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우리금융지주 전임 회장 연루 부당대출로 촉발된 금융감독원의 ‘매운맛’ 검사 결과에 KB금융과 NH농협금융지주도 직격탄을 맞았다. 수백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이 드러났고 해외 자회사와 대주주에 대한 우회지원 등 지배구조상 취약점도 노출됐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이 전날 발표한 ‘2024년 지주·은행 등 주요 검사결과’에서 우리금융의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연루 부당대출을 비롯해 KB금융·NH농협금융 및 계열사에 대한 주요 검사 결과도 담겼다.

KB금융그룹과 KB농협금융 본사 전경 (자료=각사)

특히 KB금융의 해외 자회사 우회지원과 NH농협금융의 대주주 우회지원 문제가 주요하게 거론됐다.

KB국민은행은 해외 자회사인 부코핀은행(현 KB뱅크)에 유동성 지원을 결정하면서 송금일 당일 아침에 이사회에 자금 송금 필요성만 우선 보고했다. 사실상 회사 차원에서 자금 지원을 먼저 결정하고 이사회에는 보고만 한 셈이다.

또 당일 리스크관리위원회를 사후적으로 개최해 국가별 익스포져 한도를 상향하고 2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해외로 송금했다. 문제는 부코핀은행이 소재한 인도네시아가 2개월 전 내부 기준상 요주의 국가로 분류돼 국가 리스크 한도가 축소됐음에도 자금송금을 하기 위해 한도를 상향한 것이다. 금감원은 이 과정에서 자금 송금 관련 리스크에 대해 리스크관리위원회 차원의 검토가 부실하게 이뤄진 것으로 봤다.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부코핀은행을 우회적으로 지원한 사실도 적발됐다.

국민은행은 부코핀은행의 건전성 지표 개선을 위해 부실자산을 은행이 사실상 지배하는 SPC에 매각했다. 이 과정에서 해당 SPC가 발행한 사모사채(매각대금)에 대해 지급보증 6400억원 및 한도성 대출 653억원을 제공함으로써 우회적으로 자회사를 지원한 것으로 파악됐다.

금감원은 이로 인해 자회사의 부실채권 위험을 은행이 최종적으로 부담하게 됨에 따라 신용리스크 및 부실전이 위험이 동반 상승했다고 봤다.

농협금융과 농협은행의 대주주인 농협중앙회에 대한 우회 지원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앞서 농협은행은 2022년 정기검사에서 대주주 특수관계인인 공익재단에 222억원을 지정기부하는 방식으로 대주주 목적사업을 우회 지원했다가 내부통제절차 강화를 지시 받았다. 대규모 기부금에 대한 이사회 검토·승인 절차를 마련하라는 것이 당시 금감원의 지적이었다.

하지만 이번 검사에서도 기부금 관련 지주 차원의 통제 절차가 여전히 미흡했다. 주주 및 계열사 여신을 조기경보 등 여신 사후관리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재무위험 등 영향 분석 없이 대주주 지원성 사업을 영위한 사실이 확인되는 등 우회적인 대주주 및 계열사 지원 행태가 지속되고 있었다.

금감원은 “농협금융은 자본비율이 동류 그룹 대비 열위에 있는데도 중장기 자본관리계획 등 고려 없이 매년 대주주에 거액의 배당 등을 지급함으로써 자체 위기대응능력이 약화됐다”고 꼬집었다.

금감원은 이번 지주·은행 검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금융지주의 건전성·리스크관리 경시 풍토를 거론했다. 지주 회장이 재임기간 중 자회사 인수나 해외 진출 등 외형 확대 중심의 과도한 경영목표를 임직원에게 제시했고 임직원이 무리한 목표 달성에 매몰돼 건전성·리스크관리, 이사회 절차 등 내부 견제장치를 경시하는 문화가 조성됐다는 것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은행권의 낙후된 지배구조와 심각한 내부통제 부실이 재차 확인됐다”며 “지주회장 중심의 의사결정 체계가 공고하고 상명하복의 순응적 조직문화가 만연해 내부통제 등 견제장치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사회는 중요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제대로 제공받지 못하는 등 본연의 경영진 견제·감시 기능이 제한됐다”며 “임직원은 은행 자원을 본인 등 특정 집단의 사익을 위한 도구로 삼아 부당대출 등 위법행위 및 편법영업을 서슴지 않았다”고 직격했다.

금감원은 이번 검사결과 드러난 은행지주 경영·관리 상 취약점을 중심으로 체계적인 감독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특히 영업부서-리스크담당부서-리스크관리위원회-이사회로 이어지는 전사적 리스크관리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는 중점 점검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