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만에 일요일 문 여는 이마트·롯데마트..대목 잡고 실적 회복

서초구 대형마트·SSM 34곳 28일부터 일요일 영업 재개
평일 변경 시 1위 사업자 기준 영업익 1000억 증가 예상
타 지역 소비이탈 방지 위해 자치구 조정 속도낼 것
대형마트 의무휴업, 역차별·낡은 규제..소비자도 폐지 원해

최정화 기자 승인 2024.01.22 10:44 의견 0
정기휴무일이 공지된 서울의 한 대형마트 알림판 모습 (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최정화 기자] 대형마트 일요일 영업이 가능해지면서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설 대목을 앞두고 있어 평일 휴업 전환을 조기 시행하는 서초구 대형마트는 명절·주말 특수를 누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2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서초구청은 행정 고시를 통해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오는 28일부터 평일로 변경한다.

서울시 대형마트와 SSM(기업형슈퍼마켓)이 의무휴업제도에 따라 2013년 2월 둘째·넷째 일요일 영업을 중단한 지 11년 만이다.

이에 따라 서초구 소재 이마트와 롯데마트 휴업일은 둘째와 넷째 수요일로, 킴스클럽은 같은 주 월요일로 바뀐다.

서초구가 서울에서 가장 먼저 평일 휴업일을 전환하면서 구내 대형마트 3곳과 SSM(기업형슈퍼마켓) 31곳 등 총 34곳이 일요일 영업을 재개하게 됐다.

서초구 대형마트가 평일 휴업을 시행할 경우 이마트 양재점과 롯데마트 서초점, 킴스클럽 강남점 등 매출이 신장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대형마트 한 관계자는 “주말 집객 효과가 평일보다 두세배 큰 데다가 설 대목을 앞두고 있는 만큼 의무휴업 이전 수준 매출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일요일 영업이 자리잡으면 아직 평일 변경을 시행하지 않은 인근 지역 수요까지 몰릴 가능성이 커 상반기 실적을 견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도 전국 모든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이 평일로 전환될 경우 관련 업체들의 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박신애 KB증권 연구원은 “1위 사업자 기준으로 연간 최대 총매출액 4800억원, 매출 총이익 1200억원, 영업이익 1000억원 내외 증가 효과가 기대된다”며 “1위 사업자의 내년 영업이익은 시장 기대치 대비 37% 상향 조정될 수 있다”고 봤다.

실제로 이미 평일 휴업일을 시행하고 있는 대구시 대형마트와 SSM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시가 지난해 2월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 후 6개월간 매출을 분석한 결과다.

서초구가 평일 의무휴업에 돌입하면서 서울은 물론 지방자치단체들도 주말 영업 재개를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 서초구 대형마트로 소비 이탈을 막기 위해서다.

현재 동대문구와 성동구가 평일 의무휴업을 검토 중이다. 동대문구는 설 연휴가 지난 다음달 중순경 평일 휴업일을 시행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밖에도 서초구 인근인 강남구와 동작구, 송파구, 관악구 등도 평일 전환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자체 중에선 대구와 청주가 각각 지난해 2월과 5월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변경한 데 이어 부산과 대전도 동참할 예정이다.

유통규제 관련 소비자 인식 조사 (자료=한경협)

■ 대형마트 의무휴업, 역차별·낡은 규제..소비자도 폐지 원해

대형마트 주말 의무휴업은 전통시장과 지역상권을 살리기 위한 취지로 시행됐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 온라인 장보기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의무휴업제도가 오프라인 유통업체만 규제하고 있다는 역차별 논란이란 지적이 나왔다. 여기에 소비자 불편만 가중시키는 실효성 떨어진 낡은 규제라는 비판도 받아 왔다.

의무휴업제가 전통시장 등 상권 활성화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서울신용보증재단이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시 내 대형마트가 휴업한 일요일 인근 상권 생활밀접업종(외식업·서비스업·소매업) 매출액은 영업하는 일요일 대비 1.7%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이 대형마트가 일요일 문을 닫을 경우 집객효과 감소로 주변 상권 소비도 줄어든 반면 휴업 일요일 이커머스 매출은 오히려 13.3% 늘었다.

소비자도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국경제인연합회가 시장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유통규제 관련 소비자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76.4% 소비자가 대형마트 규제 폐지나 완화를 원했다.

한경협은 또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에 생필품을 구매하기 위해 전통시장을 방문한다는 응답이 10명 중 1명에 불과해 대형마트 공휴일 휴업이 전통시장 보호에 효과가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했다.

응답자들은 대형마트 평일 변경 조치에 찬성하는 이유로는 ▲소비자 편익보호(52.3%) ▲입점 소상공인 피해 방지(20.5%) ▲공휴일 의무휴업의 전통시장 보호 효과 미미(18.0%) ▲마트 주변상권 활성화(9.2%) 등을 꼽았다.

다만 일각에선 의무휴업일 변경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평일 휴업을 시행할 경우 노동자들의 사회생활과 온전한 휴식이 방해된다는 것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 서비스연맹 마트노조는 지난 16일 동대문구청 앞에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변경 반대 집회를 열었다.

마트산업노동조합도 이달 4일부터 동대문구청을 상대로 구청 앞 쟁의행동을 진행 중이다. 17일에는 서울 서초구청과 동대문구청 앞에서 추진을 규탄하는 집회도 벌였다.

강우철 마트산업노조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의무 휴업 변경의 이해당사자인 노동자 의견 반영도 없이 각 지자체들이 평일 변경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행정이 노동자 건강권보다 유통 대기업의 욕심을 채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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