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디스플레이 등 국내기업에 또 악재?..정부, 日 수출규제 WTO 제소 재개

최태원 기자 승인 2020.06.03 13:25 | 최종 수정 2020.06.03 18:09 의견 2
지난 2일 정부가 일본의 수출규제와 관련해 WTO에 제소 절차 재개를 결정했다. (자료=KBS뉴스)

[한국정경신문=최태원 기자] 정부가 일본의 수출규제와 관련해 세계무역기구(WTO) 분쟁 해결 절차를 재개하기로 지난 2일 결정했다. 이에 따라 국내 반도체, 디스플레이 업계 등은 일본의 태도 변화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들은 우리 정부가 WTO에 제소하기 이전인 지난해부터 꾸준히 수입선 다변화를 진행해 왔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당장 수출 제한 품목 조달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하고 있다. 

다만 미·중 무역갈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한일 관계까지 악화될 경우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일본이 수출을 제한한 품목은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불화수소 등 3가지다.

이중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는 삼성전자의 차세대 반도체 공정에 투입되는 소재다. 때문에 수출규제 초반 우려가 컸다. 하지만 일본 경제산업성이 지난 2019년 12월 EUV용 포토레지스트에 대해 수출심사와 승인 방식을 개별허가보다 덜 까다로운 '특정포괄허가'로 변경했다. 

이전까지의 포괄허가는 아니지만 삼성전자는 이를 통해 문제없이 수출 승인을 받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일본 기업 JSR과 벨기에 연구센터 IMEC가 합작 설립한 포토레지스트 업체로부터도 제품을 들여와 루트를 다변화했다.

반도체 업계 역시 기체 불화수소를 미국 화학사 등 해외 업체로 다변화했다. 액체 불화수소도 국내 기업 위주로 조달처를 넓혔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9 9월,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0월 불산액 일부를 국산으로 대체한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 디스플레이 업계도 일본산 불산액 100%를 국내 기업 제품으로 대체했다.

당초 플루오린 폴리이미드가 폴더블 디스플레이 소재인 투명 PI 필름에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삼성디스플레이는 애초 일본산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를 사용하지 않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이유로 정부의 WTO 제소가 당장 국내 기업들에 문제로 작용하진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다만 일본측 반응은 부담이다. 이번 WTO 제소로 한일 관계가 악화하면 소재·부품 조달에 있어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의 생산 차질이 없다해도 현재 수출규제 품목을 기존처럼 원활하게 조달하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다.

일본이 WTO 제소에 반발해 우리측 수출 규제 대상 품목을 다른 쪽으로 확대하거나 허가 절차를 까다롭게 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 우리 기업들의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몇몇 전문가들은 "최근 일본 아베 내각의 지지율이 급락해 지지율 반등 카드로 한국을 희생양으로 삼을 수 있다"며 "예상치 못한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병태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경영학과 교수는 "정치적 문제로 기업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외교적·정치적 갈등이 국가 경제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위기관리를 해야 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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