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최정화 기자] 고물가·고금리로 경기침체가 길어지면서 소비자 구매패턴이 바뀌고 있다. 불황형 소비 트렌드 확산으로 가성비를 내세운 중고명품 거래가 늘고, 대용량 구매가 온라인으로 이동하는 등 소비 플랫폼에 변화가 감지된다. 이에 유통공룡 롯데와 신세계그룹이 각기 다른 전략을 내세우며 고객 잡기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29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3년 10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주요 유통업체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6.4% 상승한 15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온·오프라인 매출이 모두 증가했지만 대형마트와 백화점 매출은 편의점과 준대규모점포(SSM)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온라인 업체 매출이 12.6% 증가했고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편의점(6.8%)과 SSM(3.1%) 등 매출은 상승했다. 반면 대형마트와 백화점 매출은 각각 4.1%, 2.6%씩 떨어졌다.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고전하는 데에는 소비위축에 따른 소비형태 변화와 함께 엔데믹으로 해외여행이 늘면서 소비여력이 분산된 영향도 큰 것으로 분석된다.
산업부 조사 대상은 백화점(롯데·현대·신세계), 대형마트(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편의점(지에스25·씨유·세븐일레븐), 준대규모점포(이마트에브리데이·롯데슈퍼·지에스더후레쉬·홈플러스익스프레스)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 13곳과 SSG·쿠팡·티몬 등 12개 온라인 유통사다.
■ 롯데 ‘시장 발굴’ VS 신세계 ‘본업 집중’
롯데와 신세계그룹의 대표사업인 백화점과 대형마트 업종이 부진을 겪자 이들은 서로 다른 해법을 내세우며 새 돌파구 찾기에 나섰다.
롯데그룹은 수익성 신장을 위해 국내외 새로운 시장을 발굴해 고객층을 확대하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롯데쇼핑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롯데백화점은 소비 시장 큰 손으로 떠오르고 있는 MZ세대를 겨냥한 마케팅을 강화할 계획이다.
동남아 등 해외시장 공략에도 힘쓸 예정이다. 현재 동남아 지역에 진출한 롯데백화점은 베트남 3곳, 인도네시아 1곳 등 총 4개점이다. 현재 중국 청두점은 매각 중이다. 롯데마트는 65개 매장이 동남아 지역에서 영업 중이다.
롯데그룹은 베트남 호찌민에 건립을 추진 중인 뚜띠엠 에코스마트시티 등 해외 복합쇼핑몰 사업 확장에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9월에는 유통, 건설 등 그룹 총역량을 총동원해 건립한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가 개관했다. 이외에도 베트남 지역에 2-3선 도시 진출 계획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본점은 프리미엄 전략 일환으로 매장 구성을 재편하는 등 리뉴얼을 진행하고 있고, 잠실의 경우 글로벌 고객과 MZ고객들이 많이 찾는 만큼 MZ고객들에게 이슈가 될 수 있는 패션 브랜드나 F&B 브랜드를 입점시키는 등 그들을 오프라인 채널로 끌어모으기 위한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대형마트 1위인 신세계 이마트는 기존 점포 개편과 신규 개점 등을 통해 본업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한채양 이마트 대표는 지난 9일 이마트 창립 30주년 기념식에서 "회사의 모든 물적, 인적 자원을 이마트 본업 경쟁력을 키우는 데 쓸 것"이라며 "한동안 중단했던 신규 점포 출점을 재개하고 기존점을 개편하는 리뉴얼 작업도 적극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대표는 내년 5개 점포 부지를 추가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실제로 이마트는 중동점과 문현점 매각 계획을 철회하고, 이후 기존 매장 매각도 더이상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점포 리뉴얼에 속도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지난 2020년 월계점 리뉴얼(더타운몰)을 시작으로 그해 9개점, 21년 19개점, 22년 8개점을 리뉴얼했다. 올해는 이마트 더타운몰 2개점(연수점, 킨텍스점)을 포함해 10여개점 리뉴얼이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그룹은 할인점, 슈퍼, 편의점 3사 통합 운영도 추진할 계획이다. 각기 다른 유통 업태의 통합 운영 영역을 넓혀 시너지를 창출하고 수익성을 극대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마트가 조직 개편 이후 신규 점포 출점, 기존점 리뉴얼, 통합 운영 등 본업의 경쟁력 강화를 시도하고 있어 변화가 감지된다"며 "통합 매출이 19조원을 웃도는 오프라인 유통 사업군을 하나의 대표 체제로 전환하면서 원가율 개선에 따른 실적 개선폭이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 연구원은 “조직 개편 이후 신규 점포 출점, 기존점 리뉴얼, 통합 운영 등 본업의 경쟁력 강화를 시도하고 있어 변화가 감지된다”며 “충성 고객에 집중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고객 라인을 강화하고, 양질의 고객 데이터 축적이 가능해진 점도 긍정적”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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