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정부가 새 국정과제를 발표하고 공석이던 금융수장 인선을 마무리했다. 금융권의 시선이 ‘감독체계 개편’에서 ‘정책 실행’으로 옮겨가고 있다. 조직개편 이슈가 후순위가 되면서 그간 미뤄졌던 ‘생산적 금융’과 ‘포용적 금융’이라는 두 가지 핵심 과제에 강력한 추진력이 붙을 전망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14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첫 출근하며 기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 경제·사회 대전환을 위한 123개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이 중 금융위원회 소관으로 명시된 과제는 총 7개다.
진짜 성장을 뒷받침하는 생산적 금융을 비롯해 ▲코리아 프리미엄 실현을 위한 자본시장 혁신 ▲디지털자산 생태계 구축 ▲금융안정과 생산적 금융을 위한 가계부채 관리 ▲서민·취약계층을 위한 포용금융 강화 ▲생애주기별 금융자산 및 소득형성 지원 ▲금융투자자 및 소비자 권익보호 강화 등이 포함됐다.
특히 주목할 점은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위가 국정과제 주관부처로 지목됐다는 것이다. 감독체계 개편은 추가 논의로 남겨두되 현행 체제 하에서 시급한 정책과제들을 먼저 집행하겠다는 정부의 실용주의적 접근으로 해석된다.
공석이던 금융 수장 자리에 대조적인 배경의 인물들로 내정된 것도 이러한 전망에 힘을 싣는다. 금융위원장에는 30년 이상 경제정책 일선에서 활동한 이억원 한양대 교수가, 금융감독원장에는 참여연대 집행위원장과 민변 부회장을 역임한 이찬진 변호사가 각각 내정됐다.
이억원 후보자는 기재부 1차관, 대통령비서실 경제정책비서관 등 핵심 보직을 거친 정통 정책관료 출신이다. 거시경제 전문성과 정책 조율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반면 이찬진 내정자는 금융업계에서는 의외의 인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사회적 신뢰와 법률 전문성을 바탕으로 금융소비자 보호와 감독 투명성 강화를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생산적 금융 구축과 자본시장 혁신은 이재명 대통령의 ‘코스피 5000 시대’ 실현을 뒷받침할 핵심 동력이다.
정부는 부동산 등 비생산적 영역에 쏠린 자금을 미래 전략산업으로 유도하기 위해 대규모 정책금융 카드를 꺼내들었다. 산업은행이 50조원을 출자하고 민간 자본을 더해 총 100조원 이상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를 조성한다. 반도체·바이오·AI 등 첨단 혁신 산업에 대한 투자를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자본시장 혁신 차원에서는 불공정거래 엄단을 위한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과 투자 환경 신뢰 제고 방안도 함께 추진된다.
그간 입법 추진이 지지부진했던 디지털자산 생태계 구축도 국정과제에 포함되면서 추진력을 받게 됐다. ‘디지털자산 기본법’ 입법을 통해 안전하고 신뢰성 있는 가상자산 시장 조성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성장 드라이브와 함께 사회적 포용을 위한 정책도 균형감 있게 추진된다. 가계부채의 질적 구조를 개선하는 동시에 서민과 취약계층을 위한 금융 안전망을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우선 과도한 부동산 시장으로의 자금 쏠림을 막기 위해 주택담보대출의 위험가중치를 상향(최저 15%→25% 검토)하는 등 생산적 분야로 자금 이동을 유도한다.
동시에 취약계층 지원을 위해 파격적인 빚 탕감 정책을 시행한다. 7년 이상 연체된 5000만원 이하 채무를 전액 감면해주는 ‘배드뱅크’를 설립하고 새출발기금의 채무조정 기준을 완화해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재기를 돕는다. ‘청년도약계좌’를 대체할 ‘청년미래적금’을 신설해 청년층의 자산 형성도 지원한다.
업계에서는 금융 수장 인선이 확정되고 정책 방향성이 명확해지면서 주요 현안 추진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생산적 금융으로의 대전환, 서민 소상공인 등 금융 약자의 포용금융 강화, 건전한 자본시장 발전과 자본시장 활성화 등 새 정부의 금융 국정과제를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수 있도록 속도감있게 정책 추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