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카카오페이의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먹튀’ 논란으로 류영준 대표 등 임원 3명이 일괄 사퇴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스톡옵션 블록딜에 참여했던 임원 8명 중 5명이 잔류했는데 이들은 사태수습과 신뢰회복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았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페이는 전날 류영준 대표와 장기주 경영기획 부사장, 이진 사업총괄 부사장이 물러난다고 밝혔다.
앞서 카카오페이 대표 내정자인 신원근 전략총괄부사장(CSO) 등 카카오페이 임원 8명은 회사 상장 약 한 달 만인 지난달 10일 스톡옵션을 행사해 주식 900억원어치를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했다. 이로 인해 카카오페이 주가가 급락했고 시장에서는 먹튀 논란이 일었다.
당초 주식을 대량 매각한 임원 8명 모두 카카오 공동체 얼라인먼트센터(CAC)에 사퇴 의사를 표했지만 이 중 류 대표를 포함해 3명의 사의만 받아들여졌다. 이번 경영진 일괄 사태로 경영공백이 커지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책으로 풀이된다.
CAC는 신원근 대표 내정자를 포함한 5명은 회사에 남아 상황을 수습하고 추후 재신임을 받도록 권고했다.
잔류임원은 신원근 내정자를 비롯해 나호열 기술총괄 부사장, 이지홍 브랜드총괄 부사장, 전현성 경영지원실장, 이승효 서비스총괄 부사장 등 5명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매각한 주식을 재매입하는 방식으로 책임경영에 나서기로 했다. 특히 신 내정자는 이번 스톡옵션 행사로 얻은 수익 전부를 자사주 매입에 활용한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내부자거래 방지 규정 등을 면밀히 검토해 구체적인 방안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카카오페이는 직원들과 신뢰 회복을 위한 협의체도 꾸린다. 이 협의체와의 논의를 통해 이사회도 새로 구성될 예정이다.
현재 카카오페이 이사회는 사내이사인 류 대표와 김주원 카카오 부회장 겸 카카오뱅크 이사회 의장, 정형권 알리페이 코리아 대표가 기타비상무이사로 있다. 사외이사로는 권태우 성현회계법인 전무 등 4명으로 구성됐다.
류 대표를 제외한 나머지 이사진 임기는 정기주주총회가 개최되는 오는 3월까지다. 현 이사회 체제에서 스톡옵션 사태가 발생한 만큼 대대적인 교체가 이뤄질 수도 있다. 잔류임원의 재신임 여부도 새로 구성되는 이사회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정기 이사회가 2월초 예정돼 있다”며 “지금 이사회 의장이 류영준 대표이기 때문에 새로 구성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새로 구성되는 이사회에서 잔류임원의 재신임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하게 될텐데 그 시점이 정확히 언제가 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새로 구성될 카카오페이 이사회와 잔류 임원은 무너진 신뢰를 회복해야할 책임이 막중한 상황이다. 책임경영은 물론 그간 부실하다고 지적된 사회공헌 활동 강화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페이는 앞서 지난 4일 진행된 간담회에서 신 내정자를 중심으로 조직 개편을 진행할 계획을 밝혔다. 카카오페이가 가장 먼저 서두른 것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전담팀 구성이다.
카카오페이는 지난 10일부터 상장사 ESG관련 업무 경험 또는 컨설팅사에서 ESG 보고서·컨설팅 업무 경험이 있는 ESG 담당자 채용에 나섰다.
스톡옵션 사태로 회사의 지배구조(G) 리스크가 커진 만큼 이를 관리하고 향후 과제를 도출할 전담팀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ESG 외부 평가 대응과 ESG 관련 투자자 커뮤니케이션, ESG 후속 개선 과제 발굴 및 제안도 ESG팀이 전담하게 된다.
신원근 내정자는 “저희의 잘못된 판단으로 많은 분들께 상심을 안겨드린 점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면서 “카카오페이를 처음 출시하던 초심으로 돌아가 고객과 주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모회사인 카카오의 신임 단독대표로 내정된 남궁훈 미래이니셔티브센터 센터장도 “사회가 카카오에 기대하는 역할에 부응하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큰 책임감을 가지고 ESG 경영에 전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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