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부터 KB국민은행은 올해 하반기 공채 일정에 돌입했다. 신입 및 경력직원 약 400명과 퇴직직원 재채용 등을 포함해 총 700여명 규모의 채용이 진행된다. [자료=KB국민은행]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KB국민은행이 하반기 공개채용에 돌입했지만 전체 채용 규모의 절반 가까이를 퇴직직원 재채용으로 채웠다. 그간 시중은행들은 비교적 낮은 인건비로 은행의 업무효율을 높일 수 있는 퇴직자 재채용 제도를 활용해 왔지만 구체적인 채용 규모가 부각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지난달 29일부터 올해 하반기 공채 일정에 돌입했다. 신입 및 경력직원 약 400명과 퇴직직원 재채용 등을 포함해 총 700여명 규모의 채용이 진행된다.

국민은행의 이번 채용에서 눈에 띄는 것은 퇴직직원 재채용 규모가 약 300명에 달한다는 점이다. 퇴직직원 재채용은 희망퇴직 등으로 퇴직한 직원을 기간제 근로자 형태로 재채용하는 것을 말한다.

국민은행은 자점감사 등 내부통제 모니터링 관련 업무에 퇴직자를 재채용해 활용하고 있었다. 매년 비슷한 규모로 채용을 진행했지만 하반기 채용 계획을 통해 구체적인 채용 규모가 드러난 것은 처음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희망퇴직자에게는 제2의 인생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은행 입장에서는 퇴직직원들의 은행 재직 기간 중에 가지고 있는 노하우를 업무에 적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희망퇴직자를 대상으로 재채용 제도를 도입해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한은행은 지점을 감사하는 전담감사자 제도를 도입해 퇴직직원을 재채용하고 있고 우리은행도 재채용을 통해 영업점 감사 업무를 맡기고 있다.

하나은행은 영업점 감사 업무 뿐만 아니라 지점장과 PB센터장 등 관리자급에도 퇴직자 재채용 제도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구체적인 재채용 규모를 밝힐 수는 없지만 업무 노하우를 전수하거나 모니터링 작업을 하는데 있어서 선배 퇴직자 분들이 자문 아닌 자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퇴직자 재채용이 희망퇴직자와 은행 모두에게 윈윈하는 제도인 것처럼 보이지만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퇴직자 재채용이 기간제 고용 형태로 이뤄지기 때문에 은행의 비정규직 비중 확대에 일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에 300명 규모의 퇴직자 재채용을 진행하는 국민은행의 경우 최근 비정규직 수가 급증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 국민은행의 정규직은 1만4476명, 비정규직은 2207명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정규직 1만5390명 비정규직 1670명 대비 정규직은 914명 줄어든 반면 비정규직은 537명 늘어난 것이다.

은행권의 정규직 수가 전반적으로 줄어드는 추세이지만 국민은행의 경우 비정규직 증가 규모가 눈에 띄게 크다. 같은 기간 정규직 감소 규모가 국민은행 다음으로 큰 하나은행의 비정규직 증가 규모는 89명에 불과하며 신한은행은 20명 증가에 그쳤다. 우리은행의 비정규직 수는 오히려 91명 줄었다.

국민은행이 비용 대비 업무 효율을 위해 재채용 규모를 늘리려다 보니 고용의 질이 전반적으로 떨어진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국민은행 관계자는 “최근 은행의 채용 트렌드가 형태가 경력직 위주로 형태가 바뀐 것일 뿐 고용의 질이 떨어졌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퇴직자 재채용은 희망퇴직자에게 업무 역량이나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으로 직원의 만족도가 높다”면서 “고령자 일자리 창출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데 사회적 기업인 은행의 공익적 활동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