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전환 앞두고 중징계 철퇴 맞은 대구은행..‘신뢰도 실추’ 상흔

‘불법계좌 개설’ 일부 업무 중지 3개월·과태료 20억 중징계
직원 177명도 감봉3개월 등 징계 조치..단일 사고 최대 규모
“내부통제 양보·타협 없다” 강조했지만..시중은행 자격 논란 지속

윤성균 기자 승인 2024.04.18 11:00 의견 0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DGB대구은행이 지난해 발생한 ‘불법 계좌 개설’ 사고와 관련해 일부 업무 영업정지 3개월 등 중징계 처분을 받았다. 대구은행은 “절대 있어서는 안될 일”이라며 즉각 사과했지만 시중은행 전환을 앞두고 심각한 상흔을 남기게 됐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금융위원회는 제7차 정례회의에서 예금 연계 증권계좌를 무더기로 임의 개설한 대구은행에 대해 3개월 업무 일부(예금 연계 증권계좌 개설) 정지 및 과태료 20억원을 확정했다.

DGB대구은행 본점 전경 (자료=DGB대구은행)

금융기관 제재는 ▲등록·인가 취소 ▲영업정지 ▲시정명령 ▲기관경고 ▲기관주의 등으로 나뉜다. 금융위는 대구은행의 위반내용이 은행법 및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른 기관경고 사유에 해당하나 이보다 중한 제재인 금융실명법상 업무의 일부 정지 3개월로 병합해 부과했다. 기관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은 대구은행은 향후 1년간 금융당국 인허가가 필요한 신사업 분야에 진출할 수 없게 됐다.

실적을 높이기 위해 고객 계좌 임의 개설에 가담한 영업점 직원 177명에 대해서는 감봉3월(25명), 견책(93명), 주의(59명) 등의 신분제재를 내렸다. 이중 감봉은 중징계에 해당하며 견책·주의는 경징계다. 또 위반 행위자 111명에 대해서는 금융설명법 상 과태료가 추후 별도 부과될 예정이다.

이는 단일 금융사고로서는 최대 규모의 제재 조치다. 비슷한 사례로 앞서 지난 2018년 발생한 우리은행의 고객 비밀번호 무단변경 사건의 경우 영업점 약 200곳의 직원 300여명이 개입됐지만 주요 임원에 대해서만 주의 조치가 내려졌고 직원에 대해서는 은행 자율처리로 넘겨졌다. 기관 제재도 경징계인 기관경고에 그쳤다.

금융위는 다수의 대구은행 영업점 및 직원이 본 건 사고와 관계돼 있는 점, 대구은행 본점 마케팅추진부가 은행예금 연계 증권계좌 개설 증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영방침을 마련했음에도 적절한 관리·감독에 소홀했던 점 등을 고려해 본점 본부장 등에게도 감독자 책임을 물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대구은행에 대한 수시검사에서 56개 영업점의 직원 111명이 2021년 8월부터 작년 7월까지 고객들의 동의나 명의 확인 등을 거치지 않고 고객 1547명의 예금 연계 증권계좌 1657건을 임의로 개설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들은 고객이 직접 전자 서명한 A증권사 증권계좌 개설 신청서를 최종 처리 전 출력해 사본을 하나 더 만들고 이를 활용해 B·C증권사의 증권계좌를 개설하는 비정상적인 방법을 활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대구은행 229개 영업점에서 고객 8만5733명의 은행예금 연계 증권계좌 개설 시 계약서류인 증권계좌개설서비스 이용약관을 제공하지 않은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지난해 10월 금감원이 발표한 잠정 검사 결과에서는 포함되지 않았던 내용이다.

대구은행의 불법 계좌개설에 이례적인 수준의 중징계 내려진 것은 직원들의 조직적인 일탈과 더불어 은행의 구조적인 내부통제 미비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대구은행이 금융실명법 위반 혐의를 확인하고도 금감원에 보고를 지연한 점도 괘씸죄로 작용됐다.

대구은행은 전날 제재가 확정된 직후 입장문을 통해 “정직과 신뢰를 생명으로 하는 금융회사에서 절대 있어서는 안될 일로 인해 심려를 끼쳐드렸다”며 사과했다.

이어 “고도화된 내부통제시스템 구축과 내부통제에 있어서는 절대 양보와 타협이 없다는 전임직원의 책임감 제고를 통해 고객 신뢰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불법계좌개설 사고 이후 대구은행은 이사회 내 내부통제혁신위원회 신설, 책무구조도 조기 도입 추진 등 내부통제 시스템 고도화에 힘쓰고 있으나 시중은행 전환을 앞둔 상황에서 브랜드 이미지 타격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구은행은 ‘전국의 고객과 함께 성장하는 뉴 하이브리드 뱅크’를 비전으로 제시하며 32년 만에 새로운 시중은행으로 재탄생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고객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증권계좌를 무단 개설한 것은 고객 신뢰를 져버린 심각한 행위”라며 “대구은행에 대한 시중은행 자격 논란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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