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업계, 화장품 리필 시대 '성큼'..규제 완화로 '친환경' 실천 가속

규제 샌드박스로 맞춤형화장품조제관리사 없이 매장 운영 가능
규제특례심의위원회, 매장당 연간 플라스틱 폐기물 110kg 저감 예상

김제영 기자 승인 2021.09.23 14:36 의견 0
빌려쓰는지구 리필스테이션에서 직원이 소비자에게 설명하고 있다. [자료=LG생활건강]

[한국정경신문=김제영 기자] 화장품도 리필 후 재사용하는 ‘친환경’ 용기 재활용 실천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지난해 첫 선보인 뷰티업계 리필 스테이션이 규제 완화로 인해 활성화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23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규제 실증특례(규제 샌드박스) 승인으로 화장품 리필 매장은 맞춤형화장품조제관리사 없이 매장 운영이 가능해졌다. 규제 샌드박스는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출시될 때 일정 기간 기존 규제를 면제·유예해주는 제도다. 특례 대상으로 선정된 알맹상점과 이니스프리를 비롯한 맞춤형화장품판매업소 7곳은 2년간 시범사업 운영이 가능하다.

규제 특례를 받은 품목은 샴푸, 린스, 바디클렌져, 액체비누 총 4종이다. 이에 따라 화장품 리필 매장에서 교육·훈련된 직원이 소비자 리필을 지원하고 매장 내 위생관리 등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식약처는 ▲화장품 리필 내용물의 품질·안전관리 ▲화장품 리필 판매장 위생관리 ▲리필 제품의 표시 등 방법 ▲소비자 안내·설명 등에 관한 내용을 담은 가이드라인 제시했다.

최초의 뷰티업계 리필 매장은 지난해 6월 아로마티카와 알맹상점이 함께 오픈한 리필 스테이션이다. 같은 해 10월 아모레퍼시픽이 샴푸·바디워시 제품 등을 다시 채워 쓸 수 있는 ‘아모레스토어’ 리필 매장을 도입한 후 올해 5월 LG생활건강이 ‘빌려쓰는 지구’ 리필 스테이션으로 후발 참여했다. 소비자 반응 등 시장성에 따라 향후 추가 도입 가능성도 있으나 서비스 확장 및 활성화에는 규제의 걸림돌이 존재했다.

현행법상 화장품 리필 매장은 운영 조건이 비교적 까다롭다. 화장품법 제3조의2에 따르면 화장품 소분·리필 판매 시 맞춤형화장품판매업을 신고하고 국가자격을 취득한 맞춤형화장품조제관리사가 상주해야 한다. 해당 자격증은 지난해 처음 도입돼 연 2회 치러지고 있으며 지난 3월 시험 합격률은 7.2%다. 신설 자격증인 만큼 정보도 부족하고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규제 완화에 따라 뷰티업계는 친환경 실천의 기반은 닦은 셈이다. 그 동안 뷰티업계는 화장품 용기 문제로 비난을 받아왔다. 화장품어택시민행동에 따르면 전국 88곳 수거상점에서 수거한 8000여개 용기 조사 결과 82.3%가 재활용 어려움 용기로 확인됐다. 화장품 용기 폐기물은 연간 6만톤이 넘는 데다 용기를 회수해도 재질 등의 문제로 재활용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산업융합 규제특례심의위원회에 따르면 업계 추산 화장품 리필 매장당 연간 플라스틱 폐기물 110kg이 저감된다고 내다봤다. 화장품 리필을 통해 플라스틱 포장재 사용 감소 및 친환경 소비문화도 확산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9월 기준 현재 전국 화장품 리필 매장은 13곳이다. 이번 시범 운영을 통해 위생·서비스 개선 및 친환경 소비문화가 정립되면 향후 확대될 가능성도 전망된다.

유럽과 미국의 경우 화장품 소분 판매에 대한 별도의 규제가 없어 이미 리필 매장 활성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영국 화장품산업협회(CTPA)에 따르면 기존 화장품 관련 법 규정을 위반하지 않는 한 리필 등 소분 판매를 제한하는 별도 규정은 없다. 영국 브랜드인 더바디샵은 올해 세계 500개 매장에서 리필 스테이션을 운영할 예정이다. 프랑스 브랜드 록시땅은 27개국에서 60개의 리필 스테이션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화장품 리필 활성화로 포장재 사용을 줄여 탄소 저감 등 녹색 소비문화에 기여하고 조제관리사 채용이 어려운 소규모 매장에서도 안전관리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번 시범운영이 화장품 리필 시 소비자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보완해야 할 사항을 검토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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