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재계 4위' 깃발을 거머쥔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지주사 전환의 꿈을 이뤄낼 지 관심을 모은다. 사상 최대 실적을 등에 업고 활발한 신사업 추진을 예고한 가운데 다가올 주총에서 물적분할에 대한 주주들의 찬성을 끌어내는 게 관건이 될 전망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이달 28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지주사 전환 안건을 의결한다.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가칭)와 철강사업 회사인 포스코를 비상장계열사로 물적분할하는 것이 핵심이다.
앞서 포스코는 지난해 12월 이사회를 개최해 오는 3월부터 포스코홀딩스를 토대로 잡고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는 데 의결했다.
포스코가 밝힌 지주사 전환 방향에 따르면 철강사업 자회사는 신설 법인으로 분사되고 포스코홀딩스는 지주사로서 ▲회사 미래 포트폴리오 개발 ▲그룹사업 개편 및 시너지 확보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등 그룹 경영 전략을 총괄한다. 이 같은 체제를 기반으로 오는 2030년까지 기업가치를 현재의 3배 이상으로 증대시킨다는 계획이다.
지주사 전환 작업을 지휘하는 최정우 회장의 기대감도 날로 커지고 있다.
올초 신년사에서도 "올해는 포스코그룹에 있어 새로운 출발의 해로 기억될 것"이라며 "우리가 추진하고 있는 지주회사 체제는 그룹차원의 균형 성장을 견인할 가장 효율적인 선진형 기업지배구조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더욱이 최 회장은 5년차 수장으로서 '역사상 최대 실적'을 실현해 포스코를 단숨에 '재계 4위'로 올려놓았다. 지주사 전환까지 성공적으로 이끌어 '만능 CEO'로 거듭날 수 있을 지 업계가 주목하는 이유다.
실제 포스코의 지난해 연결기준 잠정 매출과 영업익은 76조4000억원, 9조2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32.1%, 283.8% 뛰었다. 창사이래 처음으로 70조원대 매출과 9조원대 영업익을 거둔 것이다. 시장에서는 포스코가 철강부문의 탄탄한 수요에 힘입어 올해도 호실적을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최 회장이 꿈 꾸는 지주사 전환 작업은 주주들의 찬성표가 뒷받침 돼야 가능하다.
물적 분할 안건이 통과되려면 발행 주식의 3분의 1 및 주주총회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포스코의 경우 주주의 70% 가량이 소액주주와 외국인으로 알려졌다.
하물며 현재 소액주주 다수가 '물적 분할' 방식에 대해 주주 가치 희석 우려가 있다며 반발하는 상황이다. 이에 최 회장도 주주 설득책을 빠르게 꺼내들었다.
지난 5일 주주서한을 통해 "철강 자회사를 비상장사로 유지해 자회사 사업 가치가 지주사 주주 가치로 직접 연결되도록 하고 자회사 및 지주사 주주 간 이해 상충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최 회장의 '주주 달래기'에도 일부 노조와 주주들은 계속해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신설 자회사 비상장과 배당 확대 등 주주친화 정책을 내놨지만 향후 계획이 바뀔 여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우진 포스코 소액주주모임 대표는 이달 11일 열린 '포스코의 물적분할 규탄 집회'에서 "(자회사 비상장 계획은) 언제든 바뀔 가능성이 있고 물적 분할이 이어지면 포스코 주가는 더 희석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같은 날 집회에 참여한 금속노조와 포스코 소액주주연합원 등도 "이번 물적분할 결정은 15년 동안 주가의 저평가 해소를 통한 원금 회복을 간절히 바라던 오랜 주주들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배신감과 절망감을 안겨준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라며 지주사 전환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주주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지주사 전환을 추진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전달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지주회사 전환 배경에 대해서는 "그룹의 신성장 사업과 친화경 사업 등의 균형 성장을 위해서는 지주회사의 신속한 의사결정과 각 사업부문의 전문성 강화가 필수적이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현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투자자들 사이의 반응은 엇갈리지지만 물적분할 자체만 놓고 봤을 때 자회사 재상장 부분에 대해선 회사가 강하게 일축한 상황이고 이번 분할 결정은 대주주 지분 확대를 위한 것도 아니다"며 "회사측을 무조건 신뢰할 순 없지만 가치의 변화가 없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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