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대형 M&A 로봇·전장으로 압축..우선 대상 '이곳' 유력

독일 콘티넨탈 전장사업 부문 인수 검토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 59%대로 확대
한종희 주총서 “새 M&A 상당 진척 조만간 발표”
3분기 말 기준 현금자산 약 93조원

최정화 기자 승인 2024.03.21 14:25 | 최종 수정 2024.03.21 14:45 의견 1
지난 1월 열린 CES 2024 컨벤션센터(LVCC) 하만 전시관에서 삼성전자 모델이 삼성과 하만이 함께 개발한 레디 제품을 체험하고 있다 (자료=삼성전자)

[한국정경신문=최정화 기자] 삼성전자 대형 인수·합병(M&A) 대상이 전장(자동차 부품)과 로봇 부문으로 압축되는 분위기다. 이르면 올해 삼성전자 전장사업 자회사인 하만을 잇는 대형 빅딜이 성사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간 삼성전자 M&A 대상 후보군으로는 전장과 로봇 외에도 인공지능(AI), 5세대(G) 이동통신, 헬스케어 분야 등 여러 혁신 기업과의 M&A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실제 성사되진 않았다. 2017년 하만 인수 이후 삼성의 대형 M&A는 7년째 답보 상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글로벌 자동차 전장업체인 독일 콘티넨탈의 전장사업 부문 인수를 검토 중이다. ADAS(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와 차랑용 디스플레이 등 전장 관련 사업 일부를 인수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ADAS 분야 등 경쟁력 강화가 필요한 하만이 지난해부터 콘티넨탈 전장사업 인수 계획을 세부적으로 검토하며 경영진에 긍정적인 의견을 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1871년 설립된 콘티넨탈은 보쉬와 덴소, ZF, 마그나 등과 함께 세계 10대 자동차 부품업체로 꼽힌다. 콘티넨탈은 최근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전환에 발맞춰 자율주행과 커넥티트카 등 미래 모빌리티 사업으로 영역을 넓혔다. 하지만 미래차 관련 부품 수요 부진 여파로 지난해 11월 구조조정에 나섰고 지난 2월 2025년까지 전세계 사업장의 연구개발(R&D) 인력을 7150명을 감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번 콘티넨탈 인수가 진행될 경우 손영권 하만 이사회 의장을 주축으로 추진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손 의장은 하만 인수를 주도했던 인물로 당시 삼성전략혁신센터(SSIC) 사장을 맡았었다.

인수 이후 줄곧 아픈 손가락으로 불렸던 하만은 지난해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하면서 삼성의 효자 자회사로 등극했다.

하만은 ▲2021년 사바리(자동차·사물통신) ▲2022년 아포테스라(증강현실), 카레시스(모빌리티) ▲2023년 플럭스(소프트웨어), 룬(오디오 플랫폼) 등 전장 부문을 인수하며 몸집을 키우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하만의 이사회 구성원들이 그동안 삼성의 주요 투자결정을 주도해 왔던 핵심 인물인 만큼 콘티넨탈 등 전장 회사 빅딜 성사가 기대된다”며 “최근 3년간 꾸준히 전장 사업을 인수해왔고 하만 사업도 1조원대 수익을 낸 점을 감안하면 전장부문에서 대형 M&A 신호탄이 터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선보인 AI 기반 반려 로봇 '볼리'가 사용자를 따라 걷고 있다 (자료=삼성전자)

■ 볼리 상용화 속도..레인보우로보틱스 인수 가능성

삼성전자가 올해는 로봇사업 M&A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로봇 관련 M&A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올해 초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적용된 반려로봇 볼리 공개로 로봇사업이 활기를 띠면서 인수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가 올해 볼리를 상용화할 경우 로봇 기술력을 확보한 기업을 인수해 사업 속도를 높일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실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최근 회사 경영진들에게 “볼리와 갤럭시 웨어러블 제품을 연계하는 방안을 고민해달라”며 로봇사업을 직접 챙겼다. 지난해 하반기엔 로봇사업화 태스크포스(TF)를 상설 조직인 로봇사업팀으로 격상시켰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도 로봇이 대형 M&A 우선 대상이 될 것이라고 시사한 바 있다.

한 부회장은 지난 1월 CES 2024 간담회에서 “성장동력 발굴 차원에서 M&A 대상 회사들을 지속적으로 모아 검토하고 있다”며 “대형 M&A를 착실히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부회장이 지난해 3월 간담회에서 “로봇은 하나의 새로운 성장동력”이라고 언급한 것과 지난 2022년 3월 주총에서 “신사업 발굴 첫 행보는 로봇 사업”이라고 지목한 것으로 미뤄 로봇이 대형 빅딜의 신호탄이 될 것이란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한 부회장은 지난 20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도 대형 M&A 가능성을 언급하며 “많은 진척이 있어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날 주총에서는 로봇 전문가 조혜경 한성대 AI 응용학과 교수가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돼 로봇사업에 힘을 실었다. 조 교수는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이사(의장), 제어로봇시스템학회 부회장, 한국로봇학회 회장 등을 역임한 로봇 전문가다.

M&A 대상 기업으로는 현재 삼성전자가 2대 주주로 있는 레인보우로보틱스가 유력하다.

삼성전자는 작년 총 868억원을 들여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 14.99%(285만4136주)를 확보했다. 당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 보유주식에 대한 콜옵션(매수청구권)도 확보한 상태다. 콜옵션을 행사할 경우 삼성전자의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은 59.94%(1140만4575주)까지 확대될 수 있다.

현재 삼성전자 기획팀 임원 2명이 레인보우로보틱스 이사진에 속해 있다. 레인보우로보틱스 출자목적은 '경영참여'로 기재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콘티넨탈 전장사업 부분 인수 검토 건은 확인이 어렵다"며 “다만 레인보우로보틱스 작년 3월 공시에서 삼성전자가 콜옵션 권리자로서 콜옵션 대상 주식수 8,550,439주로 계약 체결일로부터 최대 6년간 콜옵션 의무자들이 소유하는 상기 숫자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해 콜옵션 행사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삼성전자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약 93조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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