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가 올 하반기 다양한 전기차 출시와 북미 생산능력 확대에 힘입어 실적 반등을 이룰 전망이다. 연구개발(R&D)과 인재 확보 노력으로 미래 수요 확대에 대비한 자체 경쟁력 강화에도 힘쓰고 있다.
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배터리 맏형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3분기 영업익 7843억원을 올려 전년 동기보다 52% 급증할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SDI도 5332억원으로 7% 늘어날 전망이다. SK온은 올 4분기 흑자전환 관측이 나온다.
3사의 실적 턴어라운드를 기대하는 배경엔 주요 메탈 가격 호조가 있다. 앞서 배터리업계는 작년 리튬과 니켈 가격 하락으로 실적 악화를 겪었다.
올해 가격 추이는 긍정적이다. 이달 1일 기준 니켈 가격은 톤(t)당 1만9830달러로 연초 1만6600달러 대비 15.1% 올랐다. 탄산리튬 가격은 지난달 중순 킬로그램(kg)당 110.50위안(약 2만1000원)으로 연중 최고치를 찍었다. 같은 시기 수산화리튬도 올 1월보다 26% 이상 뛰었다.
메탈 가격은 통상 3개월 시차를 두고 양극재 판매가격에 반영된다. 하반기 배터리 업계의 수익성 회복 가능성이 커지는 이유다.
전기차 업체들이 1분기까지 재고 소진을 한 점과 하반기 대규모 신차 출시를 예고한 점도 실적 청신호를 켠다. 현대자동차·기아와 제너럴모터스(GM), 포드, 스텔란티스 등 국내 배터리 3사 제품을 탑재한 다수의 신차가 올해 3분기 이후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보조금 혜택을 거둘 수 있는 북미 시장 공략도 활발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미시간과 테네시, 조지아, 오하이오, 애리조나 등에 총 342기가와트시(GWh) 규모의 공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SDI도 오는 2027년까지 북미에서 100GWh 규모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갖추기로 했다. 추가 공장 설립도 검토하고 있다. SK온은 현재까지 22GWh 규모의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다. 내년 블루오벌SK(127GWh)과 현대차 합작공장(35GWh)을 추가할 예정이다.
이 추세라면 3사가 연말까지 조 단위의 AMPC 수혜를 얻을 것이란 관측이다. 미국 공장이 없던 삼성SDI를 제외하고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작년에만 각각 6768억원, 6170억원 규모의 AMPC를 수령했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올해 6월 GM과 스텔란티스 신차 출시 일정을 고려할 때 3분기부터 가동률 상승에 따른 실적 회복과 주가 반등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 수요 확대 대응..R&D 비용 증가·인력 충원 속도
배터리 3사는 업황 반등 시기가 오기 앞서 일찌감치 미래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인재 영입과 기술 경쟁력 강화에 고삐를 죄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올 1분기 R&D 비용으로 2534억원을 썼다. 전년 동기보다 12% 늘었다. 삼성SDI도 이 기간 R&D 비용이 3373억원으로 9.24% 증가했다. SK온은 703억원으로 16.86% 줄었지만 분기 매출액 대비 R&D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4.18%로 1.62%포인트 커졌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을 일시적 현상으로 보고 향후 전기차 시대에 대비해 전고체 등 차세대 배터리 기술 연구를 확대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글로벌 인재 영입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우선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미국 뉴욕에서 세계 우수인재 채용 행사 ‘BTC(배터리 테크 콘퍼런스)’를 열었다. 최고 수준의 R&D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삼성SDI의 고용인원은 올해 3월 기준 1만2399명으로 3개월 만에 230명 늘었다. 이달 초에는 품질보증과 경영지원 부문에서 경력 채용을 진행했다. 올 상반기에는 신입사원 공채를 통해 배터리 공정·설비 개발, 팩·모듈 개발 등 분야에서 인력을 충원했다.
SK온은 지난 4월 ▲차세대 배터리(연구·공정) ▲선행 Cell(공정·요소) ▲Cell 개발·전략·플랫폼 등 배터리 R&D 부문 채용 공고를 냈다. 연말까지 상시 채용할 계획이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인력이 많이 필요한 산업이 됐지만 공급이 수요에 못 미치고 있다”며 “업계 전반적으로 채용 활성화에 지속적으로 나서고 있고 업황 변동과 별개로 미래 경쟁력인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 분야에서 전문 인력을 끌어오려는 노력이 이어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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