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에 코로나 없다] ① 택시도 안 간다는 두 달..감염지역 낙인, 매출 90% 추락

용산구 확진자, 구 전체 인구 중 0.02% 불과
거주 확진자 총 4명..모두 완치해 현재 0명
상인들 “과장된 위험 억울, 자체방역 등 철저”

박수진 기자 승인 2020.06.29 15:30 | 최종 수정 2020.06.29 15:33 의견 0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한 클럽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두 달이 다 되어 가지만 이태원 자영업자들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해당 감염 사태가 일명 ‘이태원 클럽발(發)’로 질병본부와 각종 언론에서 소개되면서 이태원이 코로나의 ‘온상지’가 돼 버렸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대부분 가게들이 ‘임시 휴업’에 들어간 것은 물론 폐업 상점마저 속출하고 있는 상황. 게다가 정부 재난지원금 ‘약발’마저 먹히지 않으면서 이태원 자영업자들은 언제까지 은행 대출로 버틸 수 있을지 불안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본지는 클럽 집단감염 사태가 ‘이태원 포비아’로 변질된 지금 이태원 자영업자들이 처한 상황을 짚어보고 코로나로부터 안전한지 3회에 걸쳐 연속 보도한다. <편집자 주>

서울 이태원로 27가길에 위치한 한 식당의 임시휴점 안내문. (사진=박수진 기자)

[한국정경신문=박수진 기자] 금요일인 지난 26일 오후 6시 30분 서울 이태원 역 주변은 한산하다 못해 썰렁했다. 평소 주말 저녁 이태원이라면 각종 모임으로 저녁식사와 술을 즐기기 위해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불야성을 이뤘을 때이다. 특히 정부의 재난지원금으로 활기를 되찾고 있는 다른 지역과 비교하면 이태원은 그 영향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는 느낌마저 들었다. 

■ 클럽 집단감염 사태 이후..대부분 ‘임시 휴업 중’ 

이태원은 한국을 대표하는 관광 상권 중 하나로 꼽힌다. 주한미군이 주둔했던 용산과 인접한 이태원은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국제적인 쇼핑가로 급성장했다. 1997년에는 서울특별시 최초로 관광특구로 지정됐다. 또한 각종 전통문화행사가 매해 열리는가 하면 세계 각국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이국적 분위기의 주점과 식당이 즐비해 국제적인 관광명소로 발돋움했다. 특히 올해 초 JTBC드라마 ‘이태원 클라쓰’가 큰 인기를 끌면서 또 한 번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코로나19 영향에 클럽발 집단감염 사태까지 겹치면서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우선 메인스트리트로 불리고 해밀톤 호텔 뒤편에 위치한 이태원세계음식거리(이태원로27가길 일대)는 대부분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지난달 7일에 발생한 클럽발 집단감염 사태가 심각해지며 서울시가 이틀 후인 9일부터 클럽·감성주점을 비롯한 유흥시설에 대해 ‘집합금지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해당 거리가 술집과 클럽 등 유흥시설들로 주를 이루다 보니 대부분의 가게가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서울시가 이달 15일 오후 6시를 기해 룸살롱 등 유흥시설에 대한 ‘집합금지명령’ 조치를 ‘제한’으로 완화했다. 하지만 해당 거리는 여전히 영업을 재개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재발생할 경우 입원·치료비와 방역비 등에 대한 손해배상(구상권)도 청구될 수 있어 임시휴업을 이어가는 등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평소 점심에도 브런치 또는 간단한 맥주를 즐기기 위해 북적거리는 이곳에서 사람을 찾기는 힘들었다. 금요일 저녁에도 지나가는 사람들의 수를 헤아릴 수 있을 정도로 한산했다. 

메인스트리트 맞은편에 위치한 관광 특화거리(보광로59길 일대·퀴논길) 역시 상황은 같았다. 퀴논길로 불리는 이곳은 한식은 물론 태국·러시아·이태리·터키·멕시코 등 세계 각국의 음식점과 카페, 간단한 맥주 등을 즐길 수 있는 펍들이 자리잡고 있다. 대부분 이곳에서 식사를 해결하고 2차로 메인스트리를 찾는다. ‘밥집’이 주를 이루는 곳이다 보니 서울시의 집합금지명령과 거리가 멀었지만 한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퀴논길에서 13년째 중국만두 전문점을 운영 중인 A씨는 “국내서 코로나가 심각했던 당시인 지난 2월 말부터 4월 말까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0~50%가량 떨어졌다면, 클럽발 집단감염 사태 이후엔 90%까지 하락했다”며 “공치는 날이 허다하다”고 토로했다. 

7년째 전집을 운영하는 B씨도 “5월 전까지 코로나로 인한 매출 감소(전년 동기 대비 40~50% 하락)는 이태원뿐만 아니라 전국의 전체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생각했다”면서도 “하지만 클럽 집단감염 사태 이후 매출이 90% 이상 떨어지면서 정신적·물리적으로 피해가 크다”고 말했다.  

지난 26일 금요일 저녁 7시30분 경 서울 보광로59길(퀴논길) 모습. 거리에 인적이 끊겨 한산한 모습이다. (사진=박수진 기자)

■ 감염 온상지 ‘낙인’..과장된 '이태원 포비아' 매출 피해 심각

클럽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한 지 두 달이 다 돼가고 있다. 하지만 이태원은 이미 코로나 온상지로 낙인찍혀버린 듯했다. ‘택시 기사조차 이태원을 가지 않으려고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이태원 내부 분위기는 클럽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했던 당시와 다름없어 보였다.

상인들은 “이태원에 있는 클럽 한 곳에서 발생한 코로나가 마치 이태원 전역에 퍼져있는 것처럼 ‘감염지역 낙인’이 찍힌 것 같아 속상하다”면서 “실질적으로 여기 이태원에 사는 사람 중 확진자 수는 손에 꼽힐 정도로 적다”고 말했다. 

용산구청에 따르면 용산구 확진자는 29일 새벽 0시 기준 총 50명이다. 이 중 완치 확진자 38명, 치료 중인 환자가 12명이다. 총 확진자 수는 지난 3월 중순부터 이날까지로 세 달간으로 용산구 전체 인구 약 23만명 중 0.02%에 불과했다. 이 가운데 이태원동 거주 확진자는 총 4명으로 이들 모두 현재 완치된 상태다. 즉 현재 이태원동 내 확진자 수는 0명이다. 

29일 새벽 0시 기준 용산구 코로나19 확진자 현황. (자료=용산구청)

확진자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태원 포비아’가 지속되는 것을 두고 이태원 상인들은 입을 모아 방역당국과 언론의 탓이 크다는 입장이다. 질병관리 본부가 브리핑할 때마다 “이태원 클럽 첫 확진자가 나온 지 며칠이 지났지만”이라며 수차례 언급하는 것은 물론 언론 역시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라는 용어를 계속 사용해 상황을 더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상인들은 “이태원 클럽에서 코로나가 시작된 게 아니라 초발 환자로 추정되는 용인시 66번째 확진자로 인한 것”이라며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라는 용어가 마치 이태원이 코로나의 진원지가 된 것처럼 지역주의를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대구시도 지난 2월 코로나19가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것을 두고 언론과 온라인상에서 ‘대구 폐렴’, ‘대구 코로나’, ‘TK 폐렴’이라는 표현을 쓰자, 자극적인 표현에 대해 공식 사과 요구와 함께 법적 대응을 예고한 바 있다.

상인들, 용산구청에 회생 대책 탄원서 제출

문제는 이태원과 관련 특정 지역주의 표현이 만연하고 있다는 데 있다. 하지만 서울시는 물론 용산구청에서도 대구시 만큼 적극 나서지 않으면서 피해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정부가 지난달부터 전국민을 대상으로 지원한 ‘긴급재난지원금’의 효과조차 전혀 보지를 못했다. 

상인들은 “정부 긴급재난지원금이 실시됐을 때가 클럽에서 코로나 사태가 벌어졌을 때이다”며 “시기가 겹치다 보니 재난지원금을 쓰러 온 사람들이 없었다”고 말했다.

‘한국신용데이터’와 중앙일보가 5월 마지막 주 서울 시내 425개 동(洞) 주요 점포의 신용카드 매출(이하 매출)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태원동은 매출이 전년도의 30% 수준으로 빈사 상태나 다름없었다. 전년 대비 매출 비율은 0.3%로 동일 관광 상권인 ▲을지로2가(0.51%) ▲동숭동(0.63%) ▲관훈동(0.63%) ▲명륜2가(0.64%) ▲익선동(0.68%) ▲인사동(0.74%) ▲동교동(0.74%) ▲관철동(0.74%) ▲상수동(0.79%) ▲명륜4가(0.87%) 대비 절반 이하 수준을 시현했다.

이에 퀴논길 자영업자 40명은 지난 18일 ▲이태원 클럽 사태 이후 매출이 80~90% 감소 ▲이태원 유동인구 83% 감소 ▲이태원 공시율 전국 1위 등의 피해 상황을 용산구청에 토로하며 ‘퀴논길 회생 대책촉구’ 탄원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용산구청 측으로부터 ▲용산구 중소기업 육성기금 금리 0%대로 인하해 올해 80억 규모 융자 지원 ▲오는 8월 하반기 기금융자 접수 시 이태원 지역 우선융자 대상 적극 검토 ▲착한 임대인 사업 지속 추진 ▲지난해 연 매출 2억원 이하 소상공인에게 140만원 지원 등 한시적인 대책만 답변을 받아 답답하다는 입장이다. 

상인들은 “은행 대출도 한계가 있다”면서 “건물주들도 현재 상황을 알기 때문에 임대료 독촉을 하지 않고 있지만 이 상황이 몇 달째 지속하면 지금처럼 기다려줄 지 미지수다”라며 우려했다. 이어 “이런 일회성 대책이 아닌 사람들이 안심하고 이태원을 찾아올 수 있도록 안전하다는 것을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용산구청 측은 “현재 ‘클린 이태원’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자체방역을 통해 이태원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면서 “이와 관련해 보도자료를 뿌리는 등 이미지 쇄신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해당 민원을 계속 받고 있어 이와 관련해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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