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독과점 해소’ 특명 제 4인뱅..신한·우리은행 지분 투자 나서는 까닭은

우리은행 제4 인뱅 컨소 참여 결정..신한은행 “긍정적 검토 중”
시중은행 인뱅 지분 투자 활발..혁신은커녕 가계대출 경쟁만 심화
“가계대출 중심 기존 인뱅과 달라”..소상공인·중기 데이터 특화
기업금융 꽂힌 시중은행과 이해관계 맞아..협업 통한 시너지 기대

윤성균 기자 승인 2024.05.22 11:21 의견 0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시중은행들이 새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을 위한 컨소시엄에 속속 발을 들이고 있다. 제4 인터넷은행 출범 취지가 은행권 과점체제를 허물고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서인데 기존 은행들이 지분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우리은행은 제4 인뱅 설립을 추진 중인 한국신용데이터(KCD) 컨소시엄에 투자의향서를 냈다. KCD는 전국 130만 사업장에 도입된 경영관리 서비스 ‘캐시노트’를 운영 중이다. 창업 직후인 지난 2016년 우리은행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위비핀테크랩(우리금융 디노랩 전신)’ 지원 대상자로 선정돼 인연을 맺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본점 전경 (자료=각사)

우리은행 관계자는 “우리은행은 지역상인 등 소상공인을 위한 지원들을 꾸준히 해오고 있으며 제4 인터넷은행 컨소시엄 참여를 통해 소상공인의 자생력을 지원하는 금융생태계 형성에 기여하는 것을 기대해 컨소시엄 참여를 검토하게 됐다”고 말했다.

신한은행도 제4 인뱅 출범에 출사표를 던진 더존비즈온의 ‘더존뱅크(가칭) 컨소시엄’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 아직 컨소시엄 참여 의사를 공식 확정한 것은 아니지만 업계에서는 신한은행의 참여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신한은행은 2019년 9월 더존비즈온의 자사주 1.97%를 취득했고 1년 뒤 중소기업 특화 금융플랫폼 사업을 위한 합작법인(JV) 설립계약도 체결하는 등 수년째 돈독한 협력 관계를 이어왔기 때문이다.

더존비즈온은 국내 중견·중소기업 EPR(전사적 자원관리) 시장 점유율 1위를 점하고 있다. 방대한 양의 기업 데이터와 다양한 기업용 솔루션 경쟁력을 축적했다. 기존 은행이 확장하기 어려웠던 중소기업·소상공인 영역에서 포용금융을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의 인뱅 출범 참여가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도 각각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 출범 당시 컨소시엄에 참여해 현재 4.88%, 8.9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이번에 KCD 컨소 참여를 추진 중인 우리은행의 경우 우리나라 인뱅 1호인 케이뱅크의 지분 12.58%를 보유한 2대 주주이기도 하다. 만약 KCD뱅크(가칭)가 인가를 받을 경우 우리은행은 2개 인뱅의 주요 주주가 되게 된다.

하지만 인뱅이 이제 막 태동하던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혁신과 포용금융으로 메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인뱅들은 기존 은행들과 똑같이 고신용 가계대출을 중심으로 영업전략을 펼치면서 금리 경쟁만 더욱 부추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금융당국에서도 은행권 독과점 해소를 위해 이번 제4 인뱅 설립을 추진 중이다. 시중은행 입장에서 신규 플레이어의 등장은 달갑지 않은 상황일 것이다.

다만 이번 제4 인뱅 후보군들이 추구하는 사업모델이 기존의 가계대출을 중심으로 한 인뱅들과는 차이가 있다. 그만큼 시중은행과 협업 가능성도 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존 인뱅들이 시중은행처럼 영업을 하고 있어서 협업을 해보려고 해도 자꾸 시들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제4 인뱅 후보군은 특화돼 있는 분야가 명확하고 시중은행들이 협업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다 보니 관심을 갖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더존비즈온이나 KCD이 기업 정보나 데이터에 특화돼 있는 기업이다 보니 기업금융에 집중하고 있는 시중은행과 이해관계가 잘 맞는 것 같다”면서도 “기업금융을 직접 하지 않고 제4 인뱅과 협력으로 풀어야 하는지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붙는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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