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우용하 기자]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압구정2구역 재건축 현장설명회에 공문을 통해 밝힌 바와 같이 불참했다. 다수의1군 건설사가 설명회에 참석했으나 압구정2구역에서 상징성을 강조해 온 현대건설의 무혈입성 여부에 눈길이 쏠린다.

압구정을 포기한 삼성물산은 개포우성 4차와 대우건설과의 수주전에 나선 개포우성7차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압구정2구역(압구정신현대아파트 9·11·12차) 재건축을 위한 현장설명회에 현대건설을 포함한 8개 건설사가 참여했다. (사진=우용하 기자)

2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압구정2구역 재건축조합은 지난 26일 시공사 선정에 앞서 현장 설명회를 진행했다. 이날 설명회에는 8개 건설사가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압구정2구역 재건축사업은 강남구 압구정동 일원에 1982년 준공된 신현대아파트 9·11·12차를 최고 65층, 14개동, 총 2571세대 규모로 정비하는 프로젝트다. 총 공사비만 2조7488억원에 달해 성수·여의도와 함께 올해 최대규 모의 정비사업지 수주 현장 중 하나로 평가된다. 이에 강남구청은 불법·과열 경쟁 방지 차원에서 지난해 상위 건설사 8곳과 압구정 재건축 관련 상생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조합에 따르면 현장설명회에는 현대건설과 GS건설, DL이앤씨, 포스코이앤씨, HDC현대산업개발 등이 참여했다. 현대건설이 일찍이 수주의지를 강하게 드러내 단독 참여할 것이란 평가와 달리 다수의 1군 건설사가 설명회에 방문한 것이다. 반면 20일에 미참여 의사를 밝힌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최종 불참했다.

삼성물산은 최근까지도 압구정2구역을 두고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지난달에는 단지 맞은편에 ‘압구정 S.라운지’를 개관했고 5대 시중은행과 금융 조건을 위한 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조합의 대안설계와 금융 조건 제한을 준비한 사항으로 맞출 수 없다는 이유로 입찰을 포기했다.

일각에선 삼성물산이 수주전 패배를 우려해 더 많은 출혈 비용이 발생하기 전에 철수한 것 같다는 분석도 나왔다. 애초부터 현대건설이 오랜 기간 공들여온 사업지 가운데 하나로 여겨져 왔기 때문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삼성물산이 표면적으론 조합의 제안 때문에 불참하는 것으로 밝혔지만 수주전에서 승리하기 힘들다는 평가를 내린 것 같다”고 설명했다.

현재 삼성물산은 개포동으로 시선을 돌려 집중하는 행보를 보였다. 입찰 신청서를 제출한 개포우성7차에선 대우건설과 수주전을 진행 중이다. 개포우성4차도 참여를 검토 중이다. 다만 올해 상반기 중 압구정2구역뿐만 아니라 잠실우성1·2·3차, 방배15구역, 신당10구역 등에서 입찰 의사를 철회한 바 있다. 이로 인해 업계에선 대우건설과 수주전을 진행 중인 만큼 개포우성4차 입찰에 다른 건설사가 참여하면 불참할 가능성도 존재한다는 분위기다.

삼성물산이 빠지자 압구정2구역에선 현대건설 단독입찰에 대한 ‘청신호’가 켜졌다. 압구정2구역은 ‘압구정현대아파트’라는 상징성이 짙은 지역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현대건설 역시 이러한 강점을 살리기 위해 ‘압구정 현대’와 ‘압구정 현대아파트’를 포함한 4건의 상표권을 출원했다. 단지와 3호선 압구정역,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을 연결하는 통로 건설도 계획했다. 올해 초에는 전담 TF를 ‘압구정 재건축영업팀’으로 확대 개편했다.

물론 총 공사비만 2조5000억원에 달하는 서울 내 핵심 정비사업지라 현장설명회에 참석한 건설사가 깜짝 경쟁에 나설 수 있다. 이에 현대건설은 단독입찰 가능성이 높아졌더라도 기존에 준비한 제안 내용을 변경 없이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업계 다른 관계자는 “압구정2구역은 향후 이어질 압구정 내 다른 구역 수주 활동에서 우위를 선점하는 성과로 기록될 수 있다”며 “단독입찰이 유력해 보이지만 경쟁사들이 현설에 참여했기에 현대건설은 최상위 조건을 아낌없이 제시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