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이진성 기자] 국내 건설 현장에서 각종 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작업중지권 사용을 적극 활용할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주요 건설사들이 대부분이 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여전히 일부 현장에서는 주변 분위기상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작업중지권을 적극 운영한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확대도 필요해 보인다.

경기도에 위치한 한 건축현장에서 근로자들이 작업중지권 현수막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삼성물산 건설부문)

1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현대건설, 대우건설 등 주요 건설사들은 작업중지권을 활용하는 대표적 롤모델이다. 작업중지권은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 근로자가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는 권리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2021년 3월 근로자의 작업중지권을 전면 보장하기 시작했다. 시행 직후 하루 평균 270건이 사용됐고, 현재 매년 늘고 있다. 근로자가 작업중지권을 행사한 요소를 보면 충돌·협착 관련이 가장 많았고 추락과 장비 전도 등이 뒤를 이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로 인해 발생한 공사기간 지연과 인력 추가 투입 등에 대한 협력업체 비용 증가는 삼성물산에서 지원하고 있다.

현대건설도 작업중지권 활용을 적극 독려하는 대표적 건설사다. 작업중지권 사용을 독려하기 위해 전용 온라인 플랫폼인 ‘안전신문고’를 구축하고 작업자 스스로 작업중지 신고와 제안을 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한 지 오래다. 또 ‘365 안전패트롤팀’이라는 전담 조직을 구성해 제도가 잘 활용되는지 등을 점검하고 있다.

2021년 작업중지권을 도입한 대우건설은 지난해 기준 13만993건이 사용됐다. 올해는 약 20여만건에 육박할 것으로 대우건설은 보고 있다. 내부 조직개편을 통해 현장을 총괄하는 담당 임원 2인을 선임해 안전관리 컨트롤타워 기능을 강화하고 각 지역안전팀의 현장 점검 전담 직원을 추가 배치하는 등 안전 사고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문제는 주요건설사가 작업중지권을 적극 독려하는 상황에서도 각종 산업재해 사고는 계속 이어진다는 점이다. 건설업 특성상 예상치 못한 사고가 대부분이지만, 무엇보다 여전히 일부 현장에서는 이를 사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게 관련업계의 설명이다.

한 근로자가 위험하다고 판단했지만 다른 근로자들은 “이 정도는 뭐”라는 분위기가 존재하고 일부 관리자는 작업을 거부한 근로자 대신 내부적으로 다른 작업자를 바로 투입하는 경우도 상당하다고.

한 건설업 근로자는 “작업중지권이 혜택이 아닌 당연한 권리로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근로자 인식 개선 등의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며 “관리자급에서 현장에 대한 위험 요소를 낮게 평가하면 막상 실제와는 달라도 문제제기 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고 전했다.

게다가 작업중지권을 사용하기 위해선 ‘믿을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소극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만약 정당성이 없다고 판단시 업무방해죄 등이 성립할 수 있는 개연성도 존재한다.

업계에서는 작업중지권을 적극 이행한 건설사에 대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작업중지권을 적극 활용하다보면 공기 연장과 인건비 증가 등의 공사비 인상이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정부가 나서서 우수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 및 공공 사업시 우대 등을 통해 부담을 줄여줄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현재 작업중지권의 사용은 대형 건설사와 소비자가 모든 부담을 떠앉는 구조”라며 “사고에 대한 패널티 취지도 이해하지만, 사고 예방을 위해 비용을 들이는 건설사에 대한 정부의 적극 보상 혜택도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최근 공기업인 한국남부발전의 경우 작업중지권을 적극 실천한 협력사 직원을 포상하기도 했는 데 정부가 이러한 측면을 적극 정책에 활용해야 한다”며 “주요 건설사 뿐만이 아닌 모든 건설업계가 보다 적극적으로 확대할 명분을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