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은 빌트인 입찰 담합..공정위, 31개 가구업체에 과징금 부과

우용하 기자 승인 2024.04.07 15:05 의견 0

[한국정경신문=우용하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건설사들이 발주한 빌트인 특판 가구 구매 입찰에서 담합을 벌인 가구 제조·판매업체에 제재를 가했다.

공정위는 현대리바트, 한샘, 에넥스, 한샘넥서스, 넵스 등 31개 가구 제조·판매업체의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931억원(잠정)을 부과한다고 7일 밝혔다.

이들 업체는 지난 2012년부터 2022년까지 24개 건설사가 발주한 738건의 특판 가구 구매 입찰에서 사전에 낙찰 예정자를 합의하거나 입찰 가격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담합을 벌였다.

특판 가구란 아파트나 오피스텔 등 대단위 공동주택의 건축사업에서 건설사와 시행사를 대상으로 공급하는 빌트인 가구를 의미한다. 크게 주방가구와 일반 가구로 분류되며 싱크대, 상부장, 하부장 등이 포함된다.

국내 건설사들은 특판 가구를 구매할 때 등록된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지명경쟁입찰을 해 최저가 투찰 업체와 계약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가구업체의 건설사별 영업담당자들은 입찰에 참여하기 전 모임이나 유선 연락 등을 통해 낙찰예정자, 들러리 참여자, 입찰가격 등을 합의했다.

낙찰예정자나 낙찰 순번은 주사위 굴리기, 제비뽑기, 선영업 업체 우대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정했다.

합의된 낙찰예정자는 카카오톡 등을 통해 들러리사에 견적서를 전달했다. 들러리사는 견적서 상 금액을 일부 높여 써내는 방식으로 합의를 실행했다.

명시적인 낙찰예정자 결정 없이 수주를 원하는 업체가 다른 경쟁업체에 고가입찰을 요청하면 견적서를 제공하거나 낙찰확률이 높은 업체에 견적서를 요청하는 방식으로 합의가 이뤄지기도 했다.

공정위는 이 같은 담합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관련매출액은 1조9457억원까지 불어났으며 아파트 분양 원가 상승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앞으로도 의식주 등 민생과 밀접한 분야에서 발상하는 담합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 기업 간 경쟁을 촉진하고 국민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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