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형 흑자에 웃지 못하는 카드업계..하반기에도 내실 경영 ‘유지’
5개 카드사, 상반기 당기순이익 1년 새 25.5%↑
비용효율화로 흑자 달성..카드론 취급액은 역대 최대
하반기 불황형 흑자 지속 전망에 건전성 관리∙내실 경영 ‘집중’
우용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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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9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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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경신문=우용하 기자] 4대 금융지주 카드사와 삼성카드가 업황 불황에도 불구하고 상반기 큰 폭으로 오른 실적을 달성했다.
하지만 비용효율화에 따른 불황형 흑자로 평가되는 가운데 대출 판매도 증가하고 있어 내실경영과 건전성 관리 기조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신한·하나·우리·KB국민)와 삼성카드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1조1984억원으로 집계됐다. 9550억원을 기록했던 전년 동기와 비교해 25.5% 증가한 것이다.
당기순이익 상승 폭이 가장 컸던 카드사는 하나카드로 상반기 1166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1년 전과 비교해 60.6% 급등했다. 이어 KB국민카드가 3557억원의 순익을 달성해 같은 기간 32.6%의 상승률을 보였고 신한카드와 삼성카드는 각각 19.7%와 24.8% 3793억원, 362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우리카드는 2.3% 늘어난 840억원의 순이익을 보였다.
상반기 실적이 1년 전과 비교해 크게 올랐지만 5개 카드사 분위기는 가볍지 않다. 이번 실적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불황형 흑자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실적을 공개한 카드사들의 좋은 성적을 낸 것으로 보이지만 실질적으론 허리띠를 조여 이룬 불황형 흑자가 1분기부터 이어지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실제 카드사들은 고금리 기조에 조달 비용이 상승했음에도 낮은 수준의 수수료율이 지속되자 실적 악화를 막기 위해 상품을 정리하고 무이자 혜택을 감소하는 등 비용 효율화에 나섰다. 결과적으로 상반기 373종의 신용·체크카드가 단종됐으며 무이자 기간도 6개월에서 3개월로 대부분 축소됐다.
반면 본업에서 부진한 수익을 만회하기 위해 대출 상품 영업에 집중했으며 이에 따라 카드론 취급액은 지속해서 늘어났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9개 카드사(신한·삼성·현대·하나·KB국민·롯데·우리·BC·NH농협카드)의 카드론 잔액은 40조6059억원을 기록했다. 은행과 저축은행을 비롯한 제2금융권에서 대출 문턱을 높이자 발생한 풍선효과로 수요가 급증해 역대 최대치를 경신한 것이다.
카드론은 평균 14~18%의 고금리 대출상품이다. 때문에 취급액이 증가함에 따라 이자 수익도 크게 늘어 상반기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별도의 심사 과정이 없고 중·저신용자가 찾는 경우가 많은 탓에 카드사 입장에선 연체율 악화 우려와 대손충당금 확보 부담이 큰 상품으로 여겨진다.
올해 들어 카드론 취급액이 계속해서 증가하자 연체율이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졌으나 다행히 실적을 발표한 5개 카드사의 상반기 연체율은 우리카드를 제외하고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유일하게 연체율이 상승한 우리카드도 위험 수준으로 여겨지는 2%대보단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6월 말 기준 연체율이 가장 낮게 관리된 곳은 삼성카드로 0.99%를 기록해 1분기 대비 0.08%포인트 개선됐다. 5개 카드사 중 유일하게 1.00%보다 낮춘 것이다. 삼성카드에 이어 국민카드가 1.29%의 연체율을 보였으며 신한카드와 하나카드는 각각 1.44%와 1.83%로 집계됐다.
우리카드의 연체율은 1.73%로 하나카드보다 낮게 유지됐으나 1분기 집계된 1.46%에 비해 0.27%포인트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선 카드사의 연체율이 대부분 개선됐지만 높은 수준의 조달 금리와 카드론 취급액이 유지되고 있는 만큼 건전성 관리 활동이 지속돼야 한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와 함께 하반기 수수료율 재산정이 이뤄지더라도 인하될 가능성이 높아 한동안 카드업계의 비용 효율화를 포함한 내실 경영 기조는 이어질 전망이다.
이에 5개 카드사는 발생 가능한 리스크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추가적인 대손충당금을 적립했다. 상반기까지 누적된 충당금은 총 1조5823억원으로 전년 동기 1조5093억원을 적립했던 것과 비교해 4.8% 늘린 것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대내외적인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카드론 취급액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돼 카드사 역시 자산건전성 관리를 비롯한 내실 경영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업황 상황이 전반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이상 한동안 불황형 흑자 상태는 지속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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