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최정화 기자] 홈플러스가 펀드 10년 만기를 앞두고 매각 초읽기에 들어섰다. 매각 작업 본격화에 나선 홈플러스는 각자대표 체제로 경영진을 재정비하고, 점포 체질개선을 통해 수익성을 높여 기업가치 제고에 집중한다는 구상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에 투자한 MBK 3호 펀드 출자자 환급 시한은 내년 10월까지다. 만기 전 새 주인을 맞아야 하지만 협의를 통해 환급 시한을 2년 더 추가 운영할 가능성도 나온다.
지난 2013년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영국 유통기업 테스코로부터 홈플러스를 인수하기 위해 3호 펀드를 조성하고, 2015년 7조2000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연매출 9조원대에 달하는 국내 2위 대형마트 홈플러스 M&A(인수·합병)는 국내 유통업계 사상 최대 빅딜이었다.
김 부회장이 오는 2월부로 홈플러스 각자 대표이사직을 맡게 된 것도 매각 작업에 속도를 내기 위해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 인사를 전면에 배치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실제 MBK파트너스 구성원이 홈플러스 대표이사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각에선 각자 대표이사 체제지만 MBK파트너스가 대주주인 만큼 김 부회장이 경영을 진두지휘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각자 대표이사로는 메가푸드마켓 재편을 이끈 조주연 마케팅부문장 부사장이 임명됐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이번 인사에 대해 “조 신임대표가 경영 전반을 맡고 김 부회장은 조 대표에게 전략적 조언을 하는 역할을 맡을 것”이라며 “이번 경영진 인사를 통해 리더십 체제를 강화하고 성장세를 더욱 가속화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투자금 회수(엑시트)가 최종 목표인 사모펀드 특성 상 김 부회장은 홈플러스의 기업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려야 한다. 올해 경영 성과에 따라 내년 매각 성패가 달린 셈이다.
그러나 홈플러스는 2018년부터 2021년까지 3년 연속 실적 하향세를 보였다. 최근 5년간 홈플러스 매출과 영업이익을 살펴보면 ▲7조6598억원, 1091억원(2018년) ▲7조3002억원, 1602억원(2019년) ▲6조9662억원, 933억원(2020년) ▲6조4807억원, -1335억원(2021년) ▲6조6006억원, -2602억원(2022년)이다. 특히 2021년과 2022년엔 2년 연속 적자를 냈다.
지난해 점포 리뉴얼 등으로 전년 대비 영업손실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지만 실적 반등은 어려울 것으로 업계는 추정한다.
더불어 이커머스 급성장 등 소비형태 급변으로 대형마트 업계가 동반 하락하고 있어 예전 홈플러스 기업가치를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 점포 매각해 금융 상환..사업 규모↓ 기업가치↓
실적 하향뿐만 아니라 주요 점포 매각도 기업가치 제고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MBK파트너스는 2020년 경기 안산점을 시작으로 대전 탄방점·동대전점·둔산점, 대구점·대구 내당점, 부산 가야점·해운대점 등을 매각했다. 2017년 전국 142개였던 매장 점포가 1월 기준 131개로 줄었다.
MBK파트너스는 금용권에서 빌린 인수금융 4조3000억원을 상환하기 위해 홈플러스 점포를 매각한 것이며 현재 5700억원이 남은 상태다.
홈플러스도 올해 상반기 내 부산 서면점을 정리할 예정이다. 작년엔 부산 연산점과 해운대점 2개 점포를 폐점했다. 홈플러스 해운대점 매각가는 3000~4000억원으로 추정된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해 9월 홈플러스 무보증 회사채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한 등급 낮췄다. 금융비용 부담이 과도하다는 이유다. 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유지했다.
최한승 한기평 연구원은 “(홈플러스는) 점포 매각 등을 통해 내부자금소요와 차입금 상환부담에 대응할 예정이나 재무구조 개선 여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경기침체와 부동산 시장 업황 저하 등을 고려하면 점포 추가 매각 지연 및 매각대금 축소 가능성도 있다”고 평가했다.
■ 큰 매물·업황 부진 매각 난항..점포 체질개선·고객맞춤배송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새 주인 찾기가 쉽지 않은 분위기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홈플러스 매각 금액이 워낙 큰 데다 장기간 경기 침체로 시장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상태”라며 “여기에 온라인 시장 급성장으로 체질개선이 절실한 대형마트 사업성 자체가 불확실한 상황이라 매수자 찾기가 쉽진 않을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900만명이 넘는 회원 수를 보유한 대형마트 2위 홈플러스는 투자자들에게 분명 구미가 당기는 매물이다.
홈플러스는 점포 구조조정과 신규 배송시스템 도입 등을 통해 온오프라인에서 모두 실적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초부터 식품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식품 전문관인 메가푸드마켓을 선보이며 대대적인 점포 리뉴얼을 진행하고 있다. 메가푸드마켓 도입 이후 지난해 10월 기준 리뉴얼한 점포당 매출은 최대 95% 상승했다. 홈플러스는 메가푸드마켓 리뉴얼을 전국 점포로 확대할 계획이다.
온라인 부문에서도 즉시배송과 마트배송 등 고객 맞춤형 배송시스템을 도입해 매년 20% 이상 성장하는 추세다. 현재 홈플러스 멤버십 회원 수는 900만명이 넘는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회사는 지난 2년동안 성장세를 지속하며 매출 회복을 이뤄냈으나 수익 부문에서는 추가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며 “현재 식품 전문관 메가푸드마켓 전환과 온라인 매출 비중 상승 등으로 매출 반등의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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