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공동주택용지 연체대금 1조5천억..10년 만에 2배
고금리·PF 부실로 건설사 사업 추진 중단
올해 공적기능 강화로 부채 증가 불가피
김명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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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23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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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경신문=김명신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매각한 공동주택용지의 분양대금 연체금액이 1조5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 등에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23일 LH에 따르면 이달 15일 기준 건설사의 공동주택용지 분양대금 연체 규모는 전체 45개 필지, 약 1조5190억원에 달한다. LH 공동주택용지 연체대금은 지난해 7월 초 1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반년 만에 또다시 연체 규모가 5000억원 이상 불어난 것이다.
LH 공동주택용지 연체금액이 1조원을 넘어선 것은 2013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1년 전인 2022년 말 7492억원과 비교해 2배 이상이다.
공동주택용지 대금 연체가 급증한 것은 지난해 고금리 여파로 분양 경기가 악화된 데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로 건설사들의 금융권 자금조달이 힘들어지면서 신규 사업 추진을 중단한 곳이 많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택지별로는 파주 운정지구의 경우 연체규모가 7개 필지, 약 5439억원에 달하며 성남 복정1지구의 2개 필지도 2962억원이 미납됐고 인천 검단·영종·청라 등 인천지역은 11개 필지에서 2253억원, 화성 동탄2지구는 5개 필지에서 1758억원이 각각 연체되는 등 수도권 요지의 택지에서도 줄줄이 대규모 연체가 발생했다.
정부는 지난해 LH와 건설사의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공공택지 전매를 허용했지만 아직까지 전매 실적은 한 건도 없다.
앞서 정부는 작년 말 발표한 경제정책방향과 연초 대통령 주재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등에서 3기 신도시 건설과 5년 내 '주택 270만가구+α' 건설 등 기존 LH의 핵심 업무 외에도 LH의 공적기능을 대폭 확대했다.
부동산 PF 연착륙 지원을 위해 일시적 유동성을 겪는 건설사의 사업부지를 LH가 매입해 직접 시행 또는 매각하도록 하고, 3기 신도시 주택 조기 착공 및 공공투자 조기집행 등을 주문했다.
또 그동안 경매 우선매수권 양도 시에만 진행하던 전세사기 피해자 주택 매입을 감정가 수준에서 임대인, 채권자 등과 협의 매수하도록 하는 등 공적 역할을 강화했다.
전문가들은 LH가 공적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선 적극적인 공사채 발행이 필수여서 LH 부채비율 증가 등 재무구조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LH는 2020년 이른바 'LH 땅 투기 사태' 이후 2∼3년간 재무구조 개선에 주력해 작년 상반기 기준 LH의 부채비율을 219.8%로 줄여놨다.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6월 말 LH를 '재무위험기관'으로 지정하면서 부채비율을 반드시 200% 미만으로 관리해야 한다.
그러나 올해 PF 부실사업장 인수 등 공적기능 수행을 위해서는 부채 증가가 수반된다.
LH는 지난해 3기 신도시 보상 등을 위해 약 11조원 규모의 공사채를 발행했는데 올해는 이보다 훨씬 큰 규모의 채권 발행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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