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더현대 광주야, 고마워

박진희 기자 승인 2024.06.05 13:47 의견 0
산업국 박진희 부국장

[한국정경신문=박진희 기자]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가우디 건축물은 질투가 날 정도로 아름답다. 도시에 띄엄띄엄 세워진 가우디 설계 건축물 몇 개가 수 천, 수만 명의 관광객을 그 도시로 불러들인다. 아쉽게도 우리에겐 가우디가 없다.

가우디가 없으면 도시의 건축물은 오롯히 기능에만 충실해야 하는 것일까. 더현대 광주 설계 조감도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나라에도 유명한 건축가들의 작품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서울 강남 일대를 중심으로 헤르조그 앤 드뫼롱, 데이비드 치퍼필드 등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설계한 건축물이 세워지기 시작했다. 지난달에는 더현대 광주가 헤르조그 앤 드뫼롱에게 의뢰한 설계의 조감도를 공개했다. 반가운 일이다.

헤르조그 앤 드뫼롱, 데이비드 치퍼필드는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일컫는 프리츠커 건축상을 수상한 이력이 있다. 프리츠커상은 노벨상과 견줄 정도로 건축 분야의 상 가운데 가장 큰 권위를 지닌다. 1979년 제이 프리츠커가 만든 이래 프리츠커 가문이 운영을 맡고 있다.

데이비드 치퍼필드는 용산역 일대 시야를 바꾼 아모레퍼시픽 본사 사옥을 설계했다. 그는 화려하고 과장된 형태를 내세우기보다 절제된 디자인으로 주변의 맥락에 순응하는 건축을 해왔다. 아모레퍼시픽 본사 건물은 외부에 루버(차광판)를 촘촘하게 설치해 에너지 효율을 높였다. 로비 공간은 사방으로 개방해 주변을 지나는 누구나 쉽게 드나들도록 했다. 이런 디자인으로 개인과 집단, 사적인 것과 공공적인 것, 일과 휴식이 조화를 이루도록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내 건축 설계 디자인으로 최근 주목받고 있는 이가 헤르조그 앤 드뫼롱이다. 그는 영국 런던의 테이트 모던 미술관, 중국 베이징 버드 네스트 경기장 등을 설계하며 명성을 떨쳤다. 국내에서는 강남 도산공원 아트 하우스 조성에 참여한다. ‘서리풀 보이는 수장고’의 설계자로도 헤르조그 앤 드뫼롱이 확정됐다.

그가 더현대 광주 설계에 참여하면서 서울을 넘어 광역시에도 예술품 같은 건축물이 세워지게 된다.

광주광역시와 현대백화점은 지난달 22일 더 현대 광주의 건축디자인을 공개했다. 설계 디자인을 맡은 헤르조그 앤 드뫼롱은 전형적인 공간구조에서 벗어나 네 가지 도시 요소인 시장, 도심 가로, 공공회관, 마을을 수직으로 쌓아 올린 특별한 공간구조를 제시했다. 외부에서 보면 대형 건물이지만 안과 밖으로 열려있는 공간을 지향한다. 마을 형식으로 이용자에게 만남과 휴식 공간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과거의 전통성, 현재의 역동성, 미래의 가능성 등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가치를 창출하겠다는 목표다.

여러 면면으로 보아 더 현대 광주는 현대백화점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개발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백화점 측은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문화와 예술이 접목된 상업시설로 또 하나의 세계적인 명소로 더 현대 광주를 만들 복안이다. 이를 위해서 막대한 금액의 투자가 선행되어야 한다. 가치를 위해 자본 투자를 기꺼이 감수하는 민간기업 현대백화점에 엄지를 치켜세울 수 있는 이유다.

정지영 현대백화점 대표는 “복합 쇼핑몰에 대한 광주시민들의 높은 기대와 바람을 알고 있다”면서 “당사 최대 규모인 판교점의 투자 금액 이상의 재원을 투자하고 국내외 최고 인재들이 모여서 현재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 현대 광주 설계도가 공개된 지금은 공공 건축물 뿐 아니라 민간 건축물에도 예술적 혼이 담기는 순간이다. 동시에 국민들의 자부심을 높여주는 자산이 태동하는 순간이다.

가우디 역시 바르셀로나 시로부터만 설계와 건축을 의뢰 받은 것은 아니다. 구엘이라는 재력가의 후원을 통해 주택을 세웠다. 그리고 공원을 지었다. 가우디와 구엘만 보더라도 민간 기업에서 건축물에 예술적 가치과 의미를 담는 일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재산을 남기는 일이다.

호남 지역의 랜드마크가 될 더 현대 광주가 더 반가운 이유다.

저작권자 <지식과 문화가 있는 뉴스> ⓒ한국정경신문 | 상업적 용도로 무단 전제, 재배포를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