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어 3사, 해상운임 악재 이겨낼까..전기차 불황 잊은 ‘EV 속도전’ 본격화

한국·금호, 아이온·이노뷔 앞세워 유럽 공략
넥센, AI 기반 타이어 설계..“브랜드는 검토중”
해상운임 고공행진..수익성 악화 해결책 분주

이정화 기자 승인 2024.05.24 06:00 의견 0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 넥센타이어 등 국내 타이어 3사가 올해 전기차 타이어의 비중을 나란히 확대한다. (자료=각 사)

[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 넥센타이어 등 국내 타이어 3사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도 전용 브랜드와 신제품을 내세워 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해상운임 상승으로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지만 전기차를 필두로 고부가 전략을 펼치며 실적 방어에 힘쓰는 분위기다.

24일 타이어업계에 따르면 타이어 3사는 올해 신차 타이어 중 전기차 타이어의 비율을 각각 25%(한국타이어)·16%(금호타이어)·10%(넥센타이어)까지 늘린다.

이를 위해 전기차용 제품 개발과 연구개발에 나서는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다음 달 4일부터 6일까지 독일에서 열리는 ‘더 타이어 쾰른 2024’에 참가한다. 이 행사에서 전기차 전용 타이어 브랜드 아이온(iON) 여름용 타이어 신상품 ‘아이온 GT’와 전기버스용 타이어 신제품 ‘e 스마트 시티 AU56’을 최초 공개한다.

회사의 가장 큰 판매 비중을 차지하는 유럽에서 전기차용 타이어 기술력을 알리겠단 포부로 해석된다.

올 1분기 연구개발비도 635억원으로 매출의 3.0%을 차지한다. 전년 동기(2.3%)와 비교해 소폭 늘었다. 이 비용은 한국타이어의 전기차 타이어 상품 경쟁력 강화 등 고부가가치 타이어 개발에 쓰인다.

금호타이어 역시 지난 3월 전기차 타이어 브랜드 ‘이노뷔’를 공개하고 제품군을 늘리고 있다. 향후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선보일 전기차 신차에 공급도 확정했다. 현재 기아 EV6를 비롯해 폭스바겐 ID.4 크로즈(CROZZ) 등 전기차 신차용 타이어 공급에 힘쓰며 입지를 다지고 있다.

넥센타이어는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전기차용 타이어를 설계하고 있다. 3사 중 유일하게 전기차 전용 브랜드가 없다는 점은 흠이다. 이에 대해 넥센타이어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 동향을 살피고 있고 브랜드 론칭은 검토 단계”라고 말했다.

김성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전기차 라인업을 점진적으로 확대 중”이라며 “운행 중인 차량의 타이어 교체 주기도 도래해 전기차 전용 타이어 수요 증가에 따른 수혜가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 운임 뛰어 호실적 지속 미지수..전기차 등 고부가 제품 공략 가속

넥센타이어의 전기차 전용 타이어. (자료=넥센타이어)

전기차용 타이어 강자를 둘러싼 3사의 경쟁은 날로 치열할 전망이다. 앞서 1분기에도 전기차 제품을 포함해 고부가가치 타이어 판매 증가, 원재료 가격 안정화 영향으로 실적잔치를 벌였다.

이 기간 한국타이어의 영업이익은 398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08.8% 뛰었다. 역대 1분기 중 최고치다. 금호타이어도 영업익 1456억원으로 167% 급증했다. 지난 2014년 워크아웃 졸업 이후 최대 실적이다. 넥센타이어 역시 영업익 416억원으로 157.3% 늘었다.

2분기에도 성장세가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글로벌 컨테이너 운임이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어서다. 타이어 제품은 수출 비중이 높고 부피가 크기 때문에 해상 운송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구조다. 타이어 업계도 앞선 역대급 실적 배경에 낮은 해상운임 요소가 있었단 입장이다.

대표적 해상 컨테이너 운임지수인 상하이컨테이너 운임지수(SCFI)는 이달 21일 기준 2520포인트를 기록했다. 최근 1년간 최고점을 넘어섰다. 홍해 리스크에 따른 절대적 선복량 부족 문제가 영향을 미쳤다. 아직까지 해결될 기미가 없어 안정화 시기를 점치기 어렵단 관측이다.

타이어 3사는 수익성 악화를 부추기는 해상운임 상승 속 전기차 시장을 파고들어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작년부터 올 1분기까지 이어진 타이어사의 실적 상승은 해운 운임과 원자잿값 등 비용 부담이 완화된 영향이 컸다”며 “중장기적으로 이익 규모를 키우려면 고인치 타이어나 전기차 전용 타이어 등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가 늘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타이어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타이어는 단가가 비싸고 교체주기가 짧아 전기차 수요 둔화 속에도 견조한 성장이 가능한 시장”이라며 “올들어 전기차 타이어 교체 수요가 늘고 있고 내년부턴 본격적으로 교체 주기가 시작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신차용 물량 공급과 제품 개발 등으로 안정적인 매출처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나갈 것”이라면서도 “지정학적 요인으로 해상운임 변동성이 커지면서 2분기에도 실적 개선이 지속될진 예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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