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차유민 기자] 방카슈랑스 판매 규제 완화가 본격 적용되면서 생명보험사의 초회보험료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대형 생보사를 중심으로 시장 점유율이 빠르게 집중되는 모습이 나타나면서 '대형사 쏠림' 현상이 더 가속화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서울 시내 은행 창구 모습. (사진=연합뉴스)
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생명보험사의 방카슈랑스 판매 비중 상한을 현행 33%에서 50%로, 손해 보험사는 50~75%로 완화하기로 했다. 이는 올해 혁신 금융서비스를 통해 19년 만에 25%룰을 33%까지 완화한 데 이어 규제를 추가 완화하는 조치다. 당국은 "소비자가 우수한 상품을 선택하는 데 규제가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은행의 낮은 불완전판매 비율(0.009%)을 긍정 요소로 들었다.
규제 완화 영향은 생명보험사 실적에서 즉각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금융기관보험대리점을 통한 생보사 초회보험료는 14조425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7% 증가했다. 이 중 방카슈랑스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교보생명은 초회보험료가 1년 새 64.7% 늘며 3조2960억원을 기록하며 1위로 올라섰다. KB라이프 역시 72.3% 급증해 1조856억원을 달성했다. 실제 올해 3분기 기준 상위 4개사(교보·한화·삼성·NH농협생명)가 전체 초회보험료의 63%를 차지한다.
문제는 내년부터 제한 비율이 생보 50%까지 확대되면 이러한 쏠림이 더 심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은행 창구는 고객 접근성이 좋고 수수료 수익 비중이 커 은행의 협상력이 갈수록 강해지는 구조다.
업계에선 이 때문에 자본력과 브랜드 경쟁력이 우위인 대형사 상품이 먼저 판매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한다.
업계 관계자는 "방카슈랑스 규제 완화는 대형사 중심 현상을 강화할 수 있다"며 "중소형사는 은행과의 수수료 경쟁에서 불리해 시장 입지가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교섭력 불균형과 출혈 경쟁을 막기 위해 상품위원회 관리 강화 방침을 밝혔지만 현장의 우려는 여전하다. 보험회계기준(IFRS17) 도입 이후 보험사들이 보장성 상품 위주로 영업하는 경향이 있어 저축성 보험 판매 확대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의견도 있으나 단기적으로는 방카슈랑스 채널 확대가 연말과 내년 상반기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