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고객과 사모펀드 갈등 봉합될까..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 분조위 개최 임박

라임펀드 이후 9개월 만에 금감원 분쟁조정 개시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 vs 불완전판매에 따른 피해 배상
하나은행 “고객 피해 해소에 만전기해..분조위 결과 주목”
피해자들 “계약취소 이외 결과 불수용”..갈등 장기화 조짐

윤성균 기자 승인 2022.04.15 11:55 | 최종 수정 2022.04.15 13:59 의견 1
지난 14일 금융감독원 앞에서 열린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 촉구 기자회견에서 투자피해자가 발언하고 있다. [자료=하나은행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 피해자연대]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1년 가까이 미뤄진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의 분쟁조정절차가 조만간 진행된다. 환매 중단 사태 이후 2년 넘게 곪은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 주요 판매사인 하나은행과 고객 간 갈등도 종지부를 찍게될지 이목이 쏠린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오는 25일 오후 2시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를 개최한다. 지난해 7월 대신증권의 라임 국내펀드 불완전판매 등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물었던 분조위 개최 이후 9개월여 만이다.

당초 금융당국은 ▲라임펀드 ▲옵티머스펀드 ▲디스커버리펀드 ▲독일헤리티지펀드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 등 5대 환매중단 사모펀드에 대해 지난해 2분기까지 제재 및 분쟁조정 절차를 마무리하기로 했지만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일정이 미뤄졌다. 현재 독일헤리티지펀드와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의 분조위 일정을 남겨뒀다.

특히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의 경우 지난해 투자 피해자와 금융사 등을 상대로 현장조사를 마무리했지만 해외 현장조사에서 차질을 빚으며 분조위 절차가 미뤄졌다.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는 이탈리아 병원들이 지역정부에 청구할 진료비 매출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주요 판매사인 하나은행은 2017년 10월부터 2019년 9월까지 14회에 걸쳐 7개 자산운용사가 설정한 총 506계좌 1528억원을 판매했다가 환매가 중단됐다.

투자피해자들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해당 펀드 판매 과정에서 ▲5% 확정금리 보장 ▲안전자산인 인버짓채권(예산 범위 내 발행된 채권)에 투자 ▲무조건 13개월내 조기상환 가능 등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탈리아 정부가 의료비 지급을 한 차례 이상 거부해 소송을 통해서 받아내야 하는 장기 채권(엑스트라버짓 채권)에 투자됐다. 실제 할인율도 15~20% 정크본드 수준으로 거래되는 비정상 매출채권이었다. 설명과는 다르게 펀드의 자금회수가 불분명하고 조기상환 자체가 불가능한 펀드였다는 의미이다.

피해자들은 지난 2020년 7월 금감원에 원금 전액 반환을 요구하는 분쟁조정신청의견서를 제출했고 판매사 하나은행뿐만 아니라 자산운용사 7곳과 TRS 증권사 3곳이 이미 펀드의 부실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던 정황을 확인하고 펀드사기판매로 검찰에 고소한 상태다.

금감원은 지난 2020년 6월 라임무역금융펀드와 지난해 4월 옵티머스펀드에 대해 민법 제 109조에 따라 ‘착오의 의한 계약 취소’를 결정한 바 있다. 당시 분조위는 계약 취소의 결정 근거로 판매사가 실제와는 다른 정보를 제공하는 등의 행위로 투자자의 착오를 유발했다는 점을 들었다.

이에 따라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 계약취소 결정이 내려져야 한다는 게 피해자들의 주장이다.

반면 하나은행은 계약과 달리 엑스트라 버짓 대상 채권에 투자한 것은 잘못이지만 엑스트라 버짓 대상 채권일지라도 법적 소송을 거치면 정부로부터 지급이 가능해 상환이 지연된 상태일뿐 상환 불가가 아니라 운용상 잘못으로 불완전판매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하나은행은 환매 기간은 못맞췄지만 아직 지급 가능성이 있고 법적 판단만 내려지면 향후 3~5년 후에는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고 금감원에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분조위 결정 전에 자체적으로 손님들의 자금과 시간소요에 대해 최대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70% 선지급을 지급하는 등 피해 회복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면서 “분조위의 결정에 따라 이후 배상절차가 진행되는 만큼 분조위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7월 분조위에서 결정된 라임펀드 관련 최대 80% 배상 등 분조위 조정안을 적극 수용해 왔다.

하나은행은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 환매중단 이후 지난 2020년에는 이사회 의결을 통해 투자피해자들에게 원금의 70%를 선지급했다. 현재까지 투자자의 약 85%가 선지급을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하나은행 이탈리아 헬스케어펀드 피해자연대를 중심으로 계약취소가 아니면 불복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분조위 결과에 갈등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모펀드 피해자들과 연대해 온 금융정의연대는 전날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 등 사모펀드 문제가 문재인 정부 하에서 발생한 만큼 사태를 반드시 해결하고 임기를 마무리 해야 정부가 바뀌면서 피해자들이 겪게 될 혼란과 피해를 줄일 수 있다”며 “문재인 정부 임기 마지막으로 진행될 4월 말 분조위에서 금감원이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를 반드시 결정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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