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최정화 기자] “2018년 당시만 해도 즉시구매방식을 추구하던 편의점에서 온라인은 금기어였으나 코로나19 이후 모바일앱 등을 연결하는 O4O 서비스가 늘면서 매출이 2배 이상 성장했다”
지난 29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24 유통산업 전망 세미나’에서 신종하 BGF리테일 실장이 이같이 말했다.
신 실장은 "편의점은 원래 수제맥주 성지였으나 최근엔 주류 메인을 위스키가 점령했다"며 "점포에서 고가 위스키를 팔 경우 재고 때문에 점주들이 부담스러워 했지만 O4O로 진행할 경우 미리 주문을 받고 점주는 픽업만 하면 되니 지금은 위스키 오픈런까지 빚어지며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편의점 앱에서 주류를 가장 싸게 많이 사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CU·GS25·세븐일레븐·이마트24 등 편의점 4사는 그동안 서로 경쟁관계였던 온라인 채널과 접점을 연계하는 퀵커머스 등 O4O(오프라인을 위한 온라인) 서비스를 점차 확대하고 있다. O4O 기능 강화를 통해 퀵커머스 전용 서비스 개발 등 고객과의 접점을 늘려 매출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O4O는 O2O(온·오프라인연결)의 확장 개념으로 온라인보다 오프라인에 무게중심을 둔 서비스다. 특히 편의점은 단순한 픽업에서 나아가 근거리에서 소비자의 체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단 점에서 여러 온라인 쇼핑업체와 엔터사들의 러브콜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마크 매슈스 미국소매협회(NRF) 부사장은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매장이 수행하는 역할이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이 편의점이 고객들의 온라인 쇼핑 경험 장소로 부각되는 만큼 향후 O4O 전략은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 편의점 4사 O4O 전략들..포켓CU·우리동네GS·세븐일레븐 ‘라스트오더’·이마트24 ‘구독서비스’
CU는 자체 커머스 앱인 ‘포켓CU’를 통해 편의점의 온오프라인 역량을 높이며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오프라인 편의점을 온라인으로 상권을 확대하며 고객과 점포를 긴밀하게 이어주는 O4O 전략의 일환이다.
30일 BGF리테일에 따르면 CU는 포켓CU를 온·오프라인 원스톱 쇼핑 플랫폼으로 구축하기 위해 올해 약 100억 이상을 투자해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지난 2022년에는 온라인으로 편의점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DX(Digital Experience)실’을 신설하기도 했다.
포켓CU는 한국인터넷전문가협회(KIPFA)에서 주관하는 2022 아이어워즈에서 심사 등록된 총 181개 모바일 앱 중 전체 1위로 꼽히는 ‘최고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올해 편의점 업계 유일한 수상이자 역대 최고상이다.
포켓CU 주요 기능은 ▲배달 주문 ▲편PICK(편의점 픽업) ▲예약 구매 ▲홈배송 ▲재고 조회 ▲CU월렛 등으로 오프라인 점포와 온라인 커머스 간 연계성을 강화한다.
포켓CU 리뉴얼 이후 하루 평균 신규 가입자 수는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으며 활성화 회원 수는 250만명에서 현재 약 400만명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하루 이용자 수는 전년 대비 200%, 멤버십 적립 및 커머스 실질 이용 실적은 150% 성장했다.
특히 포켓CU의 주류 예약 구매 서비스인 CU BAR가 인기다.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미리 예약하면 지정한 날짜와 점포에서 상품을 픽업할 수 있는 서비스다. 최근 550만원짜리 와인, 333만원짜리 위스키도 판매될 정도로 큰 반응을 불러일으키며 CU BAR 매출은 전년 대비 180.6% 큰 폭 증가했다.
김석환 BGF리테일 DX 실장은 “최근 편의점 업계는 자체 앱을 통해 오프라인 채널이라는 편견을 깨고 온라인으로 그 상권을 확장하며 또 한번 유통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멤버십에 기반한 고객 맞춤형 편의를 제공함으로써 편의점 업계 이커머스 트렌드를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GS25의 O4O 전략 핵심은 전용 앱 ‘우리동네GS’다. 회원수는 1600만명 이상이며 월별 활성화 이용자 수는 300만명에 달한다.
GS리테일은 업계 최초로 O4O 기능을 도입했다. 2011년 나만의 냉장고를 시작으로 이후 ▲결제대행 서비스(2019년) ▲반값택배(2019년) ▲와인25플러스(2020년) 등 다양한 O4O 서비스를 선보였다. 최근엔 소비기한 임박 상품을 할인 판매하는 ▲마감할인 서비스를 선보이며 ESG 경영 강화의 중요한 플랫폼으로 활용하고 있다.
O4O서비스의 시초인 나만의 냉장고 기능은 앱 사용자의 90% 이상이 이용하고 있다. 2011년 첫 론칭 이후부터 올해 9월 말까지 나만의 냉장고 이용 건수는 8000만 건에 육박한다. 와인25플러스는 주류 주문 플랫폼으로 지난 2020년 7월 첫 론칭 후 2021년 1300%, 2022년 148%, 2023년 상반기 150% 매출이 성장했다. 일반 택배 50% 수준인 반값택배도 론칭 첫해 2019년 이용 건수는 약 9만건이었으나 코로나19와 중고거래, 고물가 등 영향으로 지난해 기준 약 1000만건을 달성해 100배 성장했다.
GS리테일은 우리동네 앱을 기반으로 O4O 전략을 강화하고 지속적으로 신규 서비스를 출시하는 등 고도화에 힘쓸 예정이다.
세븐일레븐도 지난해 3월 중고나라와 '자원 선순환 및 개인간 안전거래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고 온·오프라인 유통채널을 활용한 신개념 O4O 서비스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전국 6000여점에서 세븐픽업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누적 상품 등록 건수는 30만건을 넘어섰다. 누적 거래 건수도 1만건 이상이다.
지난 2020년 2월 업계 최초로 선보인 마감할인판매 ‘라스트오더’ 서비스도 세븐일레븐 대표 O4O 서비스다. 지난 3년간 라스트오더 서비스를 운영하는 점포는 전국 1만3000여점이다. 지난달까지 누적 판매량은 약 320만개이며, 이에 따른 폐기절감액은 매가기준 91억원에 달한다. 올해 1~10월 라스트오더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10% 증가했다.
이마트24는 가성비를 내세운 ‘구독 서비스’를 통해 고객들이 매장을 습관적으로 방문하도록 하고 있다. 모바일앱을 통해 월 구독료(500원~4000원)를 내면 20%~50% 할인된 가격에 구독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다. 구독쿠폰을 이용하기 위해 매장을 지속 방문하도록 하는 록인(Lock-in) 효과를 극대화 한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이마트24가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구독서비스 현황을 분석한 결과 전년 동기 대비 119% 증가했다.
이마트24 관계자는 “편의점 상품을 정기적으로 할인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구독쿠폰 서비스가 짠테크를 지향하는 알뜰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며 “앞으로도 모바일앱을 통한 O4O전략이 이마트24 가맹점의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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