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영암군 현대삼호중공업 조선소 전경 [자료=현대삼호중공업]

[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현대중공업지주의 손자회사이자 한국조선해양의 자회사인 현대삼호중공업이 IPO(기업 공개)를 향한 여정을 펼친다. 지난해 3000억 규모의 영업적자를 낸데다 '지주사 디스카운트'를 우려하는 한국조선해양의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상장 작업에 돌입한 배경이 무엇인지 관심이 모인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삼호중공업은 이날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상장에 대비한 정관 변경을 진행했다. 관련 사업보고서에도 정관 변경 목적을 '상장사 표준 및 그룹사 정관'으로 명시했다. 시장에서는 상장사 표준 기준에 맞춰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손질하는 것을 상장 작업의 흔한 과정으로 본다. 이에 대해 현대삼호중공업 관계자는 "구체적인 IPO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간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삼호중공업의 상장을 꾸준히 추진해 왔다.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의 가삼현 부회장은 지난 1월 증권사 간담회에서 "올해 예정대로 현대삼호중공업 상장을 완료할 것"이라며 IPO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지난 2017년 현대삼호중공업이 사모펀드인 IMM프라이빗에쿼티로부터 4000억원 가량의 투자를 받으면서 올해까지 상장을 못하면 이자를 내기로 했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IMM과 상장 조건 시기를 2년 유예하는 권한을 얻은 만큼 속도를 조절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업계 안팎에서는 현대삼호중공업이 최근 대규모 적자를 거뒀고 이제서야 조선업황이 회복세를 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 같은 'IPO 여정'은 이해하기 힘든 행보라는 평이 나온다.

실제로 현대삼호중공업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에서는 4조2410억원을 올렸지만 영업손실은 3359억원으로 적자전환 했다. 원자재 값 상승 등 일회성 요인에 따른 적자여서 실적 개선 가능은 충분하지만 현 시점에서 다소 무리한 추진이 아니냐는 시선이 뒤따른다.

상장 작업을 두고 한국조선해양 소액주주들의 불만도 날로 커진다. 이들 주주는 앞서 알짜 자회사인 현대중공업의 상장으로 지주사 가치가 떨어지는 이른바 '지주사 디스카운트' 현상을 맞았다.

현대삼호중공업까지 상장에 가세하면 한국조선해양의 주가가 다시금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적자 상태에서 상장하게 되면 기업가치도 그만큼 낮아져 공모가 하락도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주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가삼현 부회장도 최근 "회사 주식 가치 하락을 방지하기 위한 모든 조치를 실행할 것"이라며 '(현대삼호중공업의) 상장 계획을 성급하게 추진하지 않고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마련한 이후 진행할 것"이라고 회유했다.

연내 상장을 목표로 한 현대삼호중공업의 IPO 작업이 주주들과 교감을 거친 '안정적인 증시 입성'으로 이어질 지 주목된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중간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 밑에 있는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에 이어 현대삼호중공업까지 줄줄이 상장하면 중간지주로서 가치가 떨어지는 건 당연하다"며 "게다가 적자를 냈으니 주주들의 우려가 심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