과 동물을 생각하는 소비자가 대체육 시장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고 진단한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AT커니는 보고서를 통해 "2040년에는 전 세계에서 소비되는 육류의 60%가 대체육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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