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pick ①] 이지현·김의담·최정우·황순종·이태빈 "'어나더 컨트리'는 사회의 축소판"

이지은 기자 승인 2019.06.18 17:34 의견 0
연극 '어나더 컨트리' 배우 최정우, 이지현, 김의담, 황순종, 이태빈(왼쪽부터)(자료=이지은 기자)

[한국정경신문=이지은 기자] 국내 초연 무대에 신예를 등용하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다. 작품도 배우도 관객에게 낯설게 다가갈 수 있기 때문. 하지만 '어나더 컨트리'는 파격적인 전 배역 공개 오디션을 통해 13명의 신인을 선발했다.

오디션은 750여 명이 출사표를 던져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당당히 합격 명단에 이름을 올린 배우 이지현, 김의담, 최정우, 황순종, 이태빈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 봤다.

먼저 이지현은 영화와 웹드라마를 통해 인사를 해본 적은 있지만 연극 무대는 처음이라며 설레는 감정을 드러냈다. 세 번째 연극 무대에 오르고 있는 최정우는 더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이 매번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아이돌 그룹 마이틴에서 서브 랩퍼로 활동했던 이태빈은 자신의 오랜 꿈이었던 배우의 길을 위해 팀을 탈퇴했다. 그는 파릇파릇한 꿈나무에 비유해 자신을 소개했다. 

황순종은 재학 중인 한예종(한국예술종합학교) 특성상 2학년 때까지는 다른 외부 작업을 못 하게 하기 때문에 처음 연극 무대에 올랐다. 김의담은 지난해 연극 '아마데우스'에 이어 다시 한번 관객과 만나게 됐다.

연극 '어나더 컨트리'는 실존 인물인 가이 버제스(Guy Burgess)와 존 콘 포드(Rupert John Cornford)를 모티브로한 줄리안 미첼을 원작으로 한하는 작품이다. 지난 1982년 런던 웨스트엔드에 입성했던 극은 루퍼트 에버릿(Rupert Everett), 콜린퍼스(Colin Firth) 등 이름을 알렸다. 1930년대 상류층 자제들만 모인 영국의 명문 공립학교 게스코인 기숙사를 배경으로 청년의 이상과 꿈 그리고 좌절을 그린다.

연극 '어나더 컨트리' 배우 이지현, 김의담, 이태빈, 최정우, 황순종(위쪽부터)(자료=이지은 기자)

■프리펙트와 트웬티투..학생들을 대표하는 리더들

다섯 배우는 극 중 기숙사 선도부를 일컫는 '프리펙트'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어나더 컨트리'에는 두 가지 집단이 등장한다. 총 400명 기숙사를 대표하는 '프리펙트(Pre Fect)'와 '트웬티투(Twenty Two)'가 바로 그 것. '프리펙트'는 신중하고 냉철한 기숙사의 선도부다. 기숙사장 바클레이 역의 이지현은 "가장 합리적인 방안을 내세우려고 노력하는 집단"이라 설명했다.

그 위에 존재하는 '트웬티투'는 400명 중 단 22명 엘리트 만이 최상위 집단이다. 

이지현은 온화한 기숙사장 바클레이 역을 맡았다. 김의담은 비열함을 숨긴 델러헤이 역으로 분한다. 최정우는 규칙을 중시하는 파울러, 황순종은 다수의 의견에 따르는 샌더슨, 이태빈은 냉철한 멘지스로 분한다. 이중 이지현과 김의담은 '프리펙트'인 동시에 '트웬티투'에도 속한다.

■프리펙트..다양한 성향이 섞인 무지개 같아요

이태빈은 '프리펙트'를 무지개에 비유했다. 서로 다른 성향의 캐릭터가 함께 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렇다면 각자가 맡은 캐릭터의 색을 꼽아보면 어떨까. 이태빈은 "초록색이다. 멘지스라는 캐릭터가 해리포터에 나오는 슬리데린 기숙사랑 비슷하다. 권력에 욕심이 많고 제 의상의 조끼도 초록색이다"라고 답했다.

최정우는 보라색을 선택했다. "다른 색이 들어와도 잘 섞이지 않고 자기만의 색을 유지할 수 있는 색이 아닐까"라는 설명. 이어 황순종은 "샌더슨은 노란색이다. 가장 연하고 섞이기도 쉽고 순수하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의담은 "주황색이다. 델러헤이 조끼색이 주황색.(웃음) 처음에는 빨간색이라고 생각했지만 자기가 가지고 있는 불안감이나 화를 계속해서 숨기는 인물"라고 설명했다. 그는 완전 빨간색은 아니지만 빨간빛이 도는 주황색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이지현은 "태극마크처럼 제가 다 소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포부로 빨간과 파랑을 선택했다.

연극 '어나더 컨트리' 배우 최정우, 이지현, 김의담, 황순종, 이태빈(왼쪽부터)(자료=이지은 기자)

■영화와 연극..같지만 또 다른 '어나더 컨트리'

연극은 지난 1984년 동명의 영화로도 개봉됐다. 영화가 정말 흥미로웠다는 최정우의 말을 시작으로  배우들은 영화에 대한 감상을 전했다. 영화 감상은 연극을 준비하는 신예들에게 남다른 인상으로 남았다.

이지현은 "영화는 많은 사상을 비난했던 작품으로 알고 있다. 때문에 우리나라로 비유를 하자면 '한거'(조선시대의 시인이자 명기인 이매창이 지은 시)를 영국 사람들이 얼마나 공감을 할까 생각해 볼 수 있을 거 같다"고 말했다. 그는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연극은 영국의 사회주의를 배제하고 가이 베넷 개인에 대한 아픔과 사회적인 인식에 대해 뚜렷하게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의담은 "제 캐릭터 뿐만 아니라 영화보다 인간미를 부여했다고 생각한다. 영화 속 파울러로 예를 들면 차갑가운 모습보다는 규율을 지키는 인간적인 면을 보인다"고 입을 열었다. 델러헤이 역시 영화 속 비열하고 행동적인 모습이 많지만 제가 표현하는 델러헤이는 이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열등과 방어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 그는 자신의 연기에 대해 "인간적인 프리펙트를 보여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영화와 연극이 비슷한 점은 없었을까. 이태빈은 "처음 영화를 봤을 때 가이 베넷과 토미 저드를 빼고는 각 인물을 구분하기가 힘들었는데 공연을 본 관객들도 저희를 헷갈려 하더라. 다른 점을 찾자면 연극에서는 조금 더 토미 저드의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사상과 가이 베넷의 자유분방함이 조금 더 부딪히고 감정적으로 표현되고 있지 않나"는 생각을 전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연극에는 영화와 달리 각 캐릭터의 서사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황순종은 "샌더슨은 영화에 없는 인물이라 해당하지는 않지만(웃음) 가이 베넷과 토미 저드의 중심이 아닌 각 다른 인물들의 사상이 녹아있다"고 말했다. 이에 이태빈은 "샌더슨이야말로 현실 사회에서 많은 사람과 비슷한 캐릭터지 않나. 자기 생각을 똑바로 말하지 못하고 묻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샌더슨이 우리 연극에 꼭 필요하지 않나"는 말을 보탰다.

연극 '어나더 컨트리' 배우 황순종, 이지현, 최정우, 김의담, 이태빈(왼쪽부터) (자료=이지은 기자)

■극의 매력..누구나 위로 받을 수 있는 이야기

김의담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것이 작품의 매력이라고 전했다. 연기하는 배우들도 캐릭터의 이야기들에 짙은 공감을 하고 위로를 받고 있다는 것. 그는 "가이 베넷과 토미 저드가 틀에 박힌 사고에 잃어버린 정체성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지만 주인공들이 원하는 데로 흘러가듯 우리도 자신이 속한 직장이나 집단 안에서 분명히 흔들리는 정체성이 있을 거라"고 말했다.

막내 이태빈 또한 "무대 위를 가득 채워내는 10명의 캐릭터에 공감할 수 있을 거다. 사회를 축소해 놓은 작품이랄까? 분명 힐링 받을 수 있는 작품이고 무엇보다 형들이 잘생겼다"고 웃었다.

황순종은 성인 배우들의 10대 연기도 재미라고 덧붙였다. "애들인데 어른인 척 회의하는 장면이 재밌다. 진짜 교수님이나 어른들이 회의 하는 모습을 지켜보면 재미없지 않냐"며 의견을 보탰고 이지현은 "프리펙트'와 '트웬티투' 단어가 어려울 수 있지만 우리나라의 민족사관학교를 생각하면 훨씬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거다"고 말했다.

끝으로 최정우는 "각 캐릭터가 다른 성향이지만 무대 위 프리펙트로 에너지 있게 임하고 있으니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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