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늘 양 사건 이후 교원들의 정신건강을 관리하자는 정책적 움직임이 감지된다.(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서재필 기자] 초등학교 1학년생 김하늘 양이 학교 안에서 교사에 의해 살해된 충격적인 사건 이후 교원의 정신건강을 관리하자는 취지의 정책적 목소리가 거세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는 교원 임용 시부터 재직기간 내내 심리검사를 시행하고 이상행동 시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동시에 직무수행이 어려운 교원에 대해선 직권으로 휴·면직을 권고할 수 있는 질환교원심의위원회를 법제화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교원 사회에서는 정책이 '분리'에 초점을 맞출 경우 오히려 자신의 질환 등을 숨겨 더 큰 문제를 일으키거나 학교 구성원 간 갈등을 심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교육부와 여당인 국민의힘은 17일 제2의 하늘이 같은 피해자가 다시는 생기지 않도록 재발 방지책을 논의하는 당정협의회를 개최한다. 협의회에선 하늘이법의 주요 내용이 논의된다.

지난 10일 김양이 같은 학교 교사 명모 씨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지 일주일 만에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의 윤곽이 나올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당정은 교사의 정신건강 관리 강화 방안과 교내를 중심으로 한 학교 안전대책을 마련 중이다.

우선 교원은 임용 시와 재직기간에 정신건강 관련 검사를 받는 안이 검토된다. 임용 시 인적성 검사와 함께 정신건강 검진을 받고, 교직 생활 중에도 주기적으로 심리검사를 받는 식이다.

폭력성을 노출하거나 이상 행동을 보인 교원을 긴급분리하는 내용도 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의료진 등 전문가로 구성된 긴급대응팀을 각 교육청에 신설하는 방안 역시 고려된다.

정신적·신체적 질환으로 교직 수행이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직권으로 휴·면직을 권고할 수 있는 교육청 질환교원심의위는 법제화될 전망이다. 현재 질환교원심의위는 의무가 아니어서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에 꾸준히 제기됐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14일 '학교구성원 정신건강 관리 및 안전대책'을 주제로 한 차담회에서 "정신질환 등 정상적인 교직 수행이 불가능한 교원에겐 특정한 절차를 거쳐 직권휴직 등 필요한 조처를 할 수 있고 폭력성 등을 보였을 때 긴급하게 개입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 안전대책은 사각지대를 없애는 데 초점을 맞춘다. 김양은 돌봄교실을 혼자 나서다 변을 당했다. 사건이 발생한 시청각실에는 폐쇄회로(CC)TV가 없었다.

이 부총리는 "늘봄학교에 참여하는 초 1·2학년은 귀가 시 도우미 인력이 학생을 보호자나 보호자가 위임한 대리인에게 대면 인계하는 체계를 갖추겠다"고 말했다.

늘봄학교는 방과후수업과 돌봄교실을 통합한 개념으로, 작년 12월 기준 전국 초1 35만4000명 중 늘봄학교 참여 학생은 29만6000명(83.4%)에 달한다.

복도, 계단, 돌봄교실 주변 등 교내 CCTV 설치 확대는 이미 교육부와 교육청 간에 협의가 완료됐다. 학교 내 공용 공간에 CCTV 설치를 확대할지는 학교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하고 입법 등 필요한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학교전담경찰관 증원도 추진된다.

이 부총리는 "경찰청과 협력해 학교전담경찰관(SPO)을 증원하고 학교 주변 순찰을 강화하는 등 교외 안전도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은 지난 13일 모든 학교에 학교전담경찰관을 의무적으로 배치하도록 한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교원단체는 문제 교사 관리와 학교 안전에 구멍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성급한 대책 추진은 자칫 더 큰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심리검사만으로 정신적 문제가 있는 교원을 제대로 솎아낼 수 있는지에 의문을 표했다.

교권침해 등으로 우울감을 겪는 교원이 느는 상황에서 낙인효과를 우려해 심리검사에서 거짓답변을 하거나 치료를 기피해 마음의 병을 오히려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조성철 대변인은 "가해 교사도 정상근무가 가능하다는 전문가 판단에 따라 복직한 건데 단순 심리검사 결과가 신뢰를 가질 수 있겠느냐"며 "검사가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교사를 구분해 배제하는 데 목적이 있다면 정신적 어려움이 있어도 숨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교사노동조합연맹 장세린 대변인은 "교원이 30만∼40만명가량 되는데 전부 다 검사한다고 하면 현실적으로 체크리스트 정도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실효성을 의문을 제기했다.

하늘이법의 핵심으로 여겨지는 질환교원심의위도 법제화하기에 앞서 기존 제도가 유명무실해진 원인부터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서울교사노조 정혜영 대변인은 "기존 질환교원심의위가 왜 작동을 안 했는지도 살펴보지 않고 새 법을 만들려고 한다"며 "오히려 (선량한) 대다수의 교사를 어렵게 하는 법이 되는 게 아니냐는 여론이 크다"고 우려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이한섭 대변인은 "지금까지 (휴·복직 등) 인사와 관련해 자의적인 부분이 많았다"며 "새로 뭔가를 만들기보다는 기존 제도를 재점검하고 제대로 작동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성철 교총 대변인은 "특정 교원의 문제를 상급기관에 의뢰하는 과정에서 학교 구성원 간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를 어떻게 최소화할지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