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없는’ 금융지주 CEO 선임절차 손본다..지배구조법 개정안 어떤 내용 담기나

금융위, 업무보고서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 계획 밝혀
尹 대통령 “주인이 없는 기업 CEO 선임 절차 투명해야”
횡령 등 중대 금융사고에도 내부통제 책임 CEO 장기연임
CEO 셀프 연임 막고 전문성·도덕성 등 자격요건 의무화

윤성균 기자 승인 2023.02.01 11:07 의견 0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금융위원회 업무보고 사전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자료=금융위원회]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금융당국이 ‘주인 없는’ 금융지주사의 지배구조 개선에 나선다.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 경영 승계 절차를 손봐 ‘셀프 연임’을 막고 전문성·도덕성 등 자격요건도 강화한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진행된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올해 주요업무 추진계획 중 하나로 금융회사의 내부통제제도 개선과 임원선임절차의 투명성 제고를 위한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이 금융사의 지배구조 문제를 꺼내든 것은 금융권에 사모펀드 사태와 횡령 등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내부통제에 책임이 있는 CEO들이 장기 연임을 이어가는 등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업무보고 사전브리핑에서 “주인이 없는 주요 회사의 CEO 선임 절차는 투명하고 합리적이어야 한다”며 “승계 또는 선임 절차·과정이 과연 투명하고 합리적이고 모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지 더 정확하게 파악해서 대응책을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사의 지배구조 개선에는 윤석열 대통령도 큰 관심을 보였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금융위 업무보고 마무리 발언에서 “은행이나 소유가 완전히 분산된 기업들은 지배구조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모럴헤저드가 일어날 수 있는 경우에는 적어도 그 절차와 방식에 있어서는 공정하고 투명해야 한다”며 “은행이 공공재 측면이 있기 때문에 공정하고 투명하게 거버넌스를 구성하는 데 정부가 관심을 보이는 것은 관치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은행 등 소유분산기업 지배구조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조하면서 금융당국의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 작업은 더욱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금융위의 올해 주요업무 추진계획에 따르면 임원 선임절차의 투명성 제고 방안으로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의 독립성 강화, CEO의 적극적 자격요건 신설,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이사회 구성 등이 제시됐다.

앞서 금융위가 2020년 6월 국회에 제출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에 보다 구체적인 내용이 포함됐다. 이 개정안은 금융사의 투명하고 공정한 지배구조 구축을 위해 2018년 20대 국회 때 추진됐지만 임기만료로 폐기됐다가 재추진된 것이다.

개정안은 CEO를 포함한 임추위 위원은 본인을 임원 후보로 추천하는 임추위 결의에 참석을 금지한다. 현행법에서도 임추위 결의에 대해 의결권 행사를 금하고 있지만 개정안은 참석 자체를 금지한 것으로 한 발 더 나아갔다.

아울러 CEO는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을 추천하는 임추위에도 참석을 금지한다. 현행 임추위 과반수 이상으로 규정한 사외이사 비중도 3분의 2 이상으로 올렸다. CEO가 임추위에 들어가거나 위원 구성에 개입해 ‘셀프 연임’하는 행태를 막겠다는 취지다.

개정안은 또 CEO가 금융전문성, 공정성, 도덕성, 직무전념성 등 적극적 자격요건을 갖추도록 규정한다. 현행법에서는 CEO의 소극적 결격 요건만 정해 놓고 적극적 요건을 규정하지 않고 있다.

개정안에서는 ‘금융회사의 대표이사 및 대표집행임원은 금융 분야의 풍부한 전문지식과 업무경험, 공정성, 도덕성 및 신뢰성을 바탕으로 직무에 전념할 수 있는 사람으로서 해당 금융회사의 건전한 경영과 금융소비자 보호에 적합한 사람이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현재에도 대부분의 금융지주사가 ‘지배구조 내부규범’에서 임원의 자격 요건으로 투철한 책임과 윤리의식, 전략적 사고와 전문적인 지식 보유 등을 명시하고 있지만 사실상 구속력은 없었다.

금융위는 개정안의 입법효과로 “CEO 선출시 금융회사 경영에 적합한 자질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한 자격검증을 강화함으로써 무자격자의 CEO 선출을 막고 금융회사 경영의 건전성이 강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울러 금융위는 지난해부터 ‘금융권 내부통제 제도개선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중대 금융사고 방지를 위해 CEO에 내부통제 관리의무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내부통제의 총괄책임자인 CEO에게 가장 포괄적인 내부통제 관리의무를 부여해 금융사고 발생 시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번 제도개선은 금융회사가 내부통제를 외부로부터 주어진 규제가 아닌 경영전략이자 조직문화로 받아들이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내부통제 책임의 소재와 범위를 명확히 함으로써 금융회사 지배구조상 견제와 균형의 원리도 원활하게 작동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올 1분기 중 법리적 검토 및 업계 의견수렴을 거쳐 세부 제도내용을 확정하고 법령 개정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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