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임윤희 기자]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 계획이 난항을 겪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26일 두산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증권신고서로 두번째 제동을 걸면서다. 현재 상황을 고려할 때 주총이 열리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 두산 주총까지 험란..금감원에 국민연금까지
가장 먼저 넘어야할 산은 금감원의 승인이다. 금감원이 합병 계획에 대해 두 차례 정정 요구를 내린 상황에서 승인을 받지 못하면 주총 자체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9월에 예정된 주주총회가 열릴 수 있을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8일 “두산의 정정신고서에 부족함이 있다면 횟수 제한 없이 정정 요구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감원은 26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과 주식의 포괄적 교환 이전에 대한 증권신고서에 대해 2차 정정을 요구했다. 두산로보틱스가 두산밥캣 주주에게 1주당 0.63주 비율로 신주를 발행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두산밥캣을 100% 자회사로 두는 내용을 담고 있다.
두산은 지난달 금감원의 정정 요구에 따라 16일 새로운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여전히 금감원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회사가 제출한 증권신고서 검토 결과 의사결정 과정과 내용, 분할 신설부문의 수익가치 산정 근거 등 요구사항에 대한 보완이 미흡한 부분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주주들의 투자 판단을 위해 보다 구체적인 내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변수는 또 있다. 최근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에 반대표를 던진 국민연금이다.당시 국민연금은 주주가치 훼손을 이유로 합병에 반대했다. 이러한 사례를 고려할 때 국민연금이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에서도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연금은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밥캣의 지분을 각각 6.8%와 7.0% 보유하고 있다.
마지막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은 2만890원, 두산밥캣의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은 5만459원이다.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에 반발하는 주주들이 주식매수청구권을 대거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들의 반발이 더욱 거세다. 두산밥캣보다 더 큰 비율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 주식 교환 비율 논란..주주들 우려 커져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 과정에서 주식 교환 비율이 논란을 키우고 있다. 두산로보틱스가 두산밥캣 주주들에게 제시한 주식 교환 비율은 1대0.63이다. 이는 두산밥캣 주식 100주를 두산로보틱스 주식 63주로 바꿔준다는 의미다.
합병 비율 산정 시 기업의 적정 가치를 현재 주가로 계산하는 것이 타당하냐는 지적도 나온다. 주가는 시장 상황에 따라 등락을 거듭하기 마련이지만 현 시점에서 두산로보틱스는 고평가돼 있고 두산밥캣은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다는 평가다. 이는 주식 교환 비율에 대한 불만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두산로보틱스는 지난해 10월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했다. 당시 공모 가격은 2만6000원이었고 시가총액은 1조6853억원에 달했다.
만약 공모 가격을 기준으로 합병 비율을 산정하면 상황은 크게 달라진다. 두산밥캣 100주를 두산로보틱스 585주로 바꿔줘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이처럼 기준 시점에 따라 주식 교환 비율은 크게 변동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합병 과정이 공정한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주식 교환 비율에 따른 불균형은 총수 일가의 지배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주주들 사이에서는 합병 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두산그룹이 합병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주주들의 신뢰 회복이 핵심"이라며 "주주 간담회나 공시를 통해 우려를 해소하고 합병의 타당성과 장기적 이점을 명확히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투명한 정보 공개와 법적 대응 준비가 필요하며 외부 자문기관의 검증을 통해 합병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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