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주요 시중은행들이 ‘주가연계증권(ELS)’ 판매를 잇따라 중단했다. 글로벌 증시의 변동성 확대를 이유로 들었지만 홍콩 ELS 사태로 인한 부정적 여론을 의식한 결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일부 은행이 ELS 상품 자체에는 문제가 없는 만큼 소비자 선택권 보장 차원에서 판매를 지속하기로 해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들이 잇따라 ELS 상품 판매를 일시 중단하고 나섰다.
처음 포문을 연 곳은 하나은행이었다. 하나은행은 지난 29일 투자상품을 심사하는 비예금상품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ELS 판매를 잠정 중단했다.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하락 등 금융시장 잠재적 변동성이 확대되는 상황임을 고려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상황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 후 비예금상품위원회 승인을 얻어 판매를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루 뒤인 30일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도 내부 회의를 거쳐 ELS 상품 판매를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NH농협은행은 이미 지난해 10월부터 ELS 상품을 취급하지 않고 있다.
시중은행 중에서는 우리은행이 유일하게 ELS 상품 판매를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시중은행들이 ELS 판매 중단을 결정한 주된 이유는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다. ELS의 기초자산으로 편입되는 S&P500, 닛케이255 등 주요 주가지수가 최근 10년래 최고점을 찍으며 변동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만약 지수가 최고점일 때 ELS 상품에 가입했다가 원금 손실 구간까지 떨어지면 대규모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홍콩H지수 ELS가 바로 이런 경우다. 2021년 상반기 홍콩증시가 최고점을 찍으며 변동성이 큰 상황임에도 은행들은 홍콩 ELS 상품 판매에 몰두했다. ELS 판매 당시 은행원들은 “중국이 망하지 않으면 손실 볼 일이 없다”며 고객을 안심 시켰지만 홍콩 증시는 미중 무역 분쟁과 고금리 여파 등으로 반토막이 났다. 5~6% 수익률을 기대하고 ELS 상품에 가입한 소비자들은 50% 내외의 원금 손실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2021년 당시 홍콩H지수가 반토막 날 것을 예상한 전문가는 거의 없었다”면서도 “홍콩 ELS 사태의 경험도 있고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판매 중단이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ELS 판매 중단 결정을 놓고 일각에서는 은행 창구에서 ELS를 취급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을 은행도 인정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그간 은행들은 홍콩 ELS의 대규모 손실에도 불구하고 ELS 상품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홍콩 ELS 사태로 홍콩H지수 관련 상품은 취급을 중단했지만 ELS 상품 자체는 계속 판매해 오기도 했다.
하지만 ELS은 기본적으로 풋옵션을 매도하는 형태의 손익구조를 가지고 있어 수익은 한정적인데 반해 손실은 최대 100%까지 내려갈 수 있다. 모든 고객들이 홍콩 ELS와 같은 옵션매도 구조화 상품의 특성을 완전히 이해하고 상품에 가입했을 가능성은 낮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번 ELS 사태와 같은 대규모 투자자손실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옵션매도상품에 대해서는 개인판매를 금지해야 한다”면서 “그렇게 하는 것이 어렵다면 주가조작의 사례와 같이 불완전판매에 대해서도 과징금을 부과하고 불완전판매시 고객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있음을 법에 명시하는 등의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부정적 여론에 ELS 판매를 중단하기는 했지만 은행권에서는 여전히 ELS 상품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ELS는 하방이 뚫려있지만 어느 정도 지수 하락에도 수익이 보장되는 성격의 상품”이라며 “판매 과정에서 설명을 제대로 했느냐가 핵심이지 상품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홍콩 ELS 사태로 인한 대규모 손실을 피한 우리은행은 ELS 판매를 지속한다는 입장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2021년 3월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이전부터 ELS 판매창구를 PB창구로만 제한하고 판매인력도 필수 자격증을 보유하고 판매경력이 풍부한 직원으로 한정하는 등 상품판매 창구와 인력의 전문성을 강화했다”며 “금융소비자의 투자상품 선택권 보호 차원에서 판매를 지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우리은행도 금융당국이 투자상품 관련 개선방안을 검토 중에 있어 결과가 나오면 그에 맞춰 판매정책을 정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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