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이상훈 기자] 나인아크가 개발하고 카카오게임즈가 서비스하는 모바일 수집형 RPG '에버소울'이 인기를 이어가는 가운데 게이머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전폭적인 신뢰를 얻기 시작했다.
5일 출시됐으니 이제 서비스 극초반이지만 게이머들의 불만과 불편사항이 발생하면 24시간 내에 조치를 취하는 등 빠르게 대응해 "카카오게임즈가 달라졌다", "갓겜이다", "이런 운영이면 믿고 현질할 수 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도대체 '에버소울'은 보름 남짓한 시간 동안 어떻게 게이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카카오게임즈와 나인아크는 게이머들이 불편해하는 요소를 최대한 빨리 해결하고, 그 과정을 투명하게 공유하는 정공법을 택했다.
우선 나인아크는 게임이 론칭된 지 4일째 되는 8일, 초반 게이머들 사이에서 발생했던 자잘한 오류들에 대해 빠르게 수정 조치했다. 아울러 불편을 겪은 게이머들에게 사과의 의미로 에버스톤 2100개를 증정했다. 에버스톤 2100개는 흔히 말하는 '10연뽑'을 할 수 있는 만큼의 재화다. 초반 정령 수집을 위해 뽑기가 간절한 게이머들에게 만족스러운 보상이었다는 평가다.
그 뒤에도 3차례 큰 사건이 발생했지만 카카오게임즈와 나인아크는 이를 빠르게 해결해 '소통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 게임 데이터 유출 논란
'에버소울'의 첫 번째 위기는 10일 발생했다. 나인아크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은 신규 정령들과 이벤트 소식이 유출된 것이다. 게임이 정식 론칭된 지 채 1주일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몇몇 게이머들이 추후 게임 운영에 중요한 정보를 간직하고 있는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카카오게임즈가 일부 인플루언서들에게만 특혜를 제공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수집형 RPG 특성상 시간이 지날수록 새로운 정령이 계속 등장하게 되고, 그 중 더욱 강한 정령 정보를 알고 있다면 불필요한 지출을 하지 않고 특정 정령이 등장할 때만 '뽑기'를 몰아서 할 수 있다. 같은 비용을 들이더라도 더 강해질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특히 신년 이벤트 정보까지 대거 유출된 것은 직원이 정보를 유출하는 것이라고 판단, 유저 기만을 이유로 게임 탈퇴 움직임까지 일었다.
그러나 사태가 일파만파 확대됐지만 이 사태를 잠재우는 데까지는 하루밖에 걸리지 않았다. '에버소울' 디렉터인 김철희 PD가 즉시 조치를 취했기 때문이다. 김 PD는 11일 에버소울 공식 게임카페에 '미공개 정보 유출에 대한 공지 및 업데이트 로드맵 공개' 제목의 글을 쓰고 해당 정보 유출 사태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먼저, 게임 데이터는 제작사인 나인아크와 서비스사인 카카오게임즈와 무관하다는 설명이다. 김 PD는 "데이터 유출에 대해 면밀히 조사한 결과 내부자 정보 유출이 아니라 클라이언트 데이터 마이닝을 통한 정보 유출로 확인됐다"면서 "유출된 미공개 정령·코스튬· 일러스트 등의 데이터는 확정된 내용이 아니며, 아직 확정되지 않은 정보로 인해 구원자님들이 오해하는 일이 없도록 미공개 정령의 경우에는 스킬에 대한 정보가 포함되지 않도록 주의하고, 데이터가 포함될 필요가 없는 경우 미리 배포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나인아크는 데이터를 불법 수집한 일부 게이머만 추가적인 정보를 알 수 없도록 즉시 1분기 로드맵을 공개했다. 이로써 유출된 데이터 중 확정된 이벤트와 신규 정령에 대한 정보의 비대칭성을 없앨 수 있었다.
■ 미공개 정보 공개(VIP) 논란
신규 정경과 이벤트가 유출된 다음날인 11일, '에버소울' 커뮤니티에서는 'VIP 시스템'과 관련된 논란이 또 확산됐다.
데이터 마이닝으로 유출된 정보 중 'VIP 시스템'이 존재했고, 그러한 시스템이 언제 도입될 지 모른다는 게이머들의 불안감이 확산된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VIP 시스템이란, 보다 많은 과금을 하는 게이머들을 위해 차등 보상 시스템을 적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상당수의 게임이 명칭은 다르더라도 이와 유사한 VIP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으며 간혹 필수 혹은 스페셜 아이템을 VIP 시스템으로만 획득할 수 있도록 해 게이머들의 과금을 강제하기도 한다. 때문에 무과금으로 플레이하거나 소과금으로 게임을 하는 라이트 유저들은 게이머를 차별하는 시스템이 도입될까봐 불안해하는 것이다.
이에 나인아크는 11일 공지사항을 통해 "지난 11일 미공개 정보 유출에 대한 공지에서 언급했듯이 클라이언트 데이터마이닝로 유출된 정보는 확정된 내용이 아니다. 실제 공개되기 전까지는 언제든지 변경될 수 있다"면서 "논란이 불거진 VIP 시스템은 과거 더미 데이터다. 게임의 방향성을 고려해 제외된 시스템이다. 앞으로도 해당 시스템을 추가할 계획이 없다"고 확답해 게이머들의 불안감을 단번에 불식시켰다.
■ 이상한 꿈결의 클로이 이벤트 관련
'에버소울' 론칭 기념 이벤트가 2주간 진행된 뒤, 신년 맞이 이벤트가 시작됐다. 그 중 메인 이벤트인 '이상한 꿈결의 클로이' 이벤트는 기이한 꿈 속으로 휩쓸려간 정령들이 꿈 속 악당으로 등장한 가짜 클로이와 1대 5로 전투를 벌이고, 누적 피해량에 따른 보상인 '금빛 꿈주머니'를 획득하는 이벤트다.
이 '금빛 꿈주머니'는 이벤트 기간 한정으로 열리는 '나이아의 꿈 상점'에서 신규 코스튬을 구입하거나 영지를 꾸밀 수 있는 다양한 아이템을 구입하는데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게이머들은 이벤트 첫날인 19일, 제아무리 열심히 접속하고 모든 조건을 클리어하고, 심지어 과금을 하더라도 '나이아의 꿈 상점'에서 판매하는 아이템을 풍족하게 구매할 수 없었다. 게이머들은 이벤트와 이벤트 참여에 따른 보상 간 밸런스가 문제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역시 김 PD는 다음날인 20일 공지를 통해 이벤트 내용을 수정한다고 밝혔다. 김 PD는 "'금빛 꿈주머니'의 공급량에 관련된 구원자님(게이머)들의 의견을 듣고 해당 사안에 대해 검토했다"며 "본래 '나이아의 꿈 상점'은 이벤트를 통해 모든 아이템을 구매할 것을 상정하고 설계되지 않았으며 원하는 아이템을 선택적으로 구매하실 수 있도록 다양한 품목을 준비하고 구매 가능 횟수를 크게 설정했다. 다만 저희가 생각했던 방향과 구원자님들께서 생각했던 방향이 다르다는 것을 확인하였고 이벤트 기간이 종료되면 획득이 어려운 '한정 아이템'의 경우 지금보다 더 쉽게 획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에버소울'은 업데이트를 통해 이벤트 보스인 '탐관오리 클로이'와 대결할 수 있는 일일 도전 횟수를 3회에서 5회로 늘렸고 또 아이템 구매에 도움이 되도록 1월 20일부터 2월 8일까지 20일간 매일 100개의 '금빛 꿈주머니'를 증정한다고 밝혔다.
새롭게 수정된 조치로 인해 게이머들은 이벤트 기간 한정 코스튬 2종과 영지에 꾸밀 수 있는 특수 오브제 4종을 큰 어려움 없이 구매할 수 있게 됐다.
논란이 불거지면 익일 즉시 개선안을 내놓자 게이머들도 이제 '에버소울'을 신뢰하는 분위기다. 다수의 게이머들은 공지사항에 댓글로 "한정 코스튬 2개, 한정 영지 건물 3개밖에 못 샀는데 이제 전부 다 살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좀 이벤트 다워졌네요", "운영 엄청 잘하네요. 응원합니다", "유저들 의견을 많이 반영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굿굿..이렇게 바로 대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유저와의 소통 좋아요" 등 운영진을 응원하는 댓글을 남기고 있다.
카카오게임즈 관계자는 "게임이 성공하고, 오랫동안 '롱런'하기 위해서는 게이머들과의 소통이 무척 중요하다는 사실을 카카오게임즈도, '에버소울' 제작사인 나인아크도 잘 알고 있으며, 매일 올라오는 게이머분들의 의견을 계속해서 읽고 가장 좋은 쪽으로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직 서비스 초기인만큼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지만, 이용자분들이 게임 이용에 불편함을 느끼시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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