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에 코로나 없다] ③ 지역여론 갈수록 악화..'특별재난지역’ 준하는 지원 검토해야

대기업 유명 브랜드도 외국인 매출 제로.."한치 앞이 안 보인다"
수년 전부터 상권 급랭 '엎친데 덮친 격'..건물 전체 공실인 곳도
"비대면 소비 확대·오프라인 경쟁력 하락, 미래 대비 서둘러야"

박수진 기자 승인 2020.07.01 17:14 | 최종 수정 2020.07.01 17:15 의견 0
왼쪽부터 임시휴업 중인 탐앤탐스 블랙 이태원점과 내부 수리 중인 아디다스 오리지널 이태원점. (사진=박수진 기자)

[한국정경신문=박수진 기자] 서울 이태원 지역에서 코로나19 '쓰나미'를 피한 가게는 없다. 국내·외 굵직한 대기업 브랜드들 역시 전례 없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태원의 유동인구 수 감소는 크고 작은 자영업자뿐만 아니라 인근에 위치한 유명 브랜드 매장에도 심각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들 영업장 역시 대부분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이전에 비해 현재 매출이 평균 60% 가량 줄었다고 토로했다. 

최근 명동에서도 같은 이유로 외국인 관광객 수가 급감하면서 '도미노 폐점'에 내몰리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태원 상인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상인들은 단기간에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입은 지역의 경우 '골목상권 살리기' 수준을 뛰어넘어 '특별재난지역'에 준하는 정부 차원의 지원책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 매장 방문 소비자 절반으로 뚝..'외국인 매출 제로'인 곳도

1일 이태원로 도로변에 위치한 A 패션브랜드 매장 직원은 “코로나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주로 외국인 관광객들이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면서 “소량 구매하는 국내 소비자들과 달리 외국인 관광객들은 대량 구매를 많이 하는 편인데, 외국인 매출이 ‘0’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류 매장 직원도 “코로나 이후 매출이 반토막 났다”면서 “코로나 이전에 방문하는 손님이 100명이라면 지금은 30명 밖에 안된다”고 말했다. 인근 프랜차이즈 카페 직원은 “평일 오후 시간대에는 매장 안이 시끄러울 정도로 사람이 많은데 요즘은 확실히 그 수가 줄었다”고 했다. 

노식래 서울시의원(용산2·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10일 서울시의회 295회 정례회 1차 본회의에서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 이후 이태원역의 이용객 수는 주중 64%, 주말 77% 급감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특별재난지역’에 준하는 지원을 검토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재 일부 매장들은 임시휴업 또는 내부 수리 중에 들어간 상태다. 탐앤탐스 블랙 이태원점은 “코로나19를 멈추기 위해 우리도 잠시 멈춰요”라는 현수막을 걸고 임시 휴업 중이다. 아디다스 오리지널스 이태원점은 내부 수리 중이다.

사실 이태원 상권은 지난해 ▲수년 전부터 급격한 임대료 인상으로 상인들의 내몰림 ▲미군기지 이전으로 인한 외국인 관광객 감소 등 급속히 식는 모습을 보여 왔다. 

앞서 ‘나이키’, ‘데상트’ 등 스포츠 브랜드와 패밀리레스토랑 ‘아웃백 스테이크’,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말리커피’ 등이 입점해 있던 지하 2층~지상 4층으로 구성된 건물은 4년 전부터 해당 브랜드들이 차례로 철수한 바 있다. 현재 건물은 여전히 전체가 공실인 상태다.  

■ "드라이브 스루무인점포, 예약제 등 운영방식 차별화해야"

특히 최근 유통업계가 코로나19 영향으로 외국인 관광객 비중이 높았던 상권들이 잇달아 폐점하면서 이태원 내 해당 브랜드들에 더욱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한국관광통계에 따르면 지난 4월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2만9415명으로 지난해 동월 대비 98.2% 줄었다. 5월 한국관광통계는 데이터 확인 작업으로 인해 공표가 지연된 상태다. 특히 명동역의 지난해 2~4월 이용객은 245만1610명이었지만 올해 같은 기간엔 60%가 감소한 98만718명에 그쳤다.

명동에 위치한 화장품 회사들은 속속 매장을 접는 등 구조조정에 돌입하고 있다. 실제 올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에 비해 67%나 줄어든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3월 ‘아리따움 라이브’ 명동점을 오픈 10개월만에 문을 닫았다. 지난달 강남점 역시 문을 연지 1년 8개월 만에 폐점했다. 아리따움은 올해 10여개의 직영점을 정리할 계획이다. 토니모리도 지난 3월 말 로드샵 명동점을 점포 정리했다.

패션브랜드도 잇달아 명동에서 철수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명동의 터줏대감인 이랜드는 지난 4월 8년 만에 SPA 브랜드 ‘후아유’의 명동점 영업을 종료하고 지난달 가로수길로 이전했다. 지난 3월에는 국내 최초의 신인 디자이너 편집숍 ‘에이랜드’가 2006년부터 운영해온 명동점을 폐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명동 같은 움직임이 이태원에서 벌어질 가능성이 낮다는 시각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태원에 위치한 매장들이 대부분 본사 직영점으로 운영되다 보니 상징성 등의 이유로 매출에 의해 폐점하는 일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KB금융경영연구소 김태환 연구위원은 “코로나 이후 또는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비대면 소비 확대는 오프라인 매장의 경쟁력 하락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김 연구원은 “자영업자들은 드라이브 스루나 무인점포, 예약제, 공용공간 축소 등 차별적 운영 방식 등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소비자 행태 변화에 맞춰 온라인 및 생활밀착형 채널 강화, 매장 운영방식 전환 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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