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이상훈 기자] 문해력, 공감 능력, 소통. 이 단어들은 현대를 살아갈 아이들이 꼭 익혀야 할 삶의 기술이자 리더의 필수조건이다. 하지만 아주 어릴 적부터 스마트폰 등 각종 영상기기에 노출된 아이들의 소통 능력과 문해력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눈 떠서 잠들 때까지 스마트폰만 쳐다보는 아이들, 그 아이들을 ‘스마트폰’에서 구하고 말하기, 글쓰기를 잘하는 ‘인생 마스터키’를 갖게 할 방법은 없을까? 이 책은 책 읽기와 글쓰기로 이 난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 출발한다.
자기 아이 가르치기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라고들 말한다. 하지만 부모만큼 좋은 스승이 또 어디 있겠는가? 부모가 먼저 제대로 된 말하기, 책 읽기, 글쓰기를 익히고 아이와 함께한다면 아이 또한 책을 좋아하고, 조리 있게 말하고 타인의 말에 귀 기울이며 글을 잘 쓰는 아이로 자라지 않을까.
■ 세상을 살아가는 강력한 무기, 말하기와 글쓰기
생물학자로서도 탁월한 업적을 가진 학자이자 글 잘 쓰는 학자로 정평이 난 최재천 교수는 신문 기고를 통해 인문학과 기초과학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그것이 아이들의 ‘인생 마스터키’, 즉 곁쇠가 되어줄 것이라 말한다. 그래서 옥스퍼드나 하버드, 예일 같은 유수의 대학들이 세상의 변화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인문학과 기초과학을 중시하는 것이다. 저자는 거기에 더해 더욱 본질적인 인생의 곁쇠는 말하기와 읽기, 글쓰기 능력이라 말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은 2004년 존 케리 대선후보 지지 연설로 전 세계가 주목하는 정치인으로 부상했다.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 에어비앤비 최고경영자(CEO) 브라이언 체스키,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 등 세계 최고의 석학이나 기업가들도 글쓰기의 중요성에 주목한다. 아이들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수많은 난관에 부딪히고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할 때, 탄탄한 말하기, 글쓰기는 그들을 새로운 세상으로 안내할 강력한 수단이 되어줄 것이다.
■ 책 잘 읽는 아이로 바꿀 슬로리딩, 낭독, 이야기 바꾸기
어릴 적엔 책과 친하다가 어느 순간, 스마트폰에 몰두하면서 책 읽기와는 담을 쌓는 자녀를 지켜보며 부모는 가슴이 답답하다. 아이가 독서량이 부족해 공부에 뒤처지고 교양 없는 무식자가 될 것 같은 불안감이 엄습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아이를 책과 친하게 할까? 방법은 하나다. 아이가 좋아하는 책을 읽게 하는 것이다. 부모가 아이의 수준에도 맞지 않는 독서목록을 내밀기보다 만화든, 학습참고서든 아이가 좋아하는 주제를 선택해 스스로 책을 고르고 실컷 읽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아이를 독서의 주인공으로 만들자고 제안한다. 아이에게 어려운 내용은 부모가 이해하도록 설명을 곁들이고 슬로리딩과 낭독으로 흥미를 잃지 않게 하고, 이야기 바꾸기, 요약 등을 통해 아이가 독서의 즐거움을 느끼도록 놀이처럼 함께하는 것이다. 부모는 아이가 책을 붙들고 있는 모습에만 만족할 게 아니라 아이가 독서와 글쓰기에서 주도성을 발휘하도록 끊임없이 도와야 한다.
■ 말 잘하는 아이, 경청하는 부모로부터
말을 한다는 것은 자기 생각을 근거와 내용을 갖춰 표현하는 것이자 상대를 설득하는 과정이다. 저자는 말을 잘하려면 무엇보다 경청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기보다 상대가 듣고 싶은 말을 정서와 이치에 맞게 해야 하는 것이다.
저자는 ‘정서와 이치에 맞는 말하기’의 중요성을 소크라테스의 최후의 변론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소크라테스가 밀레토스 등에게 고발당해 법정에 섰을 때, 자기의 정당성만을 주장하기보다 배심원을 설득하는 변론을 했더라면 아마도 사형을 면했을 것이라고 한다. 아울러 육하원칙에 따른 말하기는 전하고자 하는 의미를 명료하게 전달하는 중요한 기술이다.
아이와 대화할 때, 부모는 주장을 가장 나중에 하는 미괄식 말하기를, 아이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주장을 먼저 하는 두괄식 말하기를 권한다. 특히 아이와의 대화에서 부모는 자기 뜻을 일방적으로 전달하기보다 먼저 아이의 말을 마음과 영혼을 다해 듣고 공감해주고 나서 의사를 전달하라고 하라고 조언한다. 말을 잘하는 아이는 경청을 잘하는 부모로부터 나온다는 저자의 주장이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 빨간펜보다 아낌없는 박수가 이끄는 글 잘 쓰는 아이
저자는 사람들이 글쓰기에 트라우마를 갖게 된 이유를 초등학교 일기 쓰기에서 찾는다. 요즘 아이들은 매일 일기 쓰기를 숙제로 제출하고 선생님은 검사의 일환으로 때론 빨간펜으로 첨삭까지 한다. 일기처럼 사적인 영역의 글에 문법이니, 바람직한 글쓰기가 대체 무슨 소용이 있을까. 그래서 저자는 아이들의 일기에 빨간펜 첨삭을 하지 말아달라고 선생님들께 간곡히 호소한다. 빨간펜의 기억이 아이들로 하여금 글쓰기를 어려운 일로 여기고 담을 쌓게 하는 원인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아이가 말을 배울 때, 한 단어라도 입 밖으로 내면 부모는 발음의 정확성 따윈 신경도 쓰지 않고 그저 말을 했다는 사실만으로 즐거워하고 경이로움을 느낀다. 바로 그것이다. 부모는 아이의 글쓰기를 그 자체로 경이롭게 바라보며 칭찬하고 반겨야 한다. 아낌없는 칭찬은 아이의 글쓰기에 자신감을 불어넣고 마음껏 창의성을 발휘하게 하는 단초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말하기, 글쓰기, 책 읽기의 의미와 중요성에서 출발해, 그 실행방법을 자세하게 설명한 뒤, ‘한 걸음 더’를 통해 그 내용을 쉽게 따라 할 수 있게 했다. 아울러 진정성을 바탕으로 한 저자의 경험은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 도움이 될 만한 내용으로 가득하다. 저자는 아이의 책 읽기, 글쓰기와 대화에서 어려움을 겪는 부모들에게 아이를 탓하기에 앞서, 부모의 말과 태도를 먼저 돌아보라고 조언한다.
지금처럼 급변하는 지식정보화 사회에서는 리터러시(Literacy, 문해력·독해력)와 커뮤니케이션에 능숙한 사람이 더 좋은 삶의 기회를 얻고 삶을 더욱 주도적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내 아이를 리터러시와 커뮤니케이션에 능한 아이로 키울 방법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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