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때 이른 무더위에 주요 시중은행들이 영업점을 무더위 쉼터로 개방했다. 방문객 감소로 점포 폐쇄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은행 영업점이 지닌 사회적 역할과 대면 채널로서 기능이 새삼 주목 받는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들이 전국 영업점을 무더위 쉼터로 운영한다. 최근 낮 최고 기온이 34도에 이르는 등 무더위가 빠르게 시작되면서 은행들의 무더위 쉼터 운영도 한 달여 앞당겨 졌다.

지난달 27일 신한은행 시청점 입구에 기후동행쉼터 안내 현판을 붙이고 있다. (자료=서울시)

하나은행은 10일부터 전 영업점을 무더위 쉼터로 개방했다. 9월 30일까지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운영되며 생수도 무료로 제공한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올해 평년보다 일찍 찾아온 무더위를 대비해 고객들이 편하게 쉬어가실 수 있는 무더위 쉼터를 선제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NH농협은행도 지난 11일부터 전국 영업점에서 무더위 쉼터 운영에 나섰다. 운영 기간은 오는 9월 30일까지다. 농협은행은 은행권 중 전국에 가장 많은 영업점을 보유하고 있어 지역민들의 무더위 쉼터 이용이 더욱 편리할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27일 서울시와 ‘기후동행쉼터’ 제공 업무협약을 맺고 일찌감치 무더위 쉼터 운영에 나섰다. 당초 서울 시내 197개 지점 만을 기후동행쉼터로 제공했지만 지난 10일부터는 그룹 차원에서 전국 그룹사 영업점 591개 지점 모두를 무더위 쉼터로 확대 지정했다.

특히 신한은행은 서울시와 협약을 통해 영업점 입구에 ‘기후동행쉼터’ 현판을 부착했다. 무더위 쉼터 운영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심리적 거리감을 줄이기 위해서다.

기존에도 여름철엔 은행 등에서 더위를 피하는 시민들이 간혹 있었지만 심리적 불편함과 직원들의 시선 등을 걱정해 이용을 꺼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은행이 공식적으로 영업점을 무더위 쉼터로 지정해 대기 장소나 상담실 등을 쉼터로 조성하고 은행 거래 여부와 상관없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면 심리적 불편함이 크게 줄어든다.

은행권은 지난 2018년부터 사회공헌활동 차원에서 무더위 쉼터를 운영해 왔다. 지방은행인 광주은행이 무더위 쉼터를 공식적으로 지정해 운영한 것이 계기가 됐다. 2019년부터는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대다수 은행들이 동참하면서 전국 6000여개 점포가 무더위 쉼터로 운영됐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19 사태로 은행권에서 공동으로 추진하는 무더위 쉼터는 중단됐다. 코로나19 종식이 선언된 지난해에도 은행들이 8월에 들어서야 재개장에 나서며 겨우 생색만 냈다.

올해는 때 이른 더위로 은행권 무더위 쉼터가 조기 개장하면서 운영 기간이 3~4개월로 대폭 늘었다. 고령층과 폭염 취약계층에 대한 보호대책 마련에 나선 지자체까지 동참하면서 은행 무더위 쉼터 이용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에서도 여름철 무더위 쉼터 운영으로 지역과 상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역민들과 접촉을 늘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은행들은 일부 영업점을 지역민들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하나은행의 복합 생활 문화공간 ‘컬처뱅크’, 우리은행의 고령층 특화점포 ‘시니어플러스 영업점’ 등이 대표적이다. 신한은행은 일부 영업점의 유휴공간을 활용해 지역 커뮤니티를 위한 대관이나 청년 창업자의 공유 오피스 등으로 이용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모바일 뱅킹앱이 활성화되면서 영업점의 오프라인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이 많이 옅어지고 있다”면서 “휴식 공간으로 활용돼 은행 방문객이 늘어나면 오프라인 플랫폼으로서 모객 효과를 낼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