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금융 플랫폼’ 표방 시중은행, 제2 머지포인트 사태 어떻게 막나

시중은행, 스타트업 제휴 통해 생활밀착 서비스 선봬
“생활밀착 서비스 도입 통해 소비자와 접점 늘릴 것”
머지포인트 사태 여파..당국, 금융사 실태조사
“보수적인 은행업..제2 머지포인트 사태 우려 과도”

윤성균 기자 승인 2021.08.25 11:40 의견 0
4대 시중은행 본점 전경 [자료=각사]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시중은행들이 자사 금융플랫폼에 생활밀착 서비스를 포함시키며 생활금융 플랫폼으로 변모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사용자 확보를 위해 무분별하게 제휴 서비스를 늘리다간 머지포인트 사태와 같은 제휴사 리스크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동종·이종업계와 제휴를 맺고 다양한 생활밀착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18일 KB스타뱅킹앱에서 반려동물의 종류, 품종, 생일, 몸무게 등의 정보를 등록할 수 있는 ‘반려동물 정보 등록’ 서비스를 선뵀다. 등록된 정보를 바탕으로 반려동물 양육에 필요한 다양한 금융정보와 비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국민은행은 이번 서비스를 위해 하이에어, 소노펫클럽앤리조트, 우리와주식회사, 어바웃펫, 어나더베이비 등 반려동물 업체와 협력을 거쳤다.

하나은행은 최근 하나원큐 앱에 중고차 매매서비스 ‘원더카 직거래 경매’를 선보였다. 자동차 경매 전문기업인 카옥션과 협업해 개인이 온라인 경매에서 중고차를 사고팔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서비스다.

신한은행은 지난해부터 기프티스타와 제휴를 맺고 모바일 기프티콘을 사고팔 수 있는 ‘모바일 쿠폰 마켓’을 운영 중이다. 지난달에는 모빌리티 기술 기업인 포티투닷과 모빌리티 데이터 연계 사업 및 자율주행 기반 금융 신사업 공동 발굴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우리은행은 올 초 의료정보 전송플랫폼 기업 지앤넷과 협력해 ‘실손보험 빠른청구 서비스’를 도입했다. 지난달에는 지앤넷과 업무제휴를 맺고 의료 플랫폼 기술에 기반한 금융상품·서비스 개발에 나섰다. 우리은행은 택배 예약·조회 서비스 제휴도 준비 중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최근 은행권에서는 금융앱은 금융이 필요할 때만 열어보는 앱으로 인식되는 부분을 바꾸려고 한다”며 “생활밀착 서비스 도입을 통해 소비자와 접점을 늘리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은행이 다양한 플랫폼 기반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부수업무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앞서 규제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은행에 배달대행과 알뜰폰 사업 등의 길을 열어 준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머지포인트 사태가 발생하며 스타트업과 제휴를 통한 서비스 확대의 위험성이 새롭게 대두됐다. 머지포인트는 20% 할인율을 내세워 100만명의 누적 가입자를 모으는 등 인기몰이를 했지만 ‘전자금융업’ 등록을 하지 않고 영업해 왔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머지포인트 운영사인 머지플러스와 제휴를 맺고 캐시백 이벤트 등을 제공한 금융사에도 불똥이 튀었다. 하나카드·토스·NHN페이코 등이 대표적이다. KB국민카드는 머지플러스와 제휴를 맺고 상업자표시 신용카드(PLCC) 출시를 준비했다가 된서리를 맞았다.

금융감독원은 머지포인트 사태에 연루된 카드회사에 대한 영업실태 점검에 나섰다. 업무 제휴 과정에서 전자금융업 미등록 여부를 왜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는지, 내부통제 허점은 없었는지 등을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디지털금융 범죄 상시모니터링단’ 구축도 검토하고 있다. 디지털금융이 점차 일상회되고 있는 만큼 사각지대가 없도록 금융사의 상품과 서비스를 더욱 꼼꼼하게 들여다 보겠다는 취지에서다.

은행권에서는 제2의 머지포인트 사태 발생 가능성에 대해서는 과도한 우려라는 입장이다. 여·수신을 주로 취급하는 은행업 특성상 보수적인 운영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협약을 맺은 업체들이 100% 그런 문제가 없을거다 단정하긴 힘들다”면서도 “은행은 다른 업권에 비해서는 외부 업체에 대해 아무래도 철저히 살펴보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은행이 어마어마하게 많은 절차를 걸쳐 검증하다 보니 오히려 신사업 진출에 있어서 빅테크 업체보다 더디게 가는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제휴 단계에서 상대방의 구체적인 사업내용과 구조까지 들여다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제휴 계약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양쪽이 사업규모나 네임밸류에서 어느 정도 위치에 있다면 필요이상으로 과하게 요구사항이나 검증절차에 들어갔을 때 사업추진 자체가 어그러지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머지포인트 사태를 계기로 제휴사에 대한보다 꼼꼼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부분에는 대체로 공감했다.

위 관계자는 “현재 국회에 전자금융업 규제방안을 담은 전금법을 준비 중”이라며 “앞으로 은행 뿐만 아니라 다른 금융사들도 제휴 계약을 할 때 2차, 3차로 추가적인 부분을 확인하면서 사업 추진이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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