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나긴 하는데..” KT 구현모號, 딜라이브 인수 협상 ‘지지부진’

강헌주 기자 승인 2021.01.07 16:13 | 최종 수정 2021.01.07 16:44 의견 0
서울시 강남구 딜라이브 본사 전경. [자료=딜라이브]

[한국정경신문=강헌주 기자]KT에 유선방송은 자부심이다.

KT는 논쟁의 여지가 없는 국내 유료방송 점유율 1위 업체다. 개별 SO-IPTV의 시장 점유율을 유료방송 가입자의 3분의 1로 제한하는 시장 점유율 규제는 사실상 KT를 겨눈 것이었다.

합산규제가 사라질 상황에서 KT의 앞길을 가로막는 것은 없어 보인다.

시장에서 경쟁은 피할 수 없다. KT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IPTV 경쟁업체인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각각 티브로드와 CJ헬로비전을 인수했다. 몸집을 불려 유선방송 KT에 맞서고 있다.

■딜라이브 인수땐 유료방송 시장 재편

반격은 곧바로 시작됐다.

KT 계열사인 KT 스카이라이프는 지난해 10월 13일 현대HCN을 인수했다. 케이블TV업체 현대HCN을 품은 KT군(KT, KT 스카이라이프)의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은 2위 LG유플러스를 10%p 이상의 격차로 따돌렸다.

주마가편(走馬加鞭) 기세로 시장 매물로 나와있는 케이블TV업체 딜라이브의 예비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했다. KT가 딜라이브를 인수하면 계열사를 포함해 유료방송시장 점유율은 42% 가까이 육박한다. 이렇게 되면 유료방송 시장은 KT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구현모 KT 대표는 지난 4일 '라이브 랜선 신년식'을 통해 "통신 사업자라는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구현모 KT 대표는 지난 4일 '라이브 랜선 신년식'을 통해 "통신 사업자라는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자료=KT]


구 대표는 KT를 디지털 플랫폼 기업(디지코, Digico)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의 강점을 경쟁력으로 미디어·콘텐츠, 로봇, 바이오 헬스케어 등 신사업에 도전해야 하는 시점이다”고 강조했다.

KT의 디지털 플랫폼 기업 전환과 경쟁력 확보를 위해선 유료방송 시장에서 확실한 우위를 가져야 한다. KT가 딜라이브를 노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협상 장기화 전망..KT 고민 길어질 듯

그러나 딜라이브 인수협상은 해를 넘기며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최대 1조 원까지 거론되는 매각가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이미 현대HCN을 품은 KT로서는 무리할 필요가 없다. 시장에는 딜라이브 외에도 CMB가 있다. 물론 서울 강남구, 송파구 등의 독점사업자인 딜라이브가 더 매력적이긴 하다.

KT 관계자는 “딜라이브가 매력적인 상품이긴 하지만 KT가 급하게 협상을 할 필요는 없다”며 “시간을 두고 회사 상황과 조건에 대해 면밀하게 살펴 보는 게 맞다”고 밝혔다. 협상이 장기화될수록 KT에게 불리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외에도 5G 커버리지 투자와 주파수 재할 등 사업에서 대규모 지출이 발생했고, 내부적으로 그룹사 개편을 추진하고 있어 여력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또 KT 스카이라이프의 현대HCN 인수와 관련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심사를 앞두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합산규제 폐지가 유력하지만, 유료방송업계 내에서 KT의 독과점 비판여론이 다시 고개를 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딜라이브는 경쟁자에게 내주기에는 아까운 회사다. 그렇다고 서둘러 계약하기에도 장애물이 많다. 눈치 안보고 결단을 내릴 수도 있지만 KT의 기업 캐릭터로서는 쉽지 않다. 당분간 KT의 고민이 길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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